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 약사 마스크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마스크네(Maskne)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 사용이 늘어나면서 생긴 여드름을 말한다. 지난해부터 유행한 신조어이다. 보통 사춘기까지는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의 영향을 받아 남성에게 여드름이 더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성인 여드름은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여드름이 가장 많이 나는 시기는 사춘기이고 성인이 되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대에 성인 여성의 35%, 남성의 20%가 얼굴에 여드름이 나서 고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50대 이상 성인에게서도 여성의 15%, 남성의 7%가 여드름의 영향을 받는다.
성인 여드름은 대개 사춘기 여드름이 안 낫고 성인까지 이어진 경우가 많지만, 성인이 되어서 처음 여드름이 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사춘기 때와 달리 주변에 여드름인 사람 수가 더 적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부담이 더 크다.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심하게는 우울증, 불안장애, 사회적 고립 등의 문제를 겪기도 한다. 천식, 간질, 당뇨병, 관절염만큼이나 여드름이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다.
보통 사춘기에는 남성 호르몬 때문에 피지가 과다하게 분비하고 이로 인해 여드름균(Cutibacterium acnes)이 과다 증식해 여드름이 많이 생긴다. 하지만 성인 여성의 경우 호르몬 변화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생리 전에 여드름이 주기적으로 악화되는 것도 호르몬 변화 때문이다. 유분이 많거나 모공을 밀폐시키는 화장품도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다. 메이크업을 한 뒤에 마스크를 착용하면 유분으로 인한 밀폐효과가 더 커져서 여드름이 생길 수 있다. 마스크네를 막기 위해서는 마스크 착용 부위에 화장을 최소로 하고 보습제를 발라서 피부장벽을 강화해주는 게 좋다. 바세린은 피해야 한다. 마스크 성능을 저하시킬 수 있고 모공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도 여드름의 악화 요인이다. 스트레스 없는 삶은 불가능하지만 가벼운 운동이나 취미활동 등으로 나만의 스트레스 관리 방법을 찾는 건 도움이 된다. 피임약 복용 시에 여드름이 악화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피임약 복용으로 여드름이 나아지는 경우도 있다. 의사, 약사와 상담해 자신에게 맞는 피임약을 찾아보는 게 좋다.
음식과 여드름의 관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여러 연구결과에 의하면 식습관과 여드름 사이에 관련성이 있긴 있는 것 같다. 특히 당류와 우유 섭취가 인슐린과 인슐린유사 성장인자(IGF-1)를 증가시켜 여드름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의심하는 연구자가 많다. 특정 음식 섭취 뒤에 여드름이 악화되는 것으로 의심될 때는 이삼 주 정도 해당 음식을 피하는 식으로 테스트해 보는 게 좋다.
여드름이 심한 경우에는 우선 병의원에 방문해 상담부터 받아보는 게 유익하다. 모낭 내 여드름 균을 감소시켜 염증반응을 줄이는 항생제를 먹거나 바르고 비타민A 유도체 계열의 바르는 처방약, 아주 심할 때는 이소트레티노인과 같은 먹는 처방약이 사용된다. 가벼운 여드름에는 과산화벤조일이나 살리실산(2%)이 사용된다. 과산화벤조일은 모공 속에 쌓여있는 각질을 용해시키고 세균 증식을 억제하며 염증을 줄인다. 살리실산은 모공이 막히지 않도록 도와준다. 티눈 제거에 사용되는 살리실산도 같은 성분이지만 농도가 다르므로 반드시 여드름 전용 제품을 써야 한다. 이부프로펜피코놀도 바르는 약으로 여드름 염증을 줄여준다.
과산화벤조일 성분이 함유된 약은 햇빛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할 수 있다. 그래서 가급적 밤에 바르고 낮에 햇빛에 노출을 피하는 게 좋다. 낮에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도 좋은데 유분이 많은 자외선차단제의 경우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어 선택 시 주의해야 한다. 과산화벤조일 성분 여드름 약과 비타민 A 유도체를 동시에 바르면 피부가 지나치게 건조해지거나 피부 자극이 증가할 수 있다. 함께 처방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동시에 사용을 피하는 게 좋다. 얼른 상황이 나아져서 마스크를 벗고 다녀도 될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