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한국의약품 수출입협회 상근 부회장>
LSD 먹고 새처럼 날려다 비극 여행
약물중지해도 사용했을 때 같은 환시·환각 재현
목차
1. 약물남용과 약물의존
2. 마약의 사용유래와 남용상황
3. 마약조직과 국제분쟁, 전쟁과 마약
4. 마약류의 약물의존
①아편계 마약
②코카인
③대마
④각성제
⑤환각을 일으키는 약물
⑥수면제와 신경안정제
⑦유기용제
마약류의 약물의존
환각을 일으키는 약물
LSD 발견자의 체험
호프만은 LSD-25를 발견하고 이 약을 직접 복용하는 자기실험을 하였다. 정신이 아찔해지고 현기증이 생겨 서 있을 수 없게 되어 소파에 옆으로 누웠다. 모든 공간이 회전하고 늘 낯익은 가구까지 흔들렸다. 그에게 우유를 마시게 한 이웃집 주부가 추한 얼굴을 한 마녀로 변신되어 보였다. 눈을 감아도 만화경 같이 천태만상으로 변화하는 다채로운 환상적 현상이 선명하게 전개되었다. 시각세계도 시시각각 생생하게 변화하는 환시가 나타났다. 그는 얼마 안돼 피로해서 잠이 들어 버렸지만 다음 날 아침 몸은 신선한 생동감으로 가득하고 정원에 나가보니 모든 것이 반짝거려 마치 세계가 자기 때문에 재창조된 것처럼 느꼈다. 그는 이와 같은 체험으로 이 약이 정신신전제(情神神展制)로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가 쓴 글의 일부이다. `내 주위의 모든 환경이 놀라운 변화를 겪고 있다. 모든 것이 이상하게 보이고 나는 나 자신을 표현하는데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야가 흔들리고 모든 사물이 잘못된 거울에 비친 것처럼 변형되어 보인다. 미쳐가고 있는 느낌이고 내 상태가 최악의 경우에 있다고 느꼈다.'
비극으로 가는 티켓
아더는 19살, 프랭크는 20살이었다. 그들은 뉴욕의 아파트에서 같이 생활했다. 어느날 오후 거실에서 프랭크는 LSD-25가 함유된 설탕조각을 먹었다. 그는 잠시 조용히 앉아 있더니 펄쩍펄쩍 뛰며 의자를 뒤집었다. 잠시 후 일어서서 거칠게 웃어대더니 울기 시작했다. 흐느껴 울면서 그는 아더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지? 여기가 어디야?” 잠시 후 그는 갑자기 일어서서 아파트 현관으로 뛰어나갔다. 아더는 한 손으로 그를 잡고 애써 진정시키려 하였다. 프랭크는 가만히 서서 친구를 얼핏 보더니 말했다. “무슨 일이야? 여기가 도대체 어디지?” “여긴 집이야. 프랭크, 여긴 바로 집이란 말이야. 괜찮아. 괜찮다고.”
프랭크는 방안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는 돌아서서 아더를 흘깃 보더니 두 손으로 제스처를 쓰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없이 침실로 쏜살같이 들어가더니 문을 쾅 닫고 잠가버렸다. 그 후 곧바로 유리병이 깨지는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창의 뾰족한 조각들이 창들로부터 튀어나왔다. 아더는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뛰어나갔다. 3층 아래 차도에 거꾸로 된 쓰레기통 옆에 그 친구가 떨어져 있었다. 프랭크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유럽이 아닌 영원한 `여행'을 떠난 것이다. 침실 벽에는 대문자로 `SEX, LOVE, SENSITIVITY'라 쓰여 있었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도 한 소녀가 새같이 날을 수 있다고 착각하여 빌딩 창에서 뛰어 내려 추락사했다. 또 어떤 청년은 자기가 불사신이 되었다고 믿고, 차도로 뛰어 들어 자동차에 치어 죽은 예도 있다. 미국에서는 미모의 여배우가 LSD를 먹고 석유를 뒤집어쓰고 불을 질렀다고 한다.
LSD의 환각작용과 중독증상
LSD의 효과는 사용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행복한 기분에 잠기는 경우가 많지만 반대로 혼란이나 우울에 빠지기도 한다. 대체로 시각, 청각, 촉각에 변화가 일어나 여러 가지 환각, 환시, 환청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무한한 힘이 체내에 스며들어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된다. 들뜬 기분으로 낙천적, 과장적으로 변하여 잘 떠버리게 된다. 점차 시각에 심한 변화가 나타나 색채감이 과민해져서 색채가 선명하고 아름답게 보이기도 하고 물체의 모양이 비뚤어져 보이거나 복수로 보이며, 크게 보이기도 하고 작게 보이기도 한다. 또 시시각각으로 변해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는 `변형시' `운동시'를 체험한다. 경치나 어떤 장면이 보이기도 하는 `정경시'도 일어나고,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이 일체로 되는 `공감각'도 일어나는 일이 있다. 그 반대로 경치를 보아도 장막을 통해 보는 것 같이 착각하여 보거나 이야기를 들어도 현실감이 없는 경우도 있다.
