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20> 감기약 바로 알기
정재훈 약사
입력 2018-10-24 09:40 수정 최종수정 2018-10-2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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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연중 이맘때면 가장 관심이 가는 약은 역시 감기약이다. 감기는 약 먹으면 일주일, 안 먹으면 7일이라는 말처럼 감기약은 증상을 완화시킬 뿐 원인을 치료하거나 앓는 기간을 단축하지 못한다. 감기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다.

200종이 넘는 원인 바이러스를 상대하는 약을 만들기도 어렵지만 거금을 들여 약을 개발한다고 해도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비싼 신약에 지갑을 열 소비자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요즘은 감기 초기에 잡으라는 약 광고도 많다. 그런 광고는 누가 나와서 말하든 과대광고다. 종합감기약에는 감기를 초기에 잡을 수 있는 힘이 없다. 그래도 증상 완화를 위해 먹긴 먹어야 할 수 있지만 부작용을 조심해야 한다.

졸음, 구강 건조 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주의사항이 은근히 많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전립선 비대증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조심하지 않으면 곤란한 일을 겪을 수 있다.

캐나다 약국에서 일할 때 당뇨병 환자가 약국에 오면 감기약 시럽에 설탕이 들어 있을까봐 걱정하며 물어볼 때가 많았다. 하지만 당뇨에 감기약을 주의해야 하는 것은 감기약 시럽에 설탕이 들어있어서가 아니다.

설탕시럽이라고 해도 약으로 섭취하는 설탕의 양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시럽에 설탕이 충분히 들어가면 다른 보존제가 필요 없다. 합성 보존제라는 말만 들어도 공포심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설탕시럽제가 딱이다.)

주의가 필요한 것은 감기약 성분 때문에 나도 모르게 혈당이 올라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코 감기약 속의 막힌 코를 뚫어주는 비충혈제거약 성분은 혈당을 높이고, 이에 더해 말초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당뇨환자들에게 혈관계 합병증을 높일 위험이 있다.

고혈압에도 비충혈제거약이 문제가 된다. 이 약은 혈관을 수축시켜서 막힌 코를 뚫어준다. 정상 혈압인 경우, 감기약 속의 비충혈제거약 정도로는 혈압에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고혈압인 경우 감기약 때문에 혈압이 오를 수 있다.

항고혈압 약은 대체로 혈관을 확장시켜서 혈압을 낮춰주는데, 이와 정반대로 혈관을 수축시키는 코 감기약이 애써 복용하는 혈압강하제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셈이다.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으면 코가 막혀도 참고만 살아야 한다는 건가? 그렇진 않다. 콧속에 분무하는 스프레이 타입의 비충혈제거약을 쓰면 된다. (단 3-5일 이상 연속으로 쓰면 반동성 비충혈이라는 부작용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소금물 농도를 3%로 진하게 만든 비강 분무액을도 도움이 된다. 이런 약들은 콧속에서만 주로 작용하여 혈압이나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그만큼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에게도 안전하다.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 중장년 남성도 감기약을 조심해야 한다. 감기약 속에는 비충혈제거약에 더해 항히스타민제도 들어있다. 두 약이 모두 소변 배출을 방해한다. 전립선비대증으로 전립선이 요도를 막고 있어서 본래 소변이 시원치 않은데, 약으로 아예 막혀 버리면 감기약 때문에 응급실행을 경험할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 때문에 졸음이 오니까 밤에 감기약을 먹고 바로 드러눕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게 하면 비충혈제거약 때문에 악몽을 꾸거나 자다 깰 수 있다.

끝으로 감기약 속 진통제도 조심해야 한다. 두통약, 감기약, 근육통약 등의 다양한 약에 동일한 진통제 성분(아세트아미노펜)이 들어있다. 모르고 함께 복용하면 아세트아미노펜 과잉으로 간독성 부작용을 겪을 위험이 커진다.

감기약 하나만 해도 알아두어야 할 지식이 이렇게 많다. 복잡한 내용을 어떻게 다 기억할까 고민될 수 있다. 하지만 명쾌한 해결책이 있다. 나만의 단골 약국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앓고 있는 질환, 먹고 있는 처방약, 비처방약의 종류, 부작용, 복용 방법 등을 세부적으로 아는 약사와 상담한다면 감기약을 먹는 게 나을지, 안 먹는 게 나을지, 복용한다면 어떤 약을 선택하는 게 좋을지 현명한 선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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