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09> 염증과 통증 약이야기
편집부
입력 2022-05-25 20: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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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염증은 만성 통증을 부른다. 운동하다가 다쳐서 염증이 생긴다면 염증을 완화하기 위해 소염진통제를 쓰는 게 낫다는 게 이제까지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 연구자들이 있다. 지난 5월 11일 자로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실린 연구 결과이다. 급성 통증이 있을 때 이전에 생각한 것과 달리 소염진통제보다 해열진통제가 나을 수도 있단 얘기다. 

급성 염증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염증이 있을 때 아프다고 얼른 소염진통제를 사용하면 그게 인체의 자연스러운 회복을 막아서 도리어 더 오래 아프게 된다는 연구 결과이다. 이런 연구가 가능하게 된 것은 RNA 시퀀싱 비용이 전보다 저렴해져서 세포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탈리아에서 급성 요통 환자 98명의 혈액을 채취하고 이들 환자를 3개월 동안 추적 관찰했다. 이들 중 절반은 회복하면서 통증이 사라졌고 절반은 두 번째 방문 시에도 통증이 계속됐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났는지 보기 위해 연구진은 RNA 시퀀싱 기술을 이용해 면역 세포 속에서 어떤 RNA가 만들어졌는지 조사했다. 세포 속 유전 정보는 DNA로 들어있지만 이걸 꺼내쓸 때는 RNA로 전사된다. 따라서 어떤 RNA가 만들어졌는지 보면 세포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추론할 수 있다. 이렇게 RNA를 분석해본 결과 통증이 만성화한 요통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 면역세포 속에서 염증과 관련한 유전자가 활성화한 환자의 경우 만성 통증이 없었다. 반대로 면역세포 속에서 아무 일이 없었던 환자의 경우 만성 통증이 나타났다. 

보통 아프면 소염진통제나 스테로이드를 써서 염증을 치료한다. 불을 얼른 꺼서 만성 통증으로 발전하는 걸 막으려는 의도이다. 그런데 이번 연구 결과는 정반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단기간 염증이 굵고 짧게 나타난 사람이 예상과 반대로 회복이 좋다는 거다. 반면에 그런 염증 반응이 없었던 사람이 오히려 더 만성 통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사실 연구진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여서 이번에는 동물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동물로 생쥐의 좌골신경을 손상시켜서 통증, 염증을 유발하고 한쪽은 염증을 줄여주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덱사메타손을 투여하고 다른 집단에는 소금물을 주사했다. 처음에는 항염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쪽 생쥐가 통증 증상이 더 적게 나타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관찰한 결과 항염 주사를 맞은 쪽 생쥐가 회복이 더뎠다. 소금물만 주사한 쪽 생쥐의 경우 이삼 주 만에 통증이 사라졌지만 항염 주사를 맞은 쪽은 통증이 낫는 데 150일까지 걸렸다. 정말 염증을 낮춘 게 문제였나 확인하기 위해 염증은 낮추지 않고 통증만 완화하는 진통제(가바펜틴, 모르핀, 국소 리도카인)를 쓴 경우와 소염진통제(디클로페낙)을 쓴 경우도 비교했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소염진통제를 투여한 실험동물만 만성 통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잠깐, 위의 연구 결과가 실린 중개의학이 뭔지 살펴보자. 중개의학은 실험실에서 주로 진행되는 기초과학을 실제 환자를 돌보는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다리를 이어주는 학문이다. 동물실험으로 기전을 추론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환자에게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도 살핀다. 그러니 연구진이 영국의 급성 요통 환자 2,163명의 자료까지 들여다본 것도 이해할 만하다. 이들 중에 461명의 급성 요통은 만성 통증으로 진행했다.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소염진통제(NSAID)를 복용한 사람은 다른 약 또는 약을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만성 통증으로 진행할 확률이 거의 두 배 더 높았다. 이런 비교만으로 인과 관계를 알 수는 없지만 다른 두 연구 결과를 함께 고려하여 추론하면 비슷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갑자기 요통이 올 때는 소염진통제보다 해열진통제가 통증의 만성화를 피하는 데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 뒤에 염증으로 아픈 건 정상적 회복 과정이며 이런 염증을 가라앉히면 오히려 통증이 더 오래갈 수 있다는 게 연구자들의 추측이다. 물론 이 연구 결과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많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심한 급성 통증이 있을 때는 병원에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부터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염증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연구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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