LSD 증상의 하나로 전혀 상반되는 심리변화가 일어난다. 가령 행복감의 절정에서 실의의 막바지에 떨어진 절망감에 빠진다. 자신은 어리석고 용렬하여 죄가 많고 몹시 소외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의기소침해 한다. 드디어 자신이 무능력하여 존재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기 시작 비장감에 사로잡힌다.
전반적인 증상으로서는 감각의 혼란, 환각, 환청이 일어나며, 말과 행동이 여지없이 흐트러져 이상한 감정에 억눌려 시간적·공간적 관념이 돌아버린다. 즉 정상적인 사람이 복용하면 그것만으로 정신병 환자와 동일한 광태를 나타낸다. 편집광적(偏執狂的) 장애는 마약류 중에서도 최악의 결과를 일으킨다. 불안감이 심각한 자기부정으로 연결되어 자살하고 싶은 자가 나오는 한편, 자기 방위의 본능인 공격적인 행위로 바뀌어 상대에게 위해를 끼치고 결국에는 살인까지 하게 된다.
사용량이 많으면 메스꺼움, 떨림, 구토, 어지러움, 산동, 맥박증가, 혈압상승 등이 나타난다. 손발이 마비된 것과 같이 느껴지고, 몸이 무겁게 된다. 정신증상은 개인차가 있지만 먼저 일어나는 것은 주위로부터 눈치챌 수 없을 정도의 가벼운 의식 장애다. 많은 경우 싸이키델릭체험이라고 하는 황홀상태와 자신이 절대적이라고 하는 확신을 갖고 기분이 상쾌하게 되어 행복한 기분에 잠기는 일이 많다. 넋을 잃고 멍하게 되어 몸의 힘이 빠지는 느낌을 갖는 일도 적지 않다.
약의 작용이 끊어지면 주위의 일은 어떻게 돼도 좋다는 식이 되어, 멍하게 시간을 보낸다. 시간의 경과가 느껴지지 않는 일도 있고, 시간이 빨리 지나기도 하고, 아주 길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공상적인 세계에 빠지는 일도 많다. 여러 종류의 피해망상을 갖고 허둥대는 상태, 우울상태로 되는 일도 있다.
무서운 환각제의 후유증
예술인들은 환각제를 감각을 첨예화시키고 쾌적한 감흥을 얻게 하는 `Good trip'에의 도입제로서 사용하는 것이지만 이 때는 어떤 쾌적한 외적조건에서 사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만약 불쾌하고 떠들썩한 장소에서 더욱 불안한 정신상태에서 사용하면 종종 공포에 꽉 찬 `Bad trip'을 일으켜서 고층 건물의 창에서 뛰어 내려 사망하는 등의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때에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이 오르손 박사의 사건이다. 그는 미 육군에서 약물 실험을 하고 있었으나 모르는 사이에 LSD에 투여되어 창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만 것이다. 뒤에 LSD의 부작용이 알려지고 15년 전의 진상까지 뚜렷하게 밝혀지면서 포드 대통령은 유족에게 유감의 뜻을 표했다. 또 1966년에 의모를 살해한 청년이 LSD의 복용 중에 일으킨 사건으로 기억도 없기 때문에 무죄라고 주장하여 미국 사회의 물의를 자아냈다.
이 무렵 LSD, 싸이로시빈, DMT 등의 환각제와 헤로인 등의 마약을 연용하고 있는 돌아버린 젊은이들이 발작적으로 일으키는 살인, 상해, 강도 등의 범죄가 사법당국을 괴롭히게 되었다. 그들은 약이 떨어지면 공허하고 비생산적인 생활을 보내고 감정의 기복이 격렬하여 초조하고 성을 잘 내며 더욱 피해망상을 갖기 쉬운 정말 다루기 힘든 Acid head(머리를 산으로 얻어맞은 상태)의 패거리들이다.
이러한 환각제의 등장으로 뚜렷해진 약물정신병의 병상은 앞에서 말한 각성제, 대마, 코카인 등의 후유증과도 공통점이 많다. 이 중에서도 제일 강력한 LSD는 가장 다채로운 병상을 나타내지만 의존성 약물을 오랫동안 사용하게 되면 다음 같은 네 가지형의 정신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① 분열증 같은 상태-피해망상이나 환청이 주로서 각성제 후유증에 많다.
② 조울상태-감정의 기복이 격렬해지고 자살에 이어지는 일도 있다.
③ 재현현상(Flashback)
④ 인격저하상태-Acid head라고 불리는 상태 등
여기서 재현현상이라 함은 LSD를 장기간 사용한 후에 약물을 중지하여 증상이 전혀 없는 체 생활하고 있어도 1~2주 후 또는 몇 달 후에 LSD를 사용했던 때와 똑같은 환시를 중심으로 이상체험이 일어나는 일이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말하는 것이며 이 재현현상은 각성제에서도 발생한다.
이와 같은 후유증은 실제의 사례에서는 이 몇 가지를 겸한 증상의 청소년이 많다. 강력 환각제인 LSD 사용자는 80%이상, 대마는 5~10%에서 이런 후유증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