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스리톨이 심장마비, 뇌졸중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월 27일 권위있는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실린 논문이다. 관련 뉴스를 보고 ‘그럼 그렇지’ 제로칼로리 음료를 더는 마시지 말아야 하겠다며 다짐하는 글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여럿 올라왔다. 하지만 그런 결심을 하기 전에 몇 가지 살펴볼 점이 있다.
우선 <네이처 메디신>에 실린 논문의 제목 ‘인공감미료 에리스리톨’이란 표현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에리스리톨은 자연에 존재하는 당알코올이다. 과일, 채소, 발효식품에도 들어있다. 수박, 멜론, 포도, 간장, 와인에도 에리스리톨이 들어있다. <솔직한 식품>의 저자 이한승 박사는 그러니 인공감미료가 아니라 설탕대체재라고 써야 맞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안 먹어도 우리 몸에서 소량의 에리스리톨이 만들어진다. 심혈관 질환 또는 당뇨병으로 인해 인체에 과도한 산화적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에리스리톨이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 나타난 상관관계가 실은 역 인과관계(reverse causality)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번 연구 참가자들은 이미 위험 요소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평균 연령 65세에 이미 고혈압인 사람이 72.2%, 당뇨병 환자가 22%였으며 심근경색 전력이 있는 사람도 46.3%나 됐다. 게다가 평균 체질량지수(BMI)가 29.2로 과체중, 비만인 참가자가 많았다. 따로 섭취하지 않아도 에리스리톨 혈중 수치가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었단 얘기다. 에리스리톨 수치가 높은 게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 게 아니라 심혈관 질환이 에리스리톨 수치를 높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식물에서 추출하는 식으로는 대량 생산이 어려우므로 에리스리톨은 미생물을 이용해서 만든다. 포도당 시럽을 발효해서 만들기 때문에 수소첨가반응으로 제조 가능한 다른 당알코올보다 값도 비싼 편이다. 설탕의 70-80% 감미도인데 시판 가격은 설탕의 4-5배에 달한다. (소비자 가격 기준 설탕 1kg은 2천원, 에리스리톨 1kg은 1만원대에 형성되어 있다.) 에리스리톨은 다른 당알코올과 마찬가지로 녹을 때 열을 빼앗아서 서늘한 느낌이 든다.
국내에서 에리스리톨은 제로쿠키, 제로소주, 제로칼로리 음료에 사용된다. 칼로리는 거의 제로(0.4kcal/g)이면서 열에 대한 안정성이 높아 열에 불안정한 아스파탐 같은 대체감미료보다 과자 굽기에 유리하다. 설탕 대신 에리스리톨을 써도 결과물의 부피와 물성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도 커다란 장점이다. 에리스리톨은 솔비톨, 말티톨 같은 다른 당알코올과 달리 분자 덩치가 작고 흡수가 잘 되어서 복부팽만, 설사 부작용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다. 80%가 장에서 흡수되고 장내에 남은 20%도 미생물이 발효시킬 수 없어서 거의 대부분 그대로 체외로 배출된다.
마지막으로 살펴봐야할 것은 양의 문제이다. 이번 연구에서 에리스리톨이 혈전증을 증가시키거나 혈액 응고를 유발한다는 것을 동물실험을 통해 발견하긴 했다. 하지만 투여량이 지나치게 많았다. 연구에서 사람 8명 대상으로 하루 30그램을 주었을 때 동물실험에서 위험했던 수준 혈중 농도( 45 μM)가 2일 정도 지속되었다. 이 정도면 국내에 판매 중인 제로 쿠키로는 하루 750그램을 먹어야 섭취 가능한 양이다. 쿠키 하나를 14그램으로 잡으면 53.5개에 해당한다.
요즘 인기 있는 제로 소주에도 에리스리톨이 사용된다. 정확한 함량은 비공개여서 알 수 없으나 소주 한 병에 과당 1.5그램이 들어있다고 생각하여 이를 에리스리톨로 대체하면 약 2그램 안팎으로 추정된다. 실험에서 사용한 만큼이 되려면 하루 소주 15병을 마셔야 한단 얘기다. 물론 이 정도면 대체감미료보다 알코올 때문에 사망할 위험이 크다. 음료 중에는 제로칼로리 사이다에 에리스리톨이 사용된 제품이 있다. 하지만 역시 함유량이 많지 않다. 제품에 따라 250ml 30캔(천연사이다 제로) 또는 500ml 30병(스프라이트 제로)을 마셔야 이번 실험에 사용한 양과 동일한 정도이다.
아쉽게도 이번 연구 결과를 다룬 국내 언론 대다수의 기사 내용과 제목은 불필요한 두려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번 연구 때문에 패닉에 빠질 이유는 없다. 그저 뉴욕 타임스 기사 제목 정도면 충분하다. “설탕 대체재와 심장 문제 상관성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 전문가들 '걱정마라.' Study Suggests Possible Link Between Sugar Substitute and Heart Issues. Experts Say, Don’t Panic.”
