요리는 본래 불로 익히는 행위를 말한다. 가열 과정에서 꼬인 단백질은 풀리고 변성되고 전분은 물을 흡수하여 부풀어 오른다. 이렇게 되면 소화효소가 접근하기 쉬워지므로 소화가 더 쉬워진다. 결국 어떤 식재료를 요리한다는 건 소화라는 업무의 일부를 불에게 외주로 맡기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발효는 미생물에게 소화 과정의 일부를 외주로 맡기는 것이다.
잘 발효시킨 음식을 먹고 속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미 미생물에 의해 일부 소화가 일어난 뒤이기 때문이다.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가 불로 가열하는 것보다 소화하기 더 쉬운 결과물로 이어질 때도 있다. 삶은 콩을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더부룩하며 배에 가스가 찬다. 콩 속에 들어있는 소화하기 어려운 탄수화물 때문이다.
인체의 소화효소로는 분해하여 흡수할 수 없으니 이들 난소화성 탄수화물은 대장까지 그대로 내려간다. 장내 미생물이 이들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스와 복통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콩을 발효시켜 만든 된장, 간장과 같은 식품은 이런 문제를 훨씬 적게 일으킨다. 발효로 만드는 과정에서 미생물에 의해 난소화성 탄수화물이 분해되었기 때문이다. 콩을 소화할 수 있는 미생물과 효소에게 외주를 주어 사람이 더 소화하기 쉬운 식품을 만들어낸 셈이다.
발효와 효소는 다르다. 발효는 식재료에 유산균, 이스트(이걸 효소와 발음이 비슷한 효모로 번역하지만 않았더라면 덜 헷갈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와 같은 살아있는 미생물을 넣어 식재료 속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과정이다. 효소는 이들 미생물이 식재료 속 유기물을 분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이다. 효소는 미생물에게만 있는 도구가 아니다.
모든 효소가 소화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생명체에는 생명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효소를 만들어낸다. 미생물이 아닌 원물에 들어있는 효소를 이용해서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군고구마가 생고구마보다 맛이 달고 속에 편안하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고구마에 들어있는 다당류 분해효소와 관련된다.
녹말 자체는 아무 맛이 없다. 하지만 고구마 속 효소가 녹말을 당으로 쪼개주면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군고구마는 효소가 활성화하여 일하기 좋은 온도(50~60℃)에서 천천히 가열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그러니 원물보다 더 달콤하고 풍미가 진하다. 밥을 입에 넣고 여러 번 씹으면 단맛이 느껴지는 것도 다당류 분해효소 덕분이다. 사람의 침 속에는 알파-아밀레이스, 고구마에는 베타-아밀레이스라고 불리는 효소가 들어있다. 이름은 달라도 하는 일은 비슷하다.
곡물에 미생물을 넣어 배양하여 만든다는 곡물 효소도 꾸준한 인기다. 콩을 발효시켜 된장을 만드는 것처럼 현미, 메밀, 보리 등의 곡물에도 미생물을 넣어서 발효시키면 날것보다야 소화가 더 잘 된다. 미생물에게 미리 일부 소화를 시켜둔 셈이니까 말이다. 발효 과정에서 미생물이 비타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김치 속 유산균이 원래보다 1.5~2배로 많은 비타민B군을 생성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다만 미네랄은 다른 이야기다. 철분, 칼슘,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은 기본적으로 흙 속의 금속 성분이다. 이들은 발효로 만들어낼 수 없다. 발효 과정에서 원물로 사용된 곡물 속에서 미네랄 흡수를 방해하는 피트산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누군가 발효로 미네랄 함량을 높였다고 말한다면 신빙성을 의심하는 게 좋다.
곡물효소 제품 중에는 식이섬유나 유산균, 프락토올리고당을 추가로 배합한 것들도 있다. 먹고 나서 변비가 덜 생긴다는 경험담은 이렇게 추가한 성분들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곡물효소를 먹는다고 해서 효소를 보충할 수는 없다. 효소는 덩치가 커다란 단백질이다. 장 점막을 통과해서 체내로 들여올 수 있는 크기가 아니다. 미생물이 효소를 통해 곡물을 분해해서 만들어낸 당류, 비타민은 흡수할 수 있지만 그런 과정에서 사용한 도구인 효소는 인체가 그대로 들여올 수 없다. 전부 다 아미노산으로 쪼개서 소화, 흡수한다. 효소의 운명은 그걸로 끝이다. 그냥 인체가 필요한 데 쓴다. 효소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장에서 소화를 일부 돕는 정도 외의 다른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특정 제품이 체내 효소를 보충해준다는 식으로 광고한다면 과장된 것으로 여기고 거르는 좋은 이유다. 잊지 말자. 스토리가 좋다고 다 사실은 아니다.
