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는 약 먹으면 일주일, 안 먹으면 7일 간다는 말처럼 현존하는 감기약은 모두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감기의 원인이 바이러스를 퇴치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신물질은 감기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걸 막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화제가 된 것이다.
약국에서 가장 흔한 질문 중 하나가 감기 원인 치료약은 왜 없냐는 거다. 답은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200종이 넘는 변종이 있다. 감기환자 전체의 30-50%에서 발견되는 리노바이러스만 해도 혈청형(serotype)이 100가지가 넘는다. 이렇게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해 일일이 백신을 만들 수도 없는 데다 변이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어려움이 가중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대신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는 인체 세포 내에 있는 물질을 이용해서 바이러스를 막으려고 시도하는 과학자들이 많다.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 연구팀에서 이번에 발표한 실험 결과도, 감기 바이러스가 인간의 체내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증식하는 데 이용하는 인간 세포 안의 단백질 N-미리스토일트랜스페라제(NMT)를 표적으로 하는 신물질(IMP-1088)에 대한 것이었다.
감기 바이러스는 자체 공장을 운영하는 대신에 숙주 인체 세포의 NMT라는 효소를 납치하여 자신의 단백질 피각(capsid)을 만들어낸다. 감기 바이러스의 주류를 이루는 리노바이러스를 포함하여 피코르나바이러스과에 속하는 바이러스는 공통적으로 NMT를 납치하여 이용한다. 때문에 IMP-1088은 다양한 리노바이러스 변종에 효과가 있다.
이 신물질의 개발과정도 흥미롭다. 원래 IMP-1088은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되고 있었다. 처음부터 신물질을 합성하기보다는 이미 찾아둔 말라리아 원충 속 NMT 효소를 억제하는 물질을 비슷한 구조를 가진 인체세포 속 NMT 효소를 막는 용도로 변형시키는 더 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연구진은 원래의 물질보다 효력이 1000배 이상 강하여 적은 양으로도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내는 신물질을 개발했다.
감기 바이러스 자체 대신 바이러스가 이용하는 숙주 인간 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는 전에도 개발을 시도한 바 있지만 대부분 인체에 해를 끼치는 부작용 문제로 인해 실패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IMP-1088은 인간 세포를 대상으로 진행한 시험관 실험에서 사람 세포에 대한 독성 없이 항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냈다. 바이러스가 아닌 인체 세포의 효소를 표적으로 한 덕분에 내성 문제도 피해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신물질의 단점은 아직 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연구는 아직 초기단계이며 이제 겨우 실험실에서 배양세포를 대상으로 연구한 단계에서는 인체에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임상 시험에서 효과가 입증될 수 있을 것인가는 더 큰 장벽이다.
2000년대 초반 감기치료 항바이러스 신약으로 기대를 불러모았던 루핀트리버와 피코버가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고 실패한 것을 떠올려봐도 갈 길이 멀다. IMP-1088 역시, 감기 바이러스 감염 후 3시간 이내에 신속하게 투여할수록 효과가 커서 스프레이 형태로 연구 개발 중이지만 실제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지, 감기치료 효과를 입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성공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IMP-1088이 이 모든 장벽을 넘어 감기치료 신약으로 개발에 성공한다면, 옆에서 자꾸 재채기하는 감기환자 때문에 불안한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될 듯하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에만 기대기보다는 지금 가능한 예방 방법을 사용하는 게 현명한 태도일 거다.
비록 감기를 뿌리 뽑는 약은 아직 없지만, 수시로 손을 씻고, 감기에 걸리면 가급적 집에서 쉬고, 재채기할 때는 사람이 없는 쪽으로 팔이나 옷소매에 대고 기침하는 걸 습관으로만 해도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틈만 나면 약국에서 떠들고 싶은 이야기다.
감기는 약 먹으면 일주일, 안 먹으면 7일 간다는 말처럼 현존하는 감기약은 모두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감기의 원인이 바이러스를 퇴치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신물질은 감기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걸 막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화제가 된 것이다.
약국에서 가장 흔한 질문 중 하나가 감기 원인 치료약은 왜 없냐는 거다. 답은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200종이 넘는 변종이 있다. 감기환자 전체의 30-50%에서 발견되는 리노바이러스만 해도 혈청형(serotype)이 100가지가 넘는다. 이렇게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해 일일이 백신을 만들 수도 없는 데다 변이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어려움이 가중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대신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는 인체 세포 내에 있는 물질을 이용해서 바이러스를 막으려고 시도하는 과학자들이 많다.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 연구팀에서 이번에 발표한 실험 결과도, 감기 바이러스가 인간의 체내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증식하는 데 이용하는 인간 세포 안의 단백질 N-미리스토일트랜스페라제(NMT)를 표적으로 하는 신물질(IMP-1088)에 대한 것이었다.
감기 바이러스는 자체 공장을 운영하는 대신에 숙주 인체 세포의 NMT라는 효소를 납치하여 자신의 단백질 피각(capsid)을 만들어낸다. 감기 바이러스의 주류를 이루는 리노바이러스를 포함하여 피코르나바이러스과에 속하는 바이러스는 공통적으로 NMT를 납치하여 이용한다. 때문에 IMP-1088은 다양한 리노바이러스 변종에 효과가 있다.
이 신물질의 개발과정도 흥미롭다. 원래 IMP-1088은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되고 있었다. 처음부터 신물질을 합성하기보다는 이미 찾아둔 말라리아 원충 속 NMT 효소를 억제하는 물질을 비슷한 구조를 가진 인체세포 속 NMT 효소를 막는 용도로 변형시키는 더 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연구진은 원래의 물질보다 효력이 1000배 이상 강하여 적은 양으로도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내는 신물질을 개발했다.
감기 바이러스 자체 대신 바이러스가 이용하는 숙주 인간 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는 전에도 개발을 시도한 바 있지만 대부분 인체에 해를 끼치는 부작용 문제로 인해 실패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IMP-1088은 인간 세포를 대상으로 진행한 시험관 실험에서 사람 세포에 대한 독성 없이 항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냈다. 바이러스가 아닌 인체 세포의 효소를 표적으로 한 덕분에 내성 문제도 피해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신물질의 단점은 아직 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연구는 아직 초기단계이며 이제 겨우 실험실에서 배양세포를 대상으로 연구한 단계에서는 인체에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임상 시험에서 효과가 입증될 수 있을 것인가는 더 큰 장벽이다.
2000년대 초반 감기치료 항바이러스 신약으로 기대를 불러모았던 루핀트리버와 피코버가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고 실패한 것을 떠올려봐도 갈 길이 멀다. IMP-1088 역시, 감기 바이러스 감염 후 3시간 이내에 신속하게 투여할수록 효과가 커서 스프레이 형태로 연구 개발 중이지만 실제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지, 감기치료 효과를 입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성공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IMP-1088이 이 모든 장벽을 넘어 감기치료 신약으로 개발에 성공한다면, 옆에서 자꾸 재채기하는 감기환자 때문에 불안한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될 듯하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에만 기대기보다는 지금 가능한 예방 방법을 사용하는 게 현명한 태도일 거다.
비록 감기를 뿌리 뽑는 약은 아직 없지만, 수시로 손을 씻고, 감기에 걸리면 가급적 집에서 쉬고, 재채기할 때는 사람이 없는 쪽으로 팔이나 옷소매에 대고 기침하는 걸 습관으로만 해도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틈만 나면 약국에서 떠들고 싶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