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독하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실제로 독성이나 부작용이 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통 졸음을 유발하는 약을 독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어떤 약은 먹어도 졸리지 않은데 어떤 약은 복용하고 나면 졸린 걸까? 약성분이 뇌로 들어가서 진정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인체가 뇌로 모든 약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뇌는 혈관뇌장벽(Blood-brain barrier)라는 보호장치로 둘러싸여있다. 혈액 속에 약물 분자가 있다고 해도 뇌 속으로 전부 들어가지는 못한다. 혈관뇌장벽에 의해 투과성이 선택적으로 제한된다. 이런 식으로 관문을 통해 필요한 것들만 들여보내고 나머지는 걸러내는 방식으로 뇌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뇌의 에너지원이 되는 포도당은 받아들이고 고분자 물질은 통과하지 못하게 한다. 세균이나 독성 물질은 뇌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여 뇌 손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관문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약이라고 특별대우를 받지 못한다. 약물 분자도 혈관뇌장벽을 통과하지 못하면 뇌 바깥의 혈관을 타고 나머지 조직이나 장기에서만 작용한다.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이어도 중추신경계에서 졸음을 유발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혈관뇌장벽 때문이다. 감기나 알레르기비염에 자주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가 대표적이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로 감기약에 주로 쓰이는 클로르페니라민, 트리프롤리딘 같은 약성분은 혈관뇌장벽을 통과한다. 그래서 졸음을 유발한다. 로라타딘(클라리틴) 같은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혈관뇌장벽을 잘 통과하지 못한다. 하지만 약간은 통과할 수 있어서 사람에 따라 졸음 부작용을 경험할 수도 있다. 3세대 항히스타민제로 불리는 펙소페나딘(알레그라)은 혈관뇌장벽을 전혀 통과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에는 약을 복용한 사람과 위약(플라시보)을 복용한 사람에게서 졸음, 진정 부작용을 경험하는 빈도에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체로 분자 크기가 작고 지방에 잘 녹는 약물일수록 혈관뇌장벽을 통과하여 뇌 속으로 전달되기 쉽다. 반면 덩치가 큰 분자나 물에 잘 녹는 약물은 통과하기 어렵다. 같은 항히스타민제여도 3세대 약물은 뇌혈관장벽을 통과하지 못하고 1세대 약물은 잘 통과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감기약에 사용되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가 독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혈관뇌장벽을 통과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MSG(monosodium glutamate)는 혈관뇌장벽을 거의 통과하지 못한다. 인체가 만들지 못하는 필수아미노산은 뇌로 들여온다. 하지만 글루탐산은 뇌에서 만들어 쓸 수 있다. 굳이 혈관뇌장벽을 통과시켜 들여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1968년 뉴 잉글랜드 의학 저널(NEJM)에 중국계 이민자 의사인 로버트 호 만 쿽이 짧은 레터로 의문을 제기한 이후 지난 50여 년 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이에 대해 연구했다. 이때부터 중국음식증후군이라는 말이 널리 퍼졌다. 하지만 결론은 명확하다.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정도의 글루탐산으로는 뇌 속의 글루탐산 레벨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
1970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연구에서는 11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하루에 131에서 147g까지 MSG를 섭취하도록 했다. 조미료 범벅인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섭취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 양의 MSG를 매일 같이 14일~24일 동안 먹고 나서도 아무도 건강상 이상이나 중국음식증후군 증상을 경험하지 않았다. 식당에서 이 정도로 많은 양의 조미료를 쓰면 수지타산도 안 맞겠지만 쓴다고 좋아할 손님도 없다. MSG는 설탕과 달라서 너무 많은 양을 쓰면 불쾌하게 여길 수 있다. 미국 피츠버그 의대 존 펜스트롬 교수는 그런 이유로 실제 일상에서 섭취하게 되는 MSG의 양은 한정적이라고 지적한다. 펜스트롬 교수는 2018년 리뷰 논문에서 일상식으로 섭취하게 되는 MSG가 뇌 속 글루탐산 농도를 상승시키거나 뇌 기능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뇌 속으로 들어가서 뇌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졸음을 유발하기는 어렵다.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고 졸리면 그건 조미료 때문이 아니라 그저 식곤증이란 얘기다.
