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 약사. 2월 26일부터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이와 관련해서 약에 대한 질문이 하나 생겼다. 백신 접종 전에 진통제를 복용해도 되는가? 결론부터 살펴보자. 백신 접종 전에 진통제 복용은 피하는 게 좋다. 그러나 접종 뒤에 통증이나 불편감이 있으면 의사에게 문의하여 진통제를 복용할 수 있다. 아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한국어 안내문을 보자.
“통증이나 불편함이 있으면 백신 접종후 생기는 통증과 불편함에 대해 이부프로펜, 아스피린, 항히스타민제,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일반 의약품을 복용해도 되는지 의사에게 문의하세요. 이러한 약물을 정상적으로 복용하는 데 방해가 되는 다른 의학적 이유가 없다면 백신 접종후 부작용 완화에 이러한 약을 복용할 수 있습니다. 부작용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 전에 미리 약을 복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약이 백신 효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https://korean.cdc.gov/coronavirus/2019-ncov/vaccines/expect/after.html )
백신 접종 전에 해열제를 피하라는 뉴스는 여러 매체를 통해 이미 많이 퍼졌다. 그런데도 한국 식약처에서 공식 자료를 아직 내놓지 않은 것은 아쉽다. 대부분의 뉴스는 미국 CDC에서 내놓은 논평이나 안내 자료를 인용해서 보도됐다. YTN 와이파일은 이에 대해 자세히 다뤘는데 세계보건기구의 논평을 인용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백신 접종 시 주의사항과 관련해 백신 접종을 앞두고 이부프로펜 성분의 소염진통제를 피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WHO 대변인은 ‘이부프로펜이 우리 몸의 면역물질 생성을 억제할 수 있어 이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https://www.ytn.co.kr/_ln/0134_202102140700020292 )
이 뉴스에는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다. 우선 세계보건기구에서 백신 접종을 앞두고 소염진통제를 피하라고 권고한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WHO 대변인이 소염진통제에 대한 논평을 한 것은 작년 3월이다. 이부프로펜과 같은 소염진통제보다는 아세트아미노펜 같은 해열진통제를 쓰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세계보건기구는 이부프로펜 사용을 피할 것을 권고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대변인이 올해 백신 접종과 해열제 사용에 대해 권고를 했는데 보도가 많이 안 된 것인지 아니면 YTN 와이파일에서 작년과 올해 뉴스를 혼동하여 사용한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후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기사 출처를 링크로만 달아주면 금방 확인할 수 있는 문제다.) 기사로 다룬 매체는 많지만 한국 식약처에 관련하여 사실 확인을 하고 나서 보도한 기사는 드물다. 의약관련 이슈에 대해 제대로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기자가 늘어나길 바란다.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나서 주사 부위 통증이나 몸 전체에 발열, 오한, 피로감, 두통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정상적 면역 반응이다. 실제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나타나는 면역 반응이 경우에 따라 제어되지 않고 염증 과잉으로 인체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는 것에 반해 백신을 맞은 뒤의 면역 반응은 진짜 바이러스가 들어올 때를 대비하기 위한 통제된 면역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접종 전에 진통제 복용을 피하는 게 좋다는 것인가?
백신 접종 뒤에 염증 반응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염증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백신 접종 뒤 약간의 염증은 필요하다. 열을 낮추고 염증을 줄이는 것은 면역 반응을 방해하여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아직 논란이 있다. 관절염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매일 꾸준히 진통제를 복용해야 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계속하여 복용하면서 백신을 접종해야 할 수도 있다. 궁금할 때는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의사, 약사와 상담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