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닥터리의 워싱턴 약국일기
<58> 우울증에 걸린 미국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입력 2010-06-23 10:03 수정 최종수정 2021-08-2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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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세계에서 제일 잘 사는 나라가 미국이다. 경제적일 뿐 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제일 잘 산다.  넓은 땅덩어리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잘 입고 잘 먹고 산다. 특히 애들에겐 천국인데 매일 매일이 어린이 날이다. 입시 스트레스도 거의 없고 정치적으로도 안정이 되어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없다. 그런데 우울증 환자는 정말로 많다. 

2008년에 미국에서만 230억 달러어치의 항우울약이 팔려 나갔고 무려 2억3천만 개의의 우울증약 처방이 조제되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처방 치료 군이다. 천국에 살면서 왜 이렇게 미국인은 우울할까? 

이라크 전장에서 돌아온 테일러는 전역신고를 하러 애틀랜타로 떠났다. 하지만 그는 마감날이 다가와도 전역신고를 하지 않고 그냥 호텔 방에 처박혀 있었다. 전역신고를 하지 않으면 탈영병으로 처리되어 감옥에 간다고 하는데도 그는 꼼짝도 하지 않고 호텔 방에 있었다. 

한국 사람인 그의 아내는 걱정이 돼서 발을 동동 구르며 우리에게 전화했었다. 도대체 테일러가 왜 그러냐는 우리 물음에 그의 아내는 테일러가 우울증 환자라서 그렇단다. 약 기운이 떨어지면 이와 같은 증상이 일어나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모든 것을 귀찮아하는 증상, 심지어는 약을 먹는 것조차도 귀찮아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가 전역 신고를 제 때 했는진 알지 못하나 이 부부는 나중에 이혼하였다. 

항우울증약인 심발타 (Cymbalta, 성분명:duloxetin) 의 리필이 남아 있지 않다는 내 말에 미스 애슐리는 울음부터 터뜨리더니 자기는 지금 너무 우울해 약이 없으면 도저히 잠시도 버틸 수 없다고 계속 울먹거린다. 그래서 내일 의사에게 리필 처방전을 요청하고 처방전이 올 때까지 몇 알을 주겠다고 하니 애들처럼 그제서야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다음날, 전 날과는 전혀 딴 판으로 아주 명랑한 미스 애슐리, 의사의 새 처방전에 의해 조제된 심발타 한 달치를 받아 가면서 탱큐 연발하며 돌아 갔다. 심발타의 약효가 아주 뛰어난 가 보다. 

아는 한국 분에 의하면 병원에 가서 요즘 기분이 조금 꿀꿀하다고 몇 마디 했더니 의사가 당장 렉사프로 (Lexapro, 성분명 escitalopram) 처방전을 주더란다. 그래서 며칠 먹었더니 자기도 모르게 입 주위가 올라가면서 기분이 좋아지긴 하던데 이렇게 강제로 약에 의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오히려 조금 찝찝하더란다. 그래서 약에 의해 기분이 좋아지는 것보단 자연적으로 좋아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약을 중단하고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걸 보면 의사가 우울증 처방을 남발하는 듯도 하고 하도 우울증 환자가 많으니 그냥 자동으로 처방전을 발행하는 듯도 하다.

테크니션 새라의 딸도 11살부터 우울증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프로작 (Prozac, 성분명, fluoxetine) 부터 시작하여 웰뷰트린 (Wellbutrin, 성분명, buproprion) 을 거쳐 23 살인 지금도 조로프트 (Zoloft, 성분명 sertraline)를 복용하고 있다 한다. 새라는 싱글 맘으로 바로 그녀의 딸이 11 살일 때 이혼을 했단다. 부모의 이혼 충격이 그녀의 딸을 우울하게 만든 것이다.

아이들의 친구를 보면 반수 이상은 부모가 이혼을 했거나 엄마가, 또는 아빠가 다른 형제가 있다. 제 삼 자인 내가 들어도 우울한 얘긴데 본인들 당사자들이야 얼마나 우울하겠는가? 그래서 그들은 약을 먹는다. 

천국에서도 불행한 사람은 있는 것이다. 이혼율 세계 최대인 미국, 겉으론 애들의 천국이지만 속으론 이렇게 곪아가고 있다. 일 년에 2억 5천만개의 항우울증약 처방이 발행되니까 동일인이 일년에 10 개의 처방을 받는다해도 2천만명 이상의 미국 사람이 우울증에 걸려 있다. 다만 수십 가지의 서로 다른 우울증 약 기운에 힘입어 애써 명랑한척 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혹자는 이를 빗대어 미국이 재미없는 천국이라 했던가? 반면에 한국은 재미 있는 지옥 (?)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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