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COVID-19)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는 항생제와는 달리 개발하기가 매우 어렵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크게 유행해서 세계를 공포에 빠뜨렸지만 치료약을 만들기 어려웠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바이러스를 퇴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바이러스는 사람 세포에 비하면 크기가 너무 작다. 대표적 감기 바이러스인 리노바이러스의 직경이 30나노미터로 사람 적혈구의 8마이크로미터에 비하면 거의 270분의 1이다. 입체는 이걸 세 번 곱해야 하니 리노바이러스로 적혈구를 채우려면 바이러스 입자가 2000만 개 가까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이렇게 표적 자체가 작으니 그걸 맞추기도 어려운 셈이다.
게다가 그 표적은 인체 세포 내에 있다. 바이러스를 알코올 함유 손세정제나 비누로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외부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 인체 속으로 들어온 바이러스는 자기 스스로 복제하는 게 아니라 숙주인 사람의 세포 안으로 뚫고 들어간 다음, 인체 세포 안에 있는 장치들을 이용해서 자기를 복제한 다음에 세포를 터뜨리고 나와 주위의 다른 인체 세포들을 추가로 감염시킨다.
감기 낫겠다고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셔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은 에탄올이 인체세포 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의 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전혀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대체로 세균은 인체 세포 바깥에 있으니 비교적 잡기가 쉬운데 바이러스는 인체 세포 안으로 들어가 있으니 인체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바이러스만 잡는 약을 개발하기가 더 힘들다.
설상가상으로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는 세균 세포의 벽을 터뜨려 죽이는 방식으로 효과를 나타내는데 바이러스의 경우는 겉을 싸고 있는 껍질이 숙주인 인체 세포와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항바이러스제는 세균을 잡는 항생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역전사효소 억제제,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처럼 바이러스가 증식을 위해 필요로 하는 효소를 억제하여 효과를 내는 식이다.
항생제는 하나를 개발하면 여러 종류의 세균에 듣는다. 예를 들어 페니실린은 단 하나의 세균에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니고 다양한 세균에 효과가 있다. 항바이러스제는 이와 달라서 몇몇 특정 바이러스에만 효과가 있다. 돌연변이가 쉬운 바이러스의 속성상 약을 만들어도 내성이 생기기 쉽다는 것 또한 문제다.
그렇다고 바이러스 치료약의 미래가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이삼십 년 전에는 HIV 감염으로 AIDS(후천성 면역결핍증)에 걸리면 사망선고를 받은 것처럼 생각했지만 이제는 여러가지 항바이러스제를 함께 사용해서 HIV 감염자도 약물 치료만 제대로 받을 수 있다면 정상인과 비슷한 정도의 수명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19과 같은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에 아직 공식적 신약은 없지만 인터페론 베타,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와 같은 기존 약물, RNA 중합효소를 억제하는 렘데시비르와 같은 개발 중 약물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바이러스보다 감염된 인체 세포에 초점을 맞추어 감염된 세포를 바이러스와 함께 사멸시키는 방식의 약물에 대한 연구도 활발한데 이 경우 하나의 바이러스에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바이러스에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이론상 장점이 있다.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쓰려고 해도 복잡하다. HIV 감염증에 사용하는 종류만 7가지이다. 그에 비하면 예방은 쉽고 단순한 편이다. 올바른 콘돔 사용, 안전한 성관계, 조기 검사로 예방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의 경우도 비누로 30초 이상 꼼꼼하게 손씻기, 기침할 때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기,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마스크 착용하기, 위험지역으로 여행했을 경우 의료기관에 알리기와 같은 수칙을 준수하면 지역사회 전파를 막고 추가 감염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질병에 관한 한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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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바이러스 퇴치약 개발이 어려운 이유
정재훈 약사 기자
webmaster@yakup.com
입력 2020-02-26 09:51
수정 최종수정 2020-02-26 17:08
▲ 정재훈 약사
코로나19(COVID-19)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는 항생제와는 달리 개발하기가 매우 어렵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크게 유행해서 세계를 공포에 빠뜨렸지만 치료약을 만들기 어려웠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바이러스를 퇴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바이러스는 사람 세포에 비하면 크기가 너무 작다. 대표적 감기 바이러스인 리노바이러스의 직경이 30나노미터로 사람 적혈구의 8마이크로미터에 비하면 거의 270분의 1이다. 입체는 이걸 세 번 곱해야 하니 리노바이러스로 적혈구를 채우려면 바이러스 입자가 2000만 개 가까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이렇게 표적 자체가 작으니 그걸 맞추기도 어려운 셈이다.
게다가 그 표적은 인체 세포 내에 있다. 바이러스를 알코올 함유 손세정제나 비누로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외부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 인체 속으로 들어온 바이러스는 자기 스스로 복제하는 게 아니라 숙주인 사람의 세포 안으로 뚫고 들어간 다음, 인체 세포 안에 있는 장치들을 이용해서 자기를 복제한 다음에 세포를 터뜨리고 나와 주위의 다른 인체 세포들을 추가로 감염시킨다.
감기 낫겠다고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셔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은 에탄올이 인체세포 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의 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전혀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대체로 세균은 인체 세포 바깥에 있으니 비교적 잡기가 쉬운데 바이러스는 인체 세포 안으로 들어가 있으니 인체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바이러스만 잡는 약을 개발하기가 더 힘들다.
설상가상으로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는 세균 세포의 벽을 터뜨려 죽이는 방식으로 효과를 나타내는데 바이러스의 경우는 겉을 싸고 있는 껍질이 숙주인 인체 세포와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항바이러스제는 세균을 잡는 항생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역전사효소 억제제,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처럼 바이러스가 증식을 위해 필요로 하는 효소를 억제하여 효과를 내는 식이다.
항생제는 하나를 개발하면 여러 종류의 세균에 듣는다. 예를 들어 페니실린은 단 하나의 세균에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니고 다양한 세균에 효과가 있다. 항바이러스제는 이와 달라서 몇몇 특정 바이러스에만 효과가 있다. 돌연변이가 쉬운 바이러스의 속성상 약을 만들어도 내성이 생기기 쉽다는 것 또한 문제다.
그렇다고 바이러스 치료약의 미래가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이삼십 년 전에는 HIV 감염으로 AIDS(후천성 면역결핍증)에 걸리면 사망선고를 받은 것처럼 생각했지만 이제는 여러가지 항바이러스제를 함께 사용해서 HIV 감염자도 약물 치료만 제대로 받을 수 있다면 정상인과 비슷한 정도의 수명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19과 같은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에 아직 공식적 신약은 없지만 인터페론 베타, 단백질 분해효소 억제제와 같은 기존 약물, RNA 중합효소를 억제하는 렘데시비르와 같은 개발 중 약물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바이러스보다 감염된 인체 세포에 초점을 맞추어 감염된 세포를 바이러스와 함께 사멸시키는 방식의 약물에 대한 연구도 활발한데 이 경우 하나의 바이러스에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바이러스에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이론상 장점이 있다.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쓰려고 해도 복잡하다. HIV 감염증에 사용하는 종류만 7가지이다. 그에 비하면 예방은 쉽고 단순한 편이다. 올바른 콘돔 사용, 안전한 성관계, 조기 검사로 예방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의 경우도 비누로 30초 이상 꼼꼼하게 손씻기, 기침할 때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기,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마스크 착용하기, 위험지역으로 여행했을 경우 의료기관에 알리기와 같은 수칙을 준수하면 지역사회 전파를 막고 추가 감염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질병에 관한 한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