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닥터리의 워싱턴 약국일기
<243> 마지막 워싱턴 약국 일기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입력 2018-02-28 09:40 수정 최종수정 2018-03-0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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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나랑 동년배인 미스터 젠킨스가 Amoxicillin Tablet 500mg 처방을 들고 왔다. 치과에서 받아 온 처방이다. 의사가 치과 처치 후 1알씩 하루에 3번 먹으라고 7일치를 처방하였다. 재빨리 조제하고 약을 미스터 젠킨스에게 전해 주는데 미스터 젠킨스가 왜 의사 처방대로 Tablet을 안 주고 capsule을 주냐고 항의한다.

Amoxicillin Tablet이 마침 없고 캡슐이나 정제나 별 차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그냥 드시라하니 미스터 젠킨스는 No, 의사 처방 대로 정제를 달라 한다. 그래서 주문해서 다음날 주기로 했다. 참 까칠하기는.

정제와 캡슐. 중국집의 짜장면과 짬뽕처럼 약국의 영원한 라이벌이다. 짜장면과 짬뽕처럼 어느 것이 더 좋다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서방형 같은 특수 정제나 특수 캡슐이 아니면 정제나 캡술이나 생체에서 흡수 되는 생체 이용율에 큰 차이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서 좀 까다로워지고 작은 일에 분개도 하고 반대로 우울해지거나 감정이 연약해지기도 하는데 약국에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라 그러신 분들이 있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남성 호르몬 감소의 영향인지 요즘 내가 좀 센티멘털해지는 것을 느낀다.

전에 없이 드라마를 보고 눈물이 고이질 않나,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도 감격에 겨워 울컥해 한다. 특히 이번 평창 올림픽을 축하하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연주는 감미로왔고 노래는 아름다웠으며 메시지는 훌륭했다.

아내는 몇 번이나 공연을 반복해서 보고 있는 나에게 마치 이산가족 같다고도 했다. 나는 아내에게 내가 직계 가족을 북에 두고 온 이산 가족은 아니지만 남북이 갈라진 나라의 한 쪽 시민으로 나도 모르게 분단의 아픔을 절절히 몸으로 느끼고 있나 보다 했다. 벌써 70여 년이나 됐다고.

어떤 이는 그들이 촌스럽다고도 하고 이질적이라고도 하는데 그래도 그들은 미국 말도 아니고 일본 말도 아니고 우리와 같은 말로 노래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하고 싶다. 이를테면 정제와 캡슐제 정도의 차이일 뿐, 정제와 주사제 만큼의 차이는 아닌 것이다. 절정은 남쪽 가수 서현과 북쪽 가수가 같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를 때였다. 난 TV 앞이지만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북한에 가 봤으면 좋겠다. 나아가 평양에 통일약국을 열었으면 좋겠다. 그냥 내가 통일을 위해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작은 일이라도 하고 싶다.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이 나라 살리는 통일을 위해서라면...

10년간 '닥터리의 워싱턴 약국 일기'를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통일 약국 일기'로 다시 찾아 뵙기를 희망하면서 아쉽지만 이 연재를 여기서 마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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