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와 변비약에 관해서는 잘못된 속설이 많다. 물을 많이 마시면 변비가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하루 물 2리터 마시기 실험을 직접 해보고 변비가 줄었다는 경험담도 종종 들린다.
하지만 물을 많이 마시면 소변을 더 자주 보게 될 뿐이다. 예외적으로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이나 탈수가 있을 때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경우 변비에 그냥 물만 많이 마시는 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섭취한 수분은 대부분 장에서 흡수되어 소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이다.
물이 변비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은 장에서 수분의 흡수를 막아주는 물질과 함께 섭취했을 경우로 한정된다. 팽창성 완하제라는 약의 작용 원리다. 차전자피와 같은 섬유질이 수분을 빨아들여 변의 부피를 늘려주어서 변을 보기 쉽게 해준다.
이때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중요하다. 섬유질이 주성분으로 된 변비약을 복용할 때 물을 적게 마시면 오히려 변비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충분히 부풀어 오르지 못한 섬유질이 장을 꽉 막히게 할 수도 있다.
실제로 21세 남성이 차전자피 변비약을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하지 않았다가 닷새 동안의 변비와 복통으로 결국 응급실을 찾은 사례가 2018년 10월 아랍에미리트에서 보고되었다. 섬유질 섭취를 늘리거나 섬유질 성분의 변비약을 복용할 경우는 한 번에 1-2잔, 하루 5-6잔의 물을 마셔주어야 한다.
다른 변비약의 작용 기전을 봐도 수분 자체로는 별 효과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폴리에틸렌글리콜(PEG), 락툴로오즈와 같은 고삼투압성 완하제는 장에서 흡수되지 않으면서 수분을 붙잡는다. 수분은 이렇게 장에서 흡수되지 않을 경우에만 변비에 효과가 있다. 흡수되지 않은 물과 약의 혼합물이 장벽에 압력을 가하고 이로 인해 장운동이 활성화되어 변을 보기 쉽게 해준다.
마찬가지로 기름도 장에서 흡수되는 경우에는 변비 완화에 효과가 없다. 미네랄 오일처럼 흡수가 되지 않는 경우에만 도움이 된다. 그러나 미네랄 오일은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를 방해하고 자칫 기도로 흘러들어갈 경우 흡인성 폐렴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센나, 비사코딜과 같은 자극성 완하제는 변비약하면 제일 먼저 떠올릴 정도로 흔하게 사용하는 약이다. 장운동을 자극하며 장내 분비를 늘리고 수분 흡수를 줄인다. 인간의 장이 좋아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성분이다. 자극성 완화제를 과하게 복용하면 구토, 설사, 복부 경련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자꾸 장을 자극하다가 내성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을 유발하는 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권장 용량에 맞춰 사용하는 한 변비약을 오래 쓴다고 내성이나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연이어 변비약을 복용하다가 약을 중단한 뒤에 바로 화장실에 갈 수 없어서 내성이 생긴 게 아닌가 걱정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때는 장이 아직 덜 채워졌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비웠으면 채워야 또 비워낼 수 있는 거다. 변비약 복용으로 화장실에 가서 장 내용물을 다 비워냈는데 금방 다시 변의가 느껴질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다이어트 중에 식사량을 줄이면 변비가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장 내용물의 부피가 줄면 변을 보는 회수와 양도 줄 수밖에 없다. 변비약 중단 뒤에 곧바로 변을 볼 수 없다고 불안해하기보다는 섬유질을 포함한 음식을 충분히 먹고 장이 다시 채워지기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
변비약 복용 시에 제일 주의해야 할 점은 단기적으로 수분과 미네랄의 균형을 깨뜨리는 문제다. 장청소가 특히 위험한 이유다. 변비약이 수분과 미네랄을 한번에 지나치게 내보내어 체내의 균형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미네랄이라고 부르는 나트륨, 칼륨, 염소 등의 전해질은 우리 몸에서 근육과 신경의 기능을 조절하는 데 필수적이다.
변비약을 과용해서, 심각한 탈수와 함께 전해질의 균형이 깨지면 신경에 문제가 생겨서 발작을 일으키거나, 심장에 무리를 주어 심하게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심장이나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경우 특히 위험하다.
