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초 아스피린이 대장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가 뉴스로 전해졌다. 미국에서 생쥐 실험으로 진행된 이 연구에서는 아스피린이 대장암 진행과 재발 차단에 효과가 나타나는지에 더해 왜 그런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주로 살펴본 것이었다. 동물 실험 결과이므로 사람에게도 동일한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전에도 아스피린의 암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우선 대장암에 대한 여러 연구들을 종합하면, 아스피린이나 다른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인구 통계 평균에 비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20-40%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문제는 양이다.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 용량은 하루 600mg으로 심근경색을 예방하기 위해 쓰는 저용량아스피린(80-100mg)에 비하면 6배 이상 많은 양이다. 이렇게 고용량이 되면 위장관 출혈과 같은 부작용이 증가한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특정 유전자형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아스피린 복용이 오히려 대장암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립선암에 대한 다른 연구에서는 60세 이상 남성 1000여명을 6년 동안 관찰한 결과, 아스피린 복용 그룹의 전립선암 발병률이 4%로, 복용하지 않은 그룹 9%보다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관찰 연구여서 한쪽은 아스피린, 한쪽은 가짜약을 주고 실험하는 무작위대조시험(RCT)을 통한 연구에 비해 신빙성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유방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연구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예방 효과가 그리 크지 않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대장암 위험을 낮추는 효과도 10년 이상 장기 복용을 한 경우에만 나타난다.
대장암을 예방해보겠다고 의사와 상의 없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아스피린에는 위장관 출혈과 같은 부작용 위험도 있으므로 복용시 예상되는 위해성과 유익성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가 저울질 해봐야한다. 대장암 예방에는 여러 요인이 관련되어 있다.
과도한 음주는 특히 남자의 경우에 직장암의 위험을 키우며 흡연은 대장 선종과 대장암의 위험도를 모두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한 대장암에 대한 유전적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한 상담 뒤에 아스피린 복용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대개는 생활 습관 조정으로 위험 요인을 피하는 게 더 확실하며 안전한 방법이다.
아스피린을 심혈관계 질환 예방 목적으로 복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만약 아스피린을 그런 예방 목적으로 복용 중일 때는 두통이나 관절통 등으로 약을 필요로 할 때 가급적 소염진통제보다는 해열진통제를 선택해야 한다.
소염진통제는 아스피린의 혈소판 응집 억제 효과를 떨어뜨린다.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해열진통제는 소염효과가 없어서 염증을 낮춰주진 못하지만 대신 혈소판 응집에 영향이 거의 없다. 부득이하게 소염진통제를 써야 할 때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한 시간 전에 먼저 복용하여 아스피린이 먼저 제자리에 가서 약효를 나타내도록 하고 그 다음에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게 좋다.
거꾸로 소염진통제를 먼저 복용하고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만성질환으로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을 때도 약국에서 일반약을 구입할 때도 항상 미리 자신이 복용하는 약을 알리고 안전성을 점검받는 걸 습관으로 해야 한다.
간혹 저용량아스피린을 베이비아스피린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베이비아스피린이 있긴 하지만 어린이에게 아스피린은 좋은 약이 아니다. 라이 증후군(Reye's syndrome)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12세 미만의 어린이에게는 아스피린이나 아스피린 함유 제품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환자가 임신 중이거나 고혈압, 심부전증, 신부전증을 겪는 경우 또는 아스피린에 대한 과민반응이 있는 경우에는 아스피린이나 기타 소염진통제가 함유된 약품의 사용을 피해야 한다. 약에 대한 연구 결과나 관련 뉴스를 볼 때는 만인에게 유익한 약은 없다는 점부터 떠올려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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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논란의 약 아스피린 이야기
정재훈 약사 기자
webmaster@yakup.com
입력 2020-01-29 09:14
수정 최종수정 2020-02-10 10:39
▲ 정재훈 약사
지난 1월 초 아스피린이 대장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가 뉴스로 전해졌다. 미국에서 생쥐 실험으로 진행된 이 연구에서는 아스피린이 대장암 진행과 재발 차단에 효과가 나타나는지에 더해 왜 그런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주로 살펴본 것이었다. 동물 실험 결과이므로 사람에게도 동일한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전에도 아스피린의 암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우선 대장암에 대한 여러 연구들을 종합하면, 아스피린이나 다른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인구 통계 평균에 비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20-40%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문제는 양이다.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 용량은 하루 600mg으로 심근경색을 예방하기 위해 쓰는 저용량아스피린(80-100mg)에 비하면 6배 이상 많은 양이다. 이렇게 고용량이 되면 위장관 출혈과 같은 부작용이 증가한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특정 유전자형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아스피린 복용이 오히려 대장암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립선암에 대한 다른 연구에서는 60세 이상 남성 1000여명을 6년 동안 관찰한 결과, 아스피린 복용 그룹의 전립선암 발병률이 4%로, 복용하지 않은 그룹 9%보다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관찰 연구여서 한쪽은 아스피린, 한쪽은 가짜약을 주고 실험하는 무작위대조시험(RCT)을 통한 연구에 비해 신빙성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유방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연구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예방 효과가 그리 크지 않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대장암 위험을 낮추는 효과도 10년 이상 장기 복용을 한 경우에만 나타난다.
대장암을 예방해보겠다고 의사와 상의 없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아스피린에는 위장관 출혈과 같은 부작용 위험도 있으므로 복용시 예상되는 위해성과 유익성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가 저울질 해봐야한다. 대장암 예방에는 여러 요인이 관련되어 있다.
과도한 음주는 특히 남자의 경우에 직장암의 위험을 키우며 흡연은 대장 선종과 대장암의 위험도를 모두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한 대장암에 대한 유전적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한 상담 뒤에 아스피린 복용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대개는 생활 습관 조정으로 위험 요인을 피하는 게 더 확실하며 안전한 방법이다.
아스피린을 심혈관계 질환 예방 목적으로 복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만약 아스피린을 그런 예방 목적으로 복용 중일 때는 두통이나 관절통 등으로 약을 필요로 할 때 가급적 소염진통제보다는 해열진통제를 선택해야 한다.
소염진통제는 아스피린의 혈소판 응집 억제 효과를 떨어뜨린다.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해열진통제는 소염효과가 없어서 염증을 낮춰주진 못하지만 대신 혈소판 응집에 영향이 거의 없다. 부득이하게 소염진통제를 써야 할 때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한 시간 전에 먼저 복용하여 아스피린이 먼저 제자리에 가서 약효를 나타내도록 하고 그 다음에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게 좋다.
거꾸로 소염진통제를 먼저 복용하고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만성질환으로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을 때도 약국에서 일반약을 구입할 때도 항상 미리 자신이 복용하는 약을 알리고 안전성을 점검받는 걸 습관으로 해야 한다.
간혹 저용량아스피린을 베이비아스피린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베이비아스피린이 있긴 하지만 어린이에게 아스피린은 좋은 약이 아니다. 라이 증후군(Reye's syndrome)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12세 미만의 어린이에게는 아스피린이나 아스피린 함유 제품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환자가 임신 중이거나 고혈압, 심부전증, 신부전증을 겪는 경우 또는 아스피린에 대한 과민반응이 있는 경우에는 아스피린이나 기타 소염진통제가 함유된 약품의 사용을 피해야 한다. 약에 대한 연구 결과나 관련 뉴스를 볼 때는 만인에게 유익한 약은 없다는 점부터 떠올려보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