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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 변호사의 약과 법률이야기
<11> 증거
입력 2010-08-04 10: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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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과 민사사건의 재판진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증거에 관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민사사건에서는 증거의 자격에 대해 거의 제한이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형사사건에서는 증거에 있어 자격이 있습니다.(증거의 자격을 형사법적으로 증거능력이라고 표현합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형사사건의 증거는 순수하고 깨끗하여야 합니다. 깨끗하거나 순결하지 못한 증거는 그것이 아무리 신빙성 있는 증거라 하여도 증거로 채택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왕자라 하더라도 연미복을 입지 않은 상태로 무도회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표현하면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형사사건에서는 증거의 수집과정도 순수하여야 하고, 판사 앞에서 직접 말하여야만 그것이 증거로서 인정됩니다.

그 유명한 미란다 원칙 즉 피의자를 상대로 조사하는 피의자신문조서도 조서 작성전 불리한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유리한 진술을 할 수 있다는 내용에 대한 고지를 피의자에게 하지 않는 경우 그 조서를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자격을 아예 뿌리부터 부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전의 컬럼에서도 밝힌바와 같이 현대 사회에서 많은 과학수사적 기법이 도입되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여전히 유효하게 증거로서 활용되는 가장 주요한 증거는 자백입니다.

형사재판이란 사람의 행위를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을 심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독을 음식에 풀었다 하더라도 사람을 살인하기 위해 독을 푼 것인지 사냥을 위해 독을 푼 것인지에 따라 살인죄로 극형을 받을 수도 있고 아무런 범죄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사람의 행위를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의 생각을 심판하는 형사사건에 있어 자백이야말로 피의자의 범의(범죄를 저지르고자 하는 악한 생각)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어서 가장 주요한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자백이 그처럼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이러한 자백을 받고자 하는 수사기관의 유혹도 그만큼 큰 것도 사실이어서, 허위자백, 강압수사를 방지하기 위해 자백에 관한 보강법칙(자백 1개의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법칙), 자백이 기재되는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해 이중 삼중의 증거능력인정 요건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며 이 부분에 대해 법원의 판례도 많이 형성되게 되는 것입니다. 심증만으로 처벌할 수 없고 증거가 있어야 처벌한다는 증거재판주의는 그런 의미에서 민주시민사회인지 여부를 가름하는 일종의 시금석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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