약이 독하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실제로 독성이나 부작용이 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통 졸음을 유발하는 약을 독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어떤 약은 먹어도 졸리지 않은데 어떤 약은 복용하고 나면 졸린 걸까? 약성분이 뇌로 들어가서 진정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인체가 뇌로 모든 약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뇌는 혈관뇌장벽(Blood-brain barrier)라는 보호장치로 둘러싸여있다. 혈액 속에 약물 분자가 있다고 해도 뇌 속으로 전부 들어가지는 못한다. 혈관뇌장벽에 의해 투과성이 선택적으로 제한된다. 이런 식으로 관문을 통해 필요한 것들만 들여보내고 나머지는 걸러내는 방식으로 뇌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뇌의 에너지원이 되는 포도당은 받아들이고 고분자 물질은 통과하지 못하게 한다. 세균이나 독성 물질은 뇌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여 뇌 손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관문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약이라고 특별대우를 받지 못한다. 약물 분자도 혈관뇌장벽을 통과하지 못하면 뇌 바깥의 혈관을 타고 나머지 조직이나 장기에서만 작용한다.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이어도 중추신경계에서 졸음을 유발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혈관뇌장벽 때문이다. 감기나 알레르기비염에 자주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가 대표적이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로 감기약에 주로 쓰이는 클로르페니라민, 트리프롤리딘 같은 약성분은 혈관뇌장벽을 통과한다. 그래서 졸음을 유발한다. 로라타딘(클라리틴) 같은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혈관뇌장벽을 잘 통과하지 못한다. 하지만 약간은 통과할 수 있어서 사람에 따라 졸음 부작용을 경험할 수도 있다. 3세대 항히스타민제로 불리는 펙소페나딘(알레그라)은 혈관뇌장벽을 전혀 통과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에는 약을 복용한 사람과 위약(플라시보)을 복용한 사람에게서 졸음, 진정 부작용을 경험하는 빈도에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체로 분자 크기가 작고 지방에 잘 녹는 약물일수록 혈관뇌장벽을 통과하여 뇌 속으로 전달되기 쉽다. 반면 덩치가 큰 분자나 물에 잘 녹는 약물은 통과하기 어렵다. 같은 항히스타민제여도 3세대 약물은 뇌혈관장벽을 통과하지 못하고 1세대 약물은 잘 통과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감기약에 사용되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가 독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혈관뇌장벽을 통과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MSG(monosodium glutamate)는 혈관뇌장벽을 거의 통과하지 못한다. 인체가 만들지 못하는 필수아미노산은 뇌로 들여온다. 하지만 글루탐산은 뇌에서 만들어 쓸 수 있다. 굳이 혈관뇌장벽을 통과시켜 들여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1968년 뉴 잉글랜드 의학 저널(NEJM)에 중국계 이민자 의사인 로버트 호 만 쿽이 짧은 레터로 의문을 제기한 이후 지난 50여 년 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이에 대해 연구했다. 이때부터 중국음식증후군이라는 말이 널리 퍼졌다. 하지만 결론은 명확하다.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정도의 글루탐산으로는 뇌 속의 글루탐산 레벨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
1970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연구에서는 11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하루에 131에서 147g까지 MSG를 섭취하도록 했다. 조미료 범벅인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섭취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 양의 MSG를 매일 같이 14일~24일 동안 먹고 나서도 아무도 건강상 이상이나 중국음식증후군 증상을 경험하지 않았다. 식당에서 이 정도로 많은 양의 조미료를 쓰면 수지타산도 안 맞겠지만 쓴다고 좋아할 손님도 없다. MSG는 설탕과 달라서 너무 많은 양을 쓰면 불쾌하게 여길 수 있다. 미국 피츠버그 의대 존 펜스트롬 교수는 그런 이유로 실제 일상에서 섭취하게 되는 MSG의 양은 한정적이라고 지적한다. 펜스트롬 교수는 2018년 리뷰 논문에서 일상식으로 섭취하게 되는 MSG가 뇌 속 글루탐산 농도를 상승시키거나 뇌 기능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뇌 속으로 들어가서 뇌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졸음을 유발하기는 어렵다.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고 졸리면 그건 조미료 때문이 아니라 그저 식곤증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