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약국에 한 아가씨가 거미에 물린 것 같다고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어 왔다. 비누로 잘 닦아내시고 소독약 바르고 베나드릴을 드시고 기다려 보자고 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가라 앉지 않으면 병원에 가보시라고. 응급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사실 거미는 사람을 공격하진 않는다. 하지만 자기가 공격받는다고 생각하면 반격차원에서 사람을 물 수가 있다. 사실 우리도 거미를 공격할 마음은 전혀 없다. 수풀 사이를 걷다가 창고에 가서 겨울 부츠를 꺼내다가 자기를 공격한다고 오해를 한 거미의 역공을 받을 뿐이다.
거미는 전세계에 3만종이 서식하는데 사람에게 해를 주는 독성을 가졌다고 잘 알려진 거미는 세 종류이다. Black Widow Spider, Brown Recluse Spider 그리고 Brazilian Wandering Spider 이다. 과부 거미는 이름처럼 수컷과 교미를 한 후 바로 수컷을 잡아먹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색깔은 검고 등에 빨간색의 모래시계 같은 무늬가 있어 제법 멋있게 보인다. 그래서 영화 등에서 멋있는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 거미에 물리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고 배쪽의 근육은 경직된다. 이 거미는 alpha-Latrotoxin이라는 toxin을 생성하는데 이 toxin이 우리 몸의 신경전달 물질 Acetylcholine을 과분비시켜 근육경직이 오게 하고 나중에는 아예 고갈을 시켜 마비,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Black Widow Spider 보다 더 무서운 것이 Brown Recluse Spider 이다. 이놈은 갈색으로 바이올린 모양의 몸통을 가지고 있다. Black Widow Spider는 비교적 집 밖 야생에 서식하지만 Brown Recluse Spider는 집안에 살고 있는 놈이라 우리가 맞닥뜨릴 확률이 더욱 높은 거미이다. 그래서 더욱 위험하다.
이 거미의 독은 피부조직을 파괴하는 효소가 들어있다. 그래서 이 거미에 물리면 피부가 괴사하면서 쉽게 감염이 일어나게 된다. 감염이 심해지면 조직을 절단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최소한 피부 이식을 해야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Brazilian Wandering Spider는 거미 중에 가장 센 독을 가지고 있다. 몸집도 커서 다리 길이가 15 cm나 된다. 거미집도 짓지 않고 어슬렁거리고 다닌다고 wandering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바나나를 운반하는 짐꾼들이 이 거미에 물려 사망한 경우가 종종 있어 바나나거미라고도 불린다. 특이한 것은 이 거미에 물린 후 4시간이나 발기가 지속된 경우도 있어 이 독소를 이용해 발기치료제로 개발 중이기도 하다.
National Geography TV 채널에는 일부러 독충들에 물려 보는 Coyote Peterson 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독개미나 말벌, 전갈 등에 물린 후 자기 몸에 나타나는 결과를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보여준다.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는 그런 독충에 물리고도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Black Widow Spider 경우는 심지어 물리는 것에 실패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이 과부 거미는 Coyote씨를 물지 않았다. 결국 자극하지 않으면 거미는 절대 물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 되었다. 거미에 물렸을 때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Black Widow Spider에 물린 후 나타나는 증상들은 3-5일이면 대부분 사라지게 된다. Brazilian Wandering Spider에 의한 사망률도 사실은 미미하다.
진화적으로 거미의 독은 먹이를 제압하려고 생긴 것이지 사람을 공격하려고 만들어진 건 아니다. 그리고 거미에 물린 후 주입된 독성의 양은 사람 몸의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양은 아니다. 그러므로 거미에 물렸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부위를 잘 씻어서 독성물질을 최대한 제거하고 소독제로 2차 감염을 예방하면 쉽게 처리할 수 있으리라 본다. 물론 안 물리는 게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