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58> 봄철 알레르기약 사용법
정재훈 약사
입력 2020-04-22 10:20
수정
▲ 정재훈 약사 봄이면 눈, 코, 얼굴을 간지럽히는 알레르기 증상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안약, 비강 스프레이, 항히스타민제 알약의 사용이 늘어난다. 하지만 이런 약은 올바른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선 눈에 안약을 넣어줄 때는 한 번에 한 방울이 좋다. 공간이 매우 좁기 때문이다. 두세 방울을 넣으면 금방 넘쳐버린다. 두 가지 안약을 사용하는 경우 최소한 5분 이상의 간격을 둬야한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번에 두 가지 안약을 넣어주면 대부분이 눈 밖으로 새어 버린다. 안약을 넣으면 반사적으로 눈을 깜박거리기 쉽다. 이렇게 되면 눈 주변의 공간이 감고 있을 때의 1/4 수준으로 줄어들어서 안약의 80% 이상이 눈 밖으로 샌다.
안약은 볼을 적시는 약이 아니라 눈을 위한 것이다. 안약을 넣고 나서는 2분 동안 눈을 감고 있어야 약이 눈 주변에 오래 머물 수 있다. 그렇다고 눈에 대고 안약을 투하하다가는 안구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아래 눈꺼풀을 살짝 당겨 빈 공간을 만들고 그 속으로 안약을 떨어뜨리는 게 좋다.
안약은 입으로 맛보기 위한 약도 아니다. 눈에 안약을 넣었을 때 입에서 약의 맛이 느껴지는 것은 코와 눈을 이어주는 눈물관을 타고 눈에서 코 뒤쪽으로 약이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안약을 넣은 뒤에는 눈과 코 사이의 눈물관을 집게손가락으로 2분 동안 눌러주어야 한다. 안경 코받침이 닿는 부위에서 조금 더 얼굴 쪽으로 손가락을 가져가면 가느다란 관이 느껴진다. 이 관을 눌러서 흐름을 막아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안약을 넣고 나면 눈물관을 눌러준 상태로 2분 동안 눈을 감는다는 원칙을 기억하자. 이렇게 하면 안약이 작용하는 시간을 늘려서 넣자마자 안약을 또 사용해야 하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인공눈물, 항히스타민제가 들어있는 안약은 사용하면 즉시 효과를 나타내지만 크로몰린 성분의 안약은 3-4일 이상 사용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크로몰린 안약은 하루 네 번씩 규칙적으로 사용해야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콧속에 스프레이를 뿌릴 때는 오른쪽 콧구멍에는 왼손으로, 왼쪽 콧구멍에는 오른손으로 들고 엇갈리게 사용한다. 코 가운데 비중격막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바깥쪽으로 뿌리기 위한 방편이다. 약을 1-2주 이상 오랫동안 뿌리지 않았거나 처음 사용할 때는 사람이 없는 쪽으로 허공에 대고 2-3회 분무하여 약이 제대로 뿌려지도록 준비한 뒤에 사용한다. 코 속에 너무 깊숙이 넣지 않도록 한다.
코가 너무 심하게 막혀있거나 콧물이 심할 경우 가볍게 코를 풀고 나서 약을 분무한다. 약을 뿌리자마자 코를 풀면 기껏 콧속에 넣어준 약이 다 빠져나온다. 코를 풀고 싶어도 잠시 인내심을 발휘하도록 하자. 콧속에 약을 뿌릴 때는 고개를 살짝 숙여서 약이 뒤로 넘어가지 않게 한다. 약이 뒤로 넘어가면 약을 삼키게 되어 약효도 떨어지지만 살에 들려 기도로 들어갈 위험도 있다.
알레르기 비염에 주로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비강 스프레이는 처방약이다. 효과는 사용 첫날 6-8시간 지나서 나타난다. 최대 효과를 보려면 2-4주 정도 걸릴 수 있다. 하루 이틀 사용하고 효과가 없다고 단정하지 말자. 하루에 1~2회 꾸준히 사용하면 콧물, 코막힘, 재채기, 가려움증과 같은 증상이 줄어든다.
처방없이 구입 가능한 비충혈 제거 스프레이에는 항염증 효과가 없고 코막힘 증상 완화 효과만 있다. 일주일 이상 연속해서 사용하면 약 때문에 코막힘 증상이 더 심해지는 ‘약물성 비염’이 생길 수 있다.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는 규칙적으로 비충혈 제거 스프레이는 필요할 때만 쓰는 게 좋다. 콧속 건조함을 줄여주기 위해 소금물로 코를 씻어주면 알레르기 증상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먹는 항히스타민제는 불이 났을 때보다 불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더 좋다. 계절성 알레르기 증상이 있을 때는 예방 차원에서 매일 복용하는 걸 권장한다. 하지만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편이어서 증상이 가벼운 사람이라면 필요할 때만 복용해도 무방하다.
세티리진(상품명:지르텍)이 덜 졸리긴 하지만 열 명에 한 사람은 졸음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경우 로라타딘이나 펙소페나딘 성분의 항히스타민제로 바꿔 복용하면 부작용이 덜하다. 알레르기를 완치하는 약은 아직 없지만 불편함을 덜어주는 약은 이미 많다. 제대로 알고 사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