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80> 코로나19 가짜뉴스와 언론이야기
편집부
입력 2021-03-18 10: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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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코로나19 관련 오보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국내 한 언론사인 K일보는 지난주 기사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이상반응을 보이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유럽 일부 국가가 해당 백신의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고 썼다. 대형 오보이다. 백신 사용이 전면 중단된 게 아니다. 백신을 맞은 뒤 사망 사례가 나오자 이에 대한 조사를 위해 해당 제조단위(batch) 백신의 사용을 잠정 중단한 것이다. 이해하기 쉽게 집에 있는 상비약 중 하나를 집어 박스 포장을 확인해보자. 사용기한 바로 위에 20543, 20016같은 제조번호가 적혀있다. 제조단위(batch)란 대량으로 약품을 생산할 때 하나의 생산주기에 만들어낸 묶음이다. 만약 약품을 만드는 원료에 불순물이 들어가서 리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전체 약품이 문제되는 게 아니라 불순물이 혼입된 원료가 투입된 특정 생산분(batch)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해당 제조번호만 리콜하면 된다.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이번에 특정 제조단위의 백신에 대해 접종 중단을 결정한 것도 마찬가지다. 백신 자체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해서가 아니라 특정 제조번호가 붙은 생산 분량에 대해 혹시라도 혈액 응고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불순물 혼입이나 품질상 문제가 있었는가 보기 위해 해당 생산분에 대해 사용을 중단한 것이다. 집에 있는 상비약의 예로 바꾸어 생각해보자. 집에 있는 감기약의 제조번호를 확인해서 해당 제조번호면 사용을 중단하고 버려야 하지만 제조번호가 다르다면 아무 문제없이 그대로 사용해도 되는 것이다. 

제조단위(batch)에 대한 이해가 없이 단어 하나를 빼버리는 바람에 졸지에 오스트리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등 5개국이 AZ 백신 사용을 중단한 것처럼 보도되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제조번호가 ABV 5300인 백신만 사용이 중단되고 나머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그대로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오보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다행히 3월 11일 오후에 일부 매체에서 팩트체크 기사를 내보냈고 다음 날인 3월 12일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오스트리아, AZ백신 전체 중단 아닌 특정 일련번호 중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 정부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에 숨진 11명 중 8명의 사례에 대해 접종과의 관련성이 없다는 발표를 했을 때도 같은 맥락이다. 동일 요양병원, 같은 제조번호의 백신을 맞은 사람에 대한 조사 결과 중증 이상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혹시라도 해당 병원의 백신 접종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거나 특정 제조번호 제품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의미인 것이다. 관련하여 조금 더 쉬운 설명을 한 기사가 없었던 점은 아쉽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오보가 이어지는 것은 오보를 거를 만한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H언론사에서 자사 백신 보도에 대한 열린편집위원회 회의 내용을 보도한 기사를 살펴보자. 한 위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백신은 불확실한 것이 맞다. 안정성이 100%라고 전문가 중에서도 누구도 말을 못 한다.” 틀렸다. 백신의 안정성에 대해 말하는 전문가는 없다. 논점은 안정성(stability)이 아니라 안전성(safety)이다. 100% 안전한 약은 없다. 그러나 백신처럼 부작용 위험이 낮고 기대되는 유익이 큰 약은 있다. 안전성과 안정성을 헷갈리면서 백신의 안전성을 논할 수 없다. 틀린 내용을 거르지 못하고 그대로 내보낸 것은 언론사의 역량 부족이다.   

일부 언론이 의도적으로 왜곡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기네스 펠트로가 김치를 먹고 코로나19를 극복했다는 기사가 그런 경우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의료책임자인 스티븐 포위스 교수가 기네스 펠트로가 추천하는 해결책들 중 일부는 NHS에서 추천하는 해결책이 아니라고 반박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치의 효과를 칭송하는 국내 기사가 이어졌다. 포위스 교수의 다음 발언을 끝까지 읽어보지도 않고 기사를 쓴 것 같다. “코로나19를 심각하게 여기고 진지하게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바이러스처럼 가짜정보가 국경을 넘어 이동하며 변이하고 진화한다.” 그렇게 가짜뉴스가 국경을 넘는 게 한국 언론 때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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