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하차하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생길 위험이 커질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지난 2017년 7월에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리뷰 논문이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에 실렸다. 항생제를 끝까지 복용하라는 것은 잘못이며, 도리어 내성을 키울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논문의 저자인 영국 브라이튼 서섹스 의대 마틴 르웰린 교수는 감염성 질환의 전문가이며, 그의 주장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반드시 끝까지 치료해야 하는 결핵 같은 질병은 예외지만, 다수의 감염성 질환은 항생제를 오래 복용할수록 내성균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가령 대장균이나 황색포도상구균은 평소에도 우리 몸 여기저기에 살고 있지만 감염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들 세균이 원래 거주지를 떠나 장, 요도, 핏속과 같은 다른 곳으로 침투할 때 문제가 생기고, 항생제가 필요하다.
항생제를 오래 쓴다고 세균을 모조리 박멸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세균이 항생제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성을 갖게 되기 쉽다는 것이다. 르웰린 교수는 입원 환자의 경우라면 병원에서 항생제를 중단해도 좋을지 검사결과에 따라 결정할 수 있지만, 통원 환자는 증상이 좋아지면 항생제 복용을 중단하는 게 낫다는 매우 과감한 주장을 펼쳤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들 연구진이 너무 앞서 갔다고 생각한다. 항생제를 가급적 짧은 기간 사용하는 게 내성균 발생을 막는 데 도움이 되긴 할 테지만 복용기간을 제대로 정하려면 환자의 증상 완화 외에도 더 확실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각의 감염성 질환에 대해 최적의 항생제 사용기간을 정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가 아직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다 나은 것 같다는 환자의 주관적 판단으로 약 복용을 멈추는 게 낫다는 르웰린 교수의 주장에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항생제 치료기간이 가능한 한 짧을수록 좋다는 점에 동의한다.
항생제를 실제로 복용해야 하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복잡하다.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머리가 아플 수 있다. 그러니 간단히 정리해보자. 병원에 찾아가서 항생제를 더 달라고 조를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증상이 좋아졌다며 내 맘대로 항생제를 끊는 것도 곤란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항생제가 아직 남아있는데 의사가 이제 그만 먹어도 좋다고 권고할 수 있다. 그 때는 안심하고 약을 끊어도 된다. 약을 끊어서 내성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할 필요 없다. 다시 캐나다 약국 이야기로 돌아가서, 항생제 약병에 붙이는 보조라벨에도 실은 “처방 의사가 다르게 지시하지 않는 한”이라는 추가문구가 더 들어있다.
독감의 전파에 대해서도 전과는 다른 이야기가 들린다. 얼마 전 미국 메릴랜드 대학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재채기뿐만 아니라 그냥 숨을 쉬고 있을 때도 옆 사람에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고 한다. 전에는 재채기나 오염된 표면에 접촉을 통해서만 독감 바이러스 전염이 된다고 믿었는데, 그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결과가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손을 열심히 씻고, 기침하는 사람들 옆에 있는 걸 피하는 것만으로 독감을 예방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독감의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독감에 걸린 사람들이 가급적 집에서 쉬고 공공장소에 가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굳이 바깥에 나가야만 한다면 (기침을 하든, 안 하든 간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를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한 번의 연구 결과로 가이드라인을 바꿀 수 있지는 않지만, 후속 연구에 대해 눈여겨볼만하다.
약학은 과학이다. 그리고 과학은 진보한다. 수십 년 전에는 옳다고 믿었던 지식이 여전히 옳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잘못된 믿음에 불과했던 것으로 판명될 수 있다. 약대를 졸업한 뒤에도 계속해서 자신의 지식을 최신의 과학지견에 맞추어 업데이트해야 하는 이유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환자는 21세기의 과학지식으로 돕는 게 맞다.
중도하차하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생길 위험이 커질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지난 2017년 7월에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리뷰 논문이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에 실렸다. 항생제를 끝까지 복용하라는 것은 잘못이며, 도리어 내성을 키울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논문의 저자인 영국 브라이튼 서섹스 의대 마틴 르웰린 교수는 감염성 질환의 전문가이며, 그의 주장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반드시 끝까지 치료해야 하는 결핵 같은 질병은 예외지만, 다수의 감염성 질환은 항생제를 오래 복용할수록 내성균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가령 대장균이나 황색포도상구균은 평소에도 우리 몸 여기저기에 살고 있지만 감염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들 세균이 원래 거주지를 떠나 장, 요도, 핏속과 같은 다른 곳으로 침투할 때 문제가 생기고, 항생제가 필요하다.
항생제를 오래 쓴다고 세균을 모조리 박멸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세균이 항생제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성을 갖게 되기 쉽다는 것이다. 르웰린 교수는 입원 환자의 경우라면 병원에서 항생제를 중단해도 좋을지 검사결과에 따라 결정할 수 있지만, 통원 환자는 증상이 좋아지면 항생제 복용을 중단하는 게 낫다는 매우 과감한 주장을 펼쳤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들 연구진이 너무 앞서 갔다고 생각한다. 항생제를 가급적 짧은 기간 사용하는 게 내성균 발생을 막는 데 도움이 되긴 할 테지만 복용기간을 제대로 정하려면 환자의 증상 완화 외에도 더 확실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각의 감염성 질환에 대해 최적의 항생제 사용기간을 정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가 아직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다 나은 것 같다는 환자의 주관적 판단으로 약 복용을 멈추는 게 낫다는 르웰린 교수의 주장에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항생제 치료기간이 가능한 한 짧을수록 좋다는 점에 동의한다.
항생제를 실제로 복용해야 하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복잡하다.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머리가 아플 수 있다. 그러니 간단히 정리해보자. 병원에 찾아가서 항생제를 더 달라고 조를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증상이 좋아졌다며 내 맘대로 항생제를 끊는 것도 곤란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항생제가 아직 남아있는데 의사가 이제 그만 먹어도 좋다고 권고할 수 있다. 그 때는 안심하고 약을 끊어도 된다. 약을 끊어서 내성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할 필요 없다. 다시 캐나다 약국 이야기로 돌아가서, 항생제 약병에 붙이는 보조라벨에도 실은 “처방 의사가 다르게 지시하지 않는 한”이라는 추가문구가 더 들어있다.
독감의 전파에 대해서도 전과는 다른 이야기가 들린다. 얼마 전 미국 메릴랜드 대학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재채기뿐만 아니라 그냥 숨을 쉬고 있을 때도 옆 사람에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고 한다. 전에는 재채기나 오염된 표면에 접촉을 통해서만 독감 바이러스 전염이 된다고 믿었는데, 그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결과가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손을 열심히 씻고, 기침하는 사람들 옆에 있는 걸 피하는 것만으로 독감을 예방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독감의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독감에 걸린 사람들이 가급적 집에서 쉬고 공공장소에 가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굳이 바깥에 나가야만 한다면 (기침을 하든, 안 하든 간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를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한 번의 연구 결과로 가이드라인을 바꿀 수 있지는 않지만, 후속 연구에 대해 눈여겨볼만하다.
약학은 과학이다. 그리고 과학은 진보한다. 수십 년 전에는 옳다고 믿었던 지식이 여전히 옳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잘못된 믿음에 불과했던 것으로 판명될 수 있다. 약대를 졸업한 뒤에도 계속해서 자신의 지식을 최신의 과학지견에 맞추어 업데이트해야 하는 이유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환자는 21세기의 과학지식으로 돕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