에리스리톨이 심장마비, 뇌졸중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월 27일 권위있는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실린 논문이다. 관련 뉴스를 보고 ‘그럼 그렇지’ 제로칼로리 음료를 더는 마시지 말아야 하겠다며 다짐하는 글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여럿 올라왔다. 하지만 그런 결심을 하기 전에 몇 가지 살펴볼 점이 있다.
우선 <네이처 메디신>에 실린 논문의 제목 ‘인공감미료 에리스리톨’이란 표현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에리스리톨은 자연에 존재하는 당알코올이다. 과일, 채소, 발효식품에도 들어있다. 수박, 멜론, 포도, 간장, 와인에도 에리스리톨이 들어있다. <솔직한 식품>의 저자 이한승 박사는 그러니 인공감미료가 아니라 설탕대체재라고 써야 맞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안 먹어도 우리 몸에서 소량의 에리스리톨이 만들어진다. 심혈관 질환 또는 당뇨병으로 인해 인체에 과도한 산화적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에리스리톨이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 나타난 상관관계가 실은 역 인과관계(reverse causality)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번 연구 참가자들은 이미 위험 요소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평균 연령 65세에 이미 고혈압인 사람이 72.2%, 당뇨병 환자가 22%였으며 심근경색 전력이 있는 사람도 46.3%나 됐다. 게다가 평균 체질량지수(BMI)가 29.2로 과체중, 비만인 참가자가 많았다. 따로 섭취하지 않아도 에리스리톨 혈중 수치가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었단 얘기다. 에리스리톨 수치가 높은 게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 게 아니라 심혈관 질환이 에리스리톨 수치를 높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식물에서 추출하는 식으로는 대량 생산이 어려우므로 에리스리톨은 미생물을 이용해서 만든다. 포도당 시럽을 발효해서 만들기 때문에 수소첨가반응으로 제조 가능한 다른 당알코올보다 값도 비싼 편이다. 설탕의 70-80% 감미도인데 시판 가격은 설탕의 4-5배에 달한다. (소비자 가격 기준 설탕 1kg은 2천원, 에리스리톨 1kg은 1만원대에 형성되어 있다.) 에리스리톨은 다른 당알코올과 마찬가지로 녹을 때 열을 빼앗아서 서늘한 느낌이 든다.
국내에서 에리스리톨은 제로쿠키, 제로소주, 제로칼로리 음료에 사용된다. 칼로리는 거의 제로(0.4kcal/g)이면서 열에 대한 안정성이 높아 열에 불안정한 아스파탐 같은 대체감미료보다 과자 굽기에 유리하다. 설탕 대신 에리스리톨을 써도 결과물의 부피와 물성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도 커다란 장점이다. 에리스리톨은 솔비톨, 말티톨 같은 다른 당알코올과 달리 분자 덩치가 작고 흡수가 잘 되어서 복부팽만, 설사 부작용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다. 80%가 장에서 흡수되고 장내에 남은 20%도 미생물이 발효시킬 수 없어서 거의 대부분 그대로 체외로 배출된다.
마지막으로 살펴봐야할 것은 양의 문제이다. 이번 연구에서 에리스리톨이 혈전증을 증가시키거나 혈액 응고를 유발한다는 것을 동물실험을 통해 발견하긴 했다. 하지만 투여량이 지나치게 많았다. 연구에서 사람 8명 대상으로 하루 30그램을 주었을 때 동물실험에서 위험했던 수준 혈중 농도( 45 μM)가 2일 정도 지속되었다. 이 정도면 국내에 판매 중인 제로 쿠키로는 하루 750그램을 먹어야 섭취 가능한 양이다. 쿠키 하나를 14그램으로 잡으면 53.5개에 해당한다.
요즘 인기 있는 제로 소주에도 에리스리톨이 사용된다. 정확한 함량은 비공개여서 알 수 없으나 소주 한 병에 과당 1.5그램이 들어있다고 생각하여 이를 에리스리톨로 대체하면 약 2그램 안팎으로 추정된다. 실험에서 사용한 만큼이 되려면 하루 소주 15병을 마셔야 한단 얘기다. 물론 이 정도면 대체감미료보다 알코올 때문에 사망할 위험이 크다. 음료 중에는 제로칼로리 사이다에 에리스리톨이 사용된 제품이 있다. 하지만 역시 함유량이 많지 않다. 제품에 따라 250ml 30캔(천연사이다 제로) 또는 500ml 30병(스프라이트 제로)을 마셔야 이번 실험에 사용한 양과 동일한 정도이다.
아쉽게도 이번 연구 결과를 다룬 국내 언론 대다수의 기사 내용과 제목은 불필요한 두려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번 연구 때문에 패닉에 빠질 이유는 없다. 그저 뉴욕 타임스 기사 제목 정도면 충분하다. “설탕 대체재와 심장 문제 상관성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 전문가들 '걱정마라.' Study Suggests Possible Link Between Sugar Substitute and Heart Issues. Experts Say, Don’t Pan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