<62> 물과 변비약에 대한 속설 바로잡기
정재훈 약사 기자
webmaster@yakup.com
입력 2020-06-17 18:00
수정 최종수정 2020-06-17 18:17
▲ 정재훈 약사
변비와 변비약에 관해서는 잘못된 속설이 많다. 물을 많이 마시면 변비가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하루 물 2리터 마시기 실험을 직접 해보고 변비가 줄었다는 경험담도 종종 들린다.
하지만 물을 많이 마시면 소변을 더 자주 보게 될 뿐이다. 예외적으로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이나 탈수가 있을 때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경우 변비에 그냥 물만 많이 마시는 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섭취한 수분은 대부분 장에서 흡수되어 소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이다.
물이 변비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은 장에서 수분의 흡수를 막아주는 물질과 함께 섭취했을 경우로 한정된다. 팽창성 완하제라는 약의 작용 원리다. 차전자피와 같은 섬유질이 수분을 빨아들여 변의 부피를 늘려주어서 변을 보기 쉽게 해준다.
이때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중요하다. 섬유질이 주성분으로 된 변비약을 복용할 때 물을 적게 마시면 오히려 변비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충분히 부풀어 오르지 못한 섬유질이 장을 꽉 막히게 할 수도 있다.
실제로 21세 남성이 차전자피 변비약을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하지 않았다가 닷새 동안의 변비와 복통으로 결국 응급실을 찾은 사례가 2018년 10월 아랍에미리트에서 보고되었다. 섬유질 섭취를 늘리거나 섬유질 성분의 변비약을 복용할 경우는 한 번에 1-2잔, 하루 5-6잔의 물을 마셔주어야 한다.
다른 변비약의 작용 기전을 봐도 수분 자체로는 별 효과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폴리에틸렌글리콜(PEG), 락툴로오즈와 같은 고삼투압성 완하제는 장에서 흡수되지 않으면서 수분을 붙잡는다. 수분은 이렇게 장에서 흡수되지 않을 경우에만 변비에 효과가 있다. 흡수되지 않은 물과 약의 혼합물이 장벽에 압력을 가하고 이로 인해 장운동이 활성화되어 변을 보기 쉽게 해준다.
마찬가지로 기름도 장에서 흡수되는 경우에는 변비 완화에 효과가 없다. 미네랄 오일처럼 흡수가 되지 않는 경우에만 도움이 된다. 그러나 미네랄 오일은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를 방해하고 자칫 기도로 흘러들어갈 경우 흡인성 폐렴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센나, 비사코딜과 같은 자극성 완하제는 변비약하면 제일 먼저 떠올릴 정도로 흔하게 사용하는 약이다. 장운동을 자극하며 장내 분비를 늘리고 수분 흡수를 줄인다. 인간의 장이 좋아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성분이다. 자극성 완화제를 과하게 복용하면 구토, 설사, 복부 경련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자꾸 장을 자극하다가 내성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을 유발하는 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권장 용량에 맞춰 사용하는 한 변비약을 오래 쓴다고 내성이나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연이어 변비약을 복용하다가 약을 중단한 뒤에 바로 화장실에 갈 수 없어서 내성이 생긴 게 아닌가 걱정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때는 장이 아직 덜 채워졌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비웠으면 채워야 또 비워낼 수 있는 거다. 변비약 복용으로 화장실에 가서 장 내용물을 다 비워냈는데 금방 다시 변의가 느껴질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다이어트 중에 식사량을 줄이면 변비가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장 내용물의 부피가 줄면 변을 보는 회수와 양도 줄 수밖에 없다. 변비약 중단 뒤에 곧바로 변을 볼 수 없다고 불안해하기보다는 섬유질을 포함한 음식을 충분히 먹고 장이 다시 채워지기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
변비약 복용 시에 제일 주의해야 할 점은 단기적으로 수분과 미네랄의 균형을 깨뜨리는 문제다. 장청소가 특히 위험한 이유다. 변비약이 수분과 미네랄을 한번에 지나치게 내보내어 체내의 균형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미네랄이라고 부르는 나트륨, 칼륨, 염소 등의 전해질은 우리 몸에서 근육과 신경의 기능을 조절하는 데 필수적이다.
변비약을 과용해서, 심각한 탈수와 함께 전해질의 균형이 깨지면 신경에 문제가 생겨서 발작을 일으키거나, 심장에 무리를 주어 심하게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심장이나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경우 특히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