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정재훈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약이야기
<14> 냄새나는 약 메트포르민 이야기
정재훈 약사
입력 2018-07-18 09:40 수정 최종수정 2018-07-1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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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때문에 입에 넣기 힘들었던 알약을 떠올려보자. 우선 생각나는 건 비타민이다. 종합비타민제나 비타민B 컴플렉스에는 티아민, 즉 비타민B1이 들어있는데, 화학 구조상 황이 들어있어서 특유의 불쾌한 냄새가 난다.

하지만 냄새에 관한 한 티아민보다 더 악명 높은 약은 2형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메트포르민(metformin)이다. 이 약이 악취가 심해 많은 환자들이 복용을 주저하거나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

2010년 2월 의사와 약사가 공동으로 참여한 연구 보고가 내과 전문저널인 ‘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실렸다. 메트포르민의 악취가 해당 치료제의 빈번한 부작용으로 알려진 메스꺼움(nauseated)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었다. 연구진은 환자들이 메트포르민에 대해 왜 그러한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해 했으나 이와 관련된 연구 보고서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금까지 많은 환자들이 메트포르민이 그들을 메스껍게 한다는 점을 느꼈을 것이나 당연한 반응 혹은 개인차로 치부해 간과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트포르민이 일부 환자들에 생선 비린내와 땀에 쩔은 양말 냄새 같은 악취를 풍겨 보통 식후 바로 복용하는 환자들을 괴롭게 한다는 것이었다.

보고서의 저자 앨런 펠레티에는 메트포르민의 독특한 악취가 환자들이 복용을 중단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으므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방정 제제로 메트포르민을 별 문제 없이 여러 해 동안 복용한 성인 당뇨 환자가 속방정으로 제형을 교체하자마자 복용을 중단한 경우를 예로 들었다.

펠레티에는 “속방성 제제가 생선 썩은 냄새를 풍겨 환자를 메스껍게 만들었다”고 강조하고 서서히 용해되는 서방정의 경우 코팅이 되어 있으므로 냄새 문제가 덜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메트포르민의 암모니아 비슷한 냄새는 약성분 자체로 인한 것이므로, 냄새를 덮을 수는 있어도 제거할 수는 없다. 비슷한 다른 예로 고혈압이나 심장기능부전에 사용되는 이뇨제 스피로노락톤에서도 박하 또는 민트 같은 냄새가 난다.

항고혈압약 딜티아젬에서는 플라스틱 같은 냄새가 나고, 페니실린과 세팔로스포린 계열의 항생제에서도 유황 냄새가 난다. 그중에서도 악명 높은 세팔렉신의 경우 달걀 썩는 냄새가 아주 고약하다. 사이클로스포린 같은 면역억제제도 불쾌한 냄새가 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런 냄새가 약성분 자체의 화학구조로 인한 것이므로, 약효와는 관계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펠레티에가 사례로 든 환자의 경우처럼 냄새 때문에 환자가 약 복용을 중단하면 문제가 된다.

메트포르민의 악취에 대한 환자들의 반응을 더 깊이 있게 연구한 후속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메트포르민은 냄새 때문에 복용을 포기하기에는 장점이 많은 약이다. 메트포르민은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며 간에서 포도당이 과다하게 생합성되는 것을 막아 혈당을 떨어뜨린다. 또한 근육에서 포도당 흡수 및 이용을 늘려준다.

메트포르민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지 않으며 저혈당과 체중 증가와 같은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는 면에서도 설포닐우레아와 같은 다른 경구용 혈당강하제보다 낫다고 볼 수 있다. 메트포르민은 지방산의 산화를 억제하고 혈액 내 지방(TG)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킨다. 메트포르민이 비만이나 대사 증후군이 동반된 당뇨병의 경우에 1차 선택약으로 사용되는 이유다. 흥미롭게도 메트포르민이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되어서 이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다수의 연구에서 2형 당뇨 환자는 다양한 암(간, 췌장, 자궁내막, 대장, 직장, 유방, 방광암)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메트포르민을 장기 복용한 당뇨 환자를 추적한 연구에서 암 발생률과 암으로 인한 사망률 감소가 관찰됐다.

하지만 아직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인과 관계가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메트포르민에 정말 암의 예방 또는 치료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염증과 산화 손상을 줄이고 칼로리 제한 다이어트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는 메트포르민에 실제 수명 연장 효과가 있을지도 관심의 초점이다. 장수나 암 예방을 목적으로 이 약을 복용해야겠다는 결심을 할 정도로 효과가 분명하게 증명된 연구 결과는 아직 없지만, 냄새 때문에 약을 포기하려던 당뇨환자들에게는 용기를 줄만한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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