요리는 본래 불로 익히는 행위를 말한다. 가열 과정에서 꼬인 단백질은 풀리고 변성되고 전분은 물을 흡수하여 부풀어 오른다. 이렇게 되면 소화효소가 접근하기 쉬워지므로 소화가 더 쉬워진다. 결국 어떤 식재료를 요리한다는 건 소화라는 업무의 일부를 불에게 외주로 맡기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발효는 미생물에게 소화 과정의 일부를 외주로 맡기는 것이다.
잘 발효시킨 음식을 먹고 속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미 미생물에 의해 일부 소화가 일어난 뒤이기 때문이다.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가 불로 가열하는 것보다 소화하기 더 쉬운 결과물로 이어질 때도 있다. 삶은 콩을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더부룩하며 배에 가스가 찬다. 콩 속에 들어있는 소화하기 어려운 탄수화물 때문이다.
인체의 소화효소로는 분해하여 흡수할 수 없으니 이들 난소화성 탄수화물은 대장까지 그대로 내려간다. 장내 미생물이 이들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스와 복통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콩을 발효시켜 만든 된장, 간장과 같은 식품은 이런 문제를 훨씬 적게 일으킨다. 발효로 만드는 과정에서 미생물에 의해 난소화성 탄수화물이 분해되었기 때문이다. 콩을 소화할 수 있는 미생물과 효소에게 외주를 주어 사람이 더 소화하기 쉬운 식품을 만들어낸 셈이다.
발효와 효소는 다르다. 발효는 식재료에 유산균, 이스트(이걸 효소와 발음이 비슷한 효모로 번역하지만 않았더라면 덜 헷갈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와 같은 살아있는 미생물을 넣어 식재료 속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과정이다. 효소는 이들 미생물이 식재료 속 유기물을 분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이다. 효소는 미생물에게만 있는 도구가 아니다.
모든 효소가 소화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생명체에는 생명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효소를 만들어낸다. 미생물이 아닌 원물에 들어있는 효소를 이용해서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군고구마가 생고구마보다 맛이 달고 속에 편안하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고구마에 들어있는 다당류 분해효소와 관련된다.
녹말 자체는 아무 맛이 없다. 하지만 고구마 속 효소가 녹말을 당으로 쪼개주면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군고구마는 효소가 활성화하여 일하기 좋은 온도(50~60℃)에서 천천히 가열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그러니 원물보다 더 달콤하고 풍미가 진하다. 밥을 입에 넣고 여러 번 씹으면 단맛이 느껴지는 것도 다당류 분해효소 덕분이다. 사람의 침 속에는 알파-아밀레이스, 고구마에는 베타-아밀레이스라고 불리는 효소가 들어있다. 이름은 달라도 하는 일은 비슷하다.
곡물에 미생물을 넣어 배양하여 만든다는 곡물 효소도 꾸준한 인기다. 콩을 발효시켜 된장을 만드는 것처럼 현미, 메밀, 보리 등의 곡물에도 미생물을 넣어서 발효시키면 날것보다야 소화가 더 잘 된다. 미생물에게 미리 일부 소화를 시켜둔 셈이니까 말이다. 발효 과정에서 미생물이 비타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김치 속 유산균이 원래보다 1.5~2배로 많은 비타민B군을 생성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다만 미네랄은 다른 이야기다. 철분, 칼슘,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은 기본적으로 흙 속의 금속 성분이다. 이들은 발효로 만들어낼 수 없다. 발효 과정에서 원물로 사용된 곡물 속에서 미네랄 흡수를 방해하는 피트산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누군가 발효로 미네랄 함량을 높였다고 말한다면 신빙성을 의심하는 게 좋다.
곡물효소 제품 중에는 식이섬유나 유산균, 프락토올리고당을 추가로 배합한 것들도 있다. 먹고 나서 변비가 덜 생긴다는 경험담은 이렇게 추가한 성분들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곡물효소를 먹는다고 해서 효소를 보충할 수는 없다. 효소는 덩치가 커다란 단백질이다. 장 점막을 통과해서 체내로 들여올 수 있는 크기가 아니다. 미생물이 효소를 통해 곡물을 분해해서 만들어낸 당류, 비타민은 흡수할 수 있지만 그런 과정에서 사용한 도구인 효소는 인체가 그대로 들여올 수 없다. 전부 다 아미노산으로 쪼개서 소화, 흡수한다. 효소의 운명은 그걸로 끝이다. 그냥 인체가 필요한 데 쓴다. 효소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장에서 소화를 일부 돕는 정도 외의 다른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특정 제품이 체내 효소를 보충해준다는 식으로 광고한다면 과장된 것으로 여기고 거르는 좋은 이유다. 잊지 말자. 스토리가 좋다고 다 사실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