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13> 왜 남자가 단명하는가
편집부
입력 2022-07-27 21:21 수정 최종수정 2022-07-27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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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나이 들면서 잃어버리는 것은 머리털과 근육만이 아니다. Y염색체도 잃어버린다. 남성의 노화가 진행되면서 일부 체세포에서 Y염색체가 사라진다. 남성은 여성보다 기대수명이 짧다. 세계적으로 남성의 기대수명이 여성보다 5년 짧다. 한국인의 경우 2020년 남성의 기대수명은 80.5세로 남성의 86.5세에 비해 6년이 짧다. 이런 기대 수명의 차이는 흡연, 음주, 위험 추구 성향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행태 차이보다는 염색체가 더 큰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과학자들은 남성의 노화과정에서 Y염색체가 사라지는 현상이 남성이 여성보다 단명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추측한다.

Y염색체가 사라지는 현상은 1960년대에 처음 발견됐다. 인간의 혈중 백혈구 수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백혈구에 Y염색체가 없다는 사실을 관찰한 것이다. 원래 사람의 체세포에는 염색체가 23쌍으로 모두 46개 들어있다. 이 중 성염색체는 여성의 경우 XX, 남성의 경우 XY로 들어있다. 그런데 일부 남성의 백혈구에서는 Y염색체가 사라지고 없어서 염색체가 45개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적혈구, 혈소판에는 핵이 없으며 따라서 염색체도 없다. 미토콘드리아에만 염색체가 관찰된다.) 이런 현상은 모든 체세포에서 일어날 수 있지만 백혈구를 검사하면 확인이 제일 쉽다. 2019년 영국 연구 결과, 70세가 되면 남성의 43.6%에서 일부 혈액세포 중 Y염색체가 사라지는 걸 볼 수 있다. 93세가 되면 남성의 57%에서 Y염색체가 사라진 혈액세포가 관찰된다. 일부 노인 남성의 경우 세포의 80%에서 Y염색체가 사라진다. 비유하자면 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책들을 복사하는데 Y염색체 책은 빼놓고 하는 일이 벌어지는 거다.

Y염색체가 사라지는 것과 남성의 노화가 관련되었을 것으로 보는 연구는 전에도 많았다. 2020년 호주 연구팀은 229종의 생물을 대상으로 성 염색체를 조사하여 수컷보다 암컷이 평균적으로 17.6%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2022년 7월 14일 사이언스지에 실린 연구는 남성이 Y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잃어버리는 게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생쥐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골수세포에서 Y염색체를 제거했다. 실험군 생쥐 38마리에게는 골수를 제거한 뒤 Y염색체를 제거한 골수세포를 이식했고 대조군 생쥐 37마리에게는 Y염색체가 그대로 들어있는 골수세포를 이식했다. (백혈구는 골수에서 만들어진다.) Y염색체가 사라진 골수세포를 이식한 생쥐의 백혈구 모두에게서 Y염색체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대다수에서 사라졌다. 백혈구 세포 중에 Y염색체가 안 보이는 것들이 49~81%였다. 인간 남성이 노화할 때 나타나는 현상을 생쥐 실험을 통해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실험 결과 백혈구에서 Y염색체가 사라진 생쥐는 단명했다. 골수 이식 600일 뒤에 대조군 생쥐의 60%가 살아남았지만 Y염색체가 일부 사라진 생쥐 쪽은 겨우 40%만 생존했다. 심장 근육의 수축력에서도 차이가 컸다. 15개월 뒤에 심근 수축력을 비교해보니 Y염색체가 소실된 생쥐의 경우 2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심장근육에 질긴 결합조직이 쌓이는 섬유화증이 Y염색체를 소실한 생쥐에 나타나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2009년 영국 연구에서 인간 남성의 경우 나이 들면서 심장의 펌프 기능이 젊었을 때보다 20-25% 줄어들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70대에도 별 차이가 없었다. 이번 동물 실험 결과를 통해 유추해본다면 인간 남성의 심장이 노화에 더 민감한 것도 Y염색체 소실 때문일지 모른다.

Y염색체 소실 때문에 암, 심장병,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인가 아직 확실치는 않다. 이번 실험에서도 Y염색체를 소실한 생쥐의 심장에 나타난 변화가 치명적인 정도는 아니었다는 반론이 있다. 더 장기적인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Y염색체 소실이 남성의 건강에 좋을 것 같지는 않다. 남성의 Y염색체 소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현재까지 확실히 밝혀진 것은 딱 하나 금연뿐이다. 흡연하면 Y염색체가 사라진 혈액세포가 나타날 가능성이 비흡연자보다 최대 네 배 크다. 금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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