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 약사운동하다 다쳤을 때 처음엔 쿨파스를 나중엔 핫파스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다음,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 메인에 종종 올라온다. 그렇지 않다. 파스에는 그런 구분이 필요 없다.
그런데 왜 이런 잘못된 정보가 계속 이어지는가? 직관적으로 보면 맞을 거 같기 때문이다. 핫파스는 온찜질처럼 뜨거운 느낌이고 쿨파스는 얼음찜질처럼 차가운 느낌이다. 오류는 여기서 시작된다. 과학적 정보와 직관이 뒤섞여 잘못된 추론으로 이어진다.
운동하다가 가볍게 넘어지거나 다쳐서 관절이 부으면 얼음찜질을 해서 해당 부위의 혈관을 수축시키고 붓기를 가라앉히길 권한다.
안 움직이는 게 좋고(Rest), 얼음찜질(Ice) 해주고, 압박붕대 해주고(Compression), 아픈 부위를 높여주는 게(Elevation) 좋다는 걸 기억하기 쉽도록 각각의 영어 머릿글자를 따서 RICE라고 한다.
가벼운 부상이 있고 처음 48시간 동안은 RICE가 중요하다. 48시간이 지나고 붓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고 난 다음에는 반대로 온찜질을 해주는 게 낫다. 통증을 줄이고 경직된 주변 근육을 풀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파스에는 통하지 않는다.
멘톨 성분이 들어있는 쿨파스라고 하여 실제로 체온을 낮추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멘톨은 냉감각을 자극하지만 혈관을 확장시킨다. 이에 대해서는 2018년 6월 국제스포츠물리치료학회지에 실린 논문을 참고할 만하다.
연구자들은 대퇴부 얼음찜질과 멘톨 함유 젤이 냉감, 피부온도, 피부혈류량, 심부체온, 근육내 온도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멘톨을 함유 젤을 대퇴부(넓적다리)에 발라주면 시원한 느낌에 더해 피부온도를 낮춰주었지만 심부체온이나 근육내 온도에는 영향이 없었다.
해당 부위의 피부의 혈류량은 증가했지만 대퇴부 동맥혈류에는 차이가 없었다. 젤을 발라준 부위의 피부온도가 낮아지는 것은 멘톨과는 관계없이 젤 속의 액체 성분이 증발하면서 기화열을 빼앗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젤이나 스프레이 제형의 약을 바르거나 뿌려주면 액체 성분이 증발하면서 해당 부위의 체온을 조금 낮출 수는 있으나 붙이는 파스의 경우에는 이런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운동하다가 가볍게 다쳤을 때는 뿌리는 스프레이나 바르는 젤 타입의 약이 붙이는 파스보다 낫다.
요약하면 파스와 찜질은 다르다. 온찜질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냉찜질은 혈관을 수축시킨다. 하지만 핫파스와 쿨파스는 붙였을 때 느낌은 다르지만 혈관을 확장시키는 면에서는 효과가 동일하다. 그렇다고 붓기를 빼는 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파스 속 멘톨을 비롯한 약성분에 항염 작용도 있기 때문이다. 운동하다 가볍게 다쳤을 때 처음 48시간은 냉찜질, 48시간 이후에는 온찜질이 좋다. 파스는 이런 구분 없이 써도 된다.
단, 파스를 사용한 부위는 온찜질하면 화상 위험이 있으므로 파스나 찜질 중 하나를 선택해서 쓰는 게 안전하다.
전에도 다른 매체에 파스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또 파스에 대한 글을 쓴 것은 파스의 사용법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섞인 기사가 포털 메인에 떴기 때문이다.
핫파스, 쿨파스에 대한 불필요한 구분에 더해 파스를 붙일 때 피부가 가려운 사람이라면 로션이나 크림을 바르라는 설명도 덧붙여진 기사였다. 역시 잘못된 정보다.
로션이나 크림을 바른다고 파스 속 접착제 성분에 대한 보호막을 형성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지만 만약 그런 보호막이 생긴다면 파스 속 약성분도 제대로 흡수되지 않을 것이다.
파스의 접착제 성분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붙이는 타입의 파스보다 바르는 젤이나 뿌리는 스프레이 제형을 고르는 게 좋다.
약에 대한 방송이나 기사에 종종 잘못된 정보가 실리는 것은 이전에 누군가가 잘못된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전에 알려진 내용과 최신 연구결과가 다른데 정보 업데이트가 덜 되어서 그런 경우도 있다.
전문가일수록 약에 대해 말할 때 조심스럽게 재확인을 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에게 필요한 약에 대한 지식은 직관이 아니라 과학에 근거한 정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