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리의 워싱턴 약국일기
<144> 마리화나(Marijuana) 합법화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입력 2014-01-29 10:08
수정 최종수정 2016-03-16 15:12
▲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미스터 캠밸이 어머니의 처방전을 가져왔는데 Marinol 5mg에 대한 처방전이었다. 마리놀은 에이즈환자들의 식욕 증진제로 쓰이거나 암환자들이 Chemotherapy후 메스꺼움 등에 쓰는 약이다. 마리놀은 마리화나의 주성분인 THC
(Terahydrocannabinol)의 Synthetic version 인데 그래서 이 합성약물뿐 만 아니라 마리화나 자체도 같은 식욕촉진 등의 효과가 있다. 환자에 의하면 악효는 아주 좋다고 한다.
이러한 치료용으로 마리화나는 현재 미국 20여개 주에서 합법화 되어 있다. 이 주들에서 환자들은 의사의 처방전에 의해 마리화나를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메릴랜드는 아직 마리화나의 판매, 소지, 구입은 불법이다. 그런데 콜로라도 주는 이 번에 한 발 더 나아가 담배처럼 recreation용으로 21세이상이면 누구나 마리화나를 살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였다. 2014년 마리화나 판매 첫날 마리화나를 파는 가게를 둘러싸고 긴 줄이 늘어선 광경이 TV에서 방영되어 크게 화제가 되었다.
콜로라도 주에서는 마리화나가 담배나 술보다 위험이 덜하다고 하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되어 작년 주민투표에서 통과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연방법으로 마리화나는 마약이며 소지와 판매는 모두 불법이다. 그래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연방 정부에선 콜로라도 주의 이번 조치에 대해 문제 삼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판매개시 5일만에 500만 달러 어치가 팔렸다니 콜로라도 주정부의 숨은 의도가 여기에 있다. 마리화나의 판매세는 무려 25% 이며 그에 따른 주정부의 재정 수입이 대폭 늘어날 조짐이다. 인접주를 비롯한 다른 주 주민들도 콜로라도로 넘어와 마리화나를 구입하고 있으며 주정부는 콜로라도주의 관련 산업들의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그 옛날 캘리포니아의 'Gold Rush'에 빗대어 이번 현상을 'Green Rush'라고 할 정도다.
경험자의 말로는 마리화나를 피우면 갑자기 붕 뜨는 듯한 느낌으로 몸이 가벼워지고, 빈 속에 술을 털어넣고 담배를 피운 듯한 정도로 어지럽다고 한다. 무지하게 배가 고파 정신을 차리고 보면 밥솥을 끌어안고 있었다는 증언도 있다. 이 효과 덕분에 대마초를 에이즈나 암환자의 식욕 향상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마리화나를 하게되면 느끼는 모든 감각을 열배에서 수백배까지 증폭해서 느끼게 된다고 한다. 괜히 실실 웃게 되고 갑자기 예민해져서 작은 반응도 가볍게 넘기지 않게 된다고. 예를 들어 옷의 얼룩, 색깔, 질감, 패턴 등의 평소엔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갑자기 느낀다든가, 음악을 들으며 작곡자와 연주자의 의도, 음색, 주법, 음향 등이 뇌를 파고 들어오는 느낌을 겪는다고 한다. 그래서 예술을 하는 사람들, 특히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불법을 무릅쓰고 그동안 많이 애용(?) 하였다.
마리화나는 한국에서는 대마초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이지만 그 옛날엔 삼베 옷을 만드는 원료일 뿐이었다. 대마초의 줄기에서 실을 뽑아 그것을 이용해 여름에 시원한 삼베옷을 만들어 입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이 식물이 그 동안 문제가 안 되었던 것은 한국산 대마초는 THC성분이 적어 별로 효과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마초가 아무리 담배나 술보다 해가 덜 하다고 주장해도 대마초는 위험한 약물임에는 틀림 없다. 대마초가 환각작용이 있다는 건 확실하게 때문에 대마초를 피우고 운전이나 기계를 만지는 것은 무척 위험하다. 콜로라도 주에서도 대마초를 피우고 운전하는 것은 음주운전과 동일하게 취급하겠다고 하지만 그게 쉽게 규제가 될 지 의문이다. 만일 메릴랜드에서 같은 안이 주민투표로 올라 오면 난 반대표를 던질 것이다. 약사는 무엇보다도 건강편에 서야하기 때문이다.
*'워싱턴 약국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