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 약사대체로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매 가능한 비처방약은 부작용이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수면제는 약국에서 처방 없이 사는 비처방약보다 병원에서 의사에게 처방받아서 약국에서 타는 처방약이 더 효과적이고 부작용 면에서 나을 수 있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비처방약 수면제도 안전하기는 하다.
미국 FDA는 항히스타민제인 디펜히드라민을 ‘자가 치료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면보조제’로 분류했다. 수면제는 크게 나눠서 잠이 안 올 때 졸리도록 유도해주는 수면유도제와 계속 졸리게 해서 7~8시간을 잘 수 있게 도와주는 수면제로 나눌 수 있다.
처방약을 수면제, 비처방약을 수면유도제로 분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처방약으로 쓰이는 수면제를 수면유도제라고 부르면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 비처방약 수면제는 약효가 생각보다 오래간다. 보통 약효가 7~8시간 지속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졸음이 낮에도 지속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경우에 낮에 운전이나 기계 조작을 하면 매우 위험하다.
불면증 치료에 있어서 비처방약 수면제는 일시적으로만 써야 한다. 쉽게 말해 때때로 잠이 잘 안 오는 경우에 띄엄띄엄 써야 한다. 만성 불면증 환자에게는 효과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디펜히드라민 같은 항히스타민제는 오래 쓰면 진정 효과에 대해 내성이 생겨서 효과가 떨어진다. 건강한 사람이 비처방 수면제를 매일 쓰면 4일째 되는 날 진정 효과에 대한 내성이 발생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비처방약 수면제는 일주일에 4회 이하로 필요할 때만 쓰는 걸 권장한다.
불면증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다른 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디펜히드라민을 일주일 넘게 연속으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먼저 가까운 병·의원에 방문하여 어떤 문제가 있는지 상담을 받아보아야 한다.
모든 주의사항을 숙지한 뒤에 비처방약으로 항히스타민제 성분의 수면제를 사용해보기 원하는 경우 보통 하루 1회 잠들기 30분~1시간 전에 복용하며 가장 낮은 용량부터 시작해야 한다. 처음 복용하는 사람은 연질 캡슐보다 정제가 낫다. 요즘은 정제보다 연질캡슐이 효과가 빠르다는 광고를 많이 하지만 그런 건 그냥 마케팅이다. 흡수 속도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정제는 반으로 쪼개서 적은 양을 복용할 수 있지만 연질 캡슐은 그런 게 불가능하니 용량을 조절할 수 없다.
25mg 정제로 반 알(12.5mg) 또는 한 알을 먼저 복용해보고 효과와 부작용에 따라 복용량을 조절하는 게 안전하다. 항히스타민제 계열 수면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다음 날까지 졸음이 지속되는 것 외에도 신체 운동성 저하, 몽롱한 시야, 목마름 등이 있다. 또한 항콜린작용이 있어서 협심증, 부정맥, 녹내장, 전립선 비대증, 배뇨곤란, 호흡곤란 등이 있는 환자는 복용을 주의해야 한다. 하루 복용량인 50mg을 초과해서 복용해도 효과는 별 차이가 없다. 부작용만 커진다. 심하게는 호흡곤란까지 나타날 수 있다. 비처방약 수면제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용법 용량을 지켜야 한다.
약물 상호작용도 조심해야 한다. 항히스타민 성분 수면제를 복용하는 동안에 다른 수면제, 감기약, 해열진통제, 진해거담제, 다른 항히스타민제를 함께 복용하면 과도한 진정 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이미프라민계 항우울약이나 항파킨슨약과 병용 시 요로폐색, 변비 등의 부작용이 증가할 수 있다.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할 때는 항상 지금 복용 중인 약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처방약과 비처방약을 모두 알리는 것을 습관으로 해야 한다.
처방약이든 비처방약이든 수면제를 복용하는 동안에는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위험한 습관이 될 수 있다. 어쩌다 한 번 술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조금 마시면 잠이 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술을 많이 마시고 나면 중간에 자다 깨서 수면장애를 경험하기 쉽다. 게다가 저용량 알코올의 수면 촉진 효과는 내성이 빠르게 생긴다. 결국 자려고 마시는 술의 양이 늘어나고 그러면 선잠이 들어 몇 시간 자다가 깨어서 잠을 못 자는 악순환이 생긴다.
술이나 약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수면 습관을 개선하는 게 좋다. 매일 자러 가는 시간과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하자. 자기 전에 따뜻한 목욕도 좋다. 잠자는 환경을 조용하고 어둡게 한다. 오후에는 과도한 카페인 섭취를 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