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 약사 카페인은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약성분 중 하나다. 보통 자양강장제 드링크에는 카페인이 30mg, 복합진통제에는 한 알에 30~50mg정도가 들어 있다. 종합감기약에도 카페인이 포함된다. 특히 매일 습관적으로 오용되는 문제가 심각한 물약 종합감기약에는 카페인이 30mg까지 들어있다. 간혹 두통약이나 감기약을 먹은 날 잠을 청하기 더 힘든 이유다.
카페인이 약에 괜히 들어가는 건 아니다. 복합진통제 속 카페인은 약이 더 빠르게 효과를 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카페인 단독으로는 진통 효과가 없지만 진통제 약성분의 흡수 속도를 높여주거나 또는 약성분이 몸에서 제거되는 걸 늦춰서 약효를 높인다. 감기약 속 카페인도 마찬가지로 두통을 비롯한 통증 개선이나 감기로 인한 불편감을 줄여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
문제는 카페인은 식품에도 들어있고, 약에도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주의하지 않으면 과잉으로 인한 부작용을 경험하기 쉽다. 커피전문점 기본 사이즈 커피 한 잔에 100-200mg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커피 한두 잔에 감기약 또는 두통약의 2-3회 분량의 카페인을 더하면 식약처의 성인 하루 카페인 섭취 권장량 400mg을 넘기기 쉽다. 제일 쉽게 생각나는 부작용은 불면증이지만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도 카페인 과잉 때문이다. 카페인이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혈압도 상승할 수 있다.
커피를 잘 안마시던 사람의 경우 갑작스런 카페인 섭취는 크게 5-10mmHg까지 혈압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고혈압 때문에 약을 복용 중이라고 커피를 피할 필요는 없다. 매일 같이 커피를 마시는 사람에 있어서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혈압이 올라가더라도 아주 살짝 상승하는 정도에 그친다. 다만 커피를 꾸준히 일정하게 마시는 사람에 비해 마시다 안마시다 하는 경우 카페인으로 인해 혈압이 요동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고혈압 환자들은 이런 경우 혈압 증가가 정상에 비해 1.5배 더 크게 나타난다.
커피 여러 잔을 마셔도 아무 문제없이 잘 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카페인 함유 두통약 한 알만 먹어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마다 간에서 카페인을 대사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 몸속으로 들어온 카페인을 청소해서 내보내는 속도 차이가 크게 4배까지 날 수 있다. 반응이 민감한 사람일수록 카페인 효과가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흡연도 카페인 부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흡연하면 간에서 카페인 대사효소(CYP1A2)가 더 많이 만들어진다. 쉽게 말해 담배 피우는 사람은 카페인이 빨리 사라지므로 그 효과나 부작용에 더 둔감해진 상태다. 흡연자가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숨은 이유다. 반대로 금연하면 간 대사효소가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므로 커피 속 카페인에 민감해진다. 그래서 금연 뒤에는 커피 마시는 양을 줄여주는 게 좋다. (카페인 대사효소의 활성 증가는 담배 연기에 의한 것이므로 니코틴 패치와 같은 금연보조제로 흡연을 대신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카페인에 민감해진다.)
나이가 들면서 카페인을 포함한 약물 대사 속도가 느려진다. 젊었을 때는 커피를 마셔도 밤에 잘 자던 사람이 나이 들면서 커피 한두 잔에도 밤을 지새우며 괴로워하는 이유다. 이 때 약에 카페인이 들어있는 걸 모르고 평소처럼 커피를 마시면 둘의 카페인이 더해져서 효과가 더 강력해진다.
약과 커피 또는 카페인 음료가 충돌하는 경우를 조금 더 살펴보자. 철분제를 커피와 함께 복용하면 흡수가 저하될 수 있다. 커피는 칼슘 배출을 조금 증가시키고 흡수를 약간 떨어뜨리므로 칼슘보충제도 커피와 동시보다는 2-3시간 떨어뜨려 복용하는 게 좋다. 퀴놀론계 항생제와 플루복사민이라는 항우울제는 카페인 대사를 막아서 부작용이 늘어날 수 있으니 평소보다 카페인 섭취를 줄여야 한다.
약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모르고 먹을 때가 많다. 약 사용 설명서나 뒷포장 면에 카페인 함유 유무와 함량을 체크하는 걸 습관으로 하면 카페인 과잉으로 인한 괴로움을 피할 수 있다. 카페인이 들어있는 약인지 아닌지 구입 전에 약사와 미리 상담해보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알쓸신약 칼럼을 수시로 읽는 것까지 습관으로 한다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