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식약청 해제에 대한 정부정책의 문제점과 합리적 추진 방향
입력 2006-05-04 18:03
수정 최종수정 2006-08-29 11:42
▲ 이범진 교수(강원대학교 약학대학) 1. 식약청 해체시 문제점
1) 국제적 흐름과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다
전세계 모든 나라가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통합관리하기 위해 별도의 독립기구 창설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식약청을 해체하고 식품안전처를 신설한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전세계적으로 신설된 식약청을 의약품과 식품을 분리한 사례는 없다.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수십년전 태생적으로 분리되어 관리 업무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지 합리적 방안으로 신설된 식약청을 분리하여 이루어진 예는 없다. 특히 동양권에서는 식품과 의약품을 동일시하고 있으며 통합형으로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식품과 의약품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추세인데 식품과 의약품을 함께 통합관리하는 이상적인 체제를 버리고 10년 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은 국민보건 안전에 더욱 문제점을 야기하고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며 다각도의 충분한 검토가 미흡하고 즉흥적인 정책이다.
2) 국민 보건 안전에 오히려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
의약품과 식품은 바늘과 실처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직접 연결되어 있는 기술적인 전문행정 분야이며, 기원이 동일하고 모두 인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허가, 관리 및 안전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식품과 의약품의 경계는 매우 모호해지고 있다. 그러나 식품안전처를 신설하여 의약품과 따로 분리될 경우, 분리되어서는 안되는 의약품과 식품의 경계 및 안전관리가 더욱 모호해지며 국민 보건 안전성 확보에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식품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지만 정제, 캡슐제 등 제형면에서 의약품에 가까우며, 의약품 함유량이 많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또한 한약재와 식품으로 혼재돼 있는 200여종의 한약재 관리, 비타민 제제들도 유통, 관리 및 안전에 문제가 대두될 수 있고 추후 책임소재가 매우 불분명해진다.
식품과 의약품 모두 인체와 안전성에 보다 많은 전문 지식이 필요하며 식품을 분리하여 식품안전처에서 독립적으로 관리할 경우 기원이 동일시되고 독성 및 안전성이 역시 중요한 식품에 대하여는 인체에 대한 전문성이 낮아져 안전 관리에 문제점이 생길 수도 있다.
3)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관리 책임이 모호해질 수 있다.
10 여년 동안 식약청은 독립기구로 있으면서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행정기구로서 식품과 의약품의 통합 관리의 주체였다. 최근의 식품안전관리 문제가 발생한 사례들은 정부의 다원화된 식품 업무를 식약청을 중심으로 일원화하지 않은 데서 근본적으로 파생되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식품과 의약품은 기원이 동일시되고, 인체를 대상으로 하며 독성 등 안전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기구인 식품안전처를 신설하기보다는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관리는 식약청을 중심으로 통합하고 일원화된 안전관리, 상호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발전하고 보완될 수 있는 전문 행정체계를 확립하는 방안이 국민의 안전관리 업무와 책임의 명확성 면에서도 중요하다.
또한 식품행정 외에도 의약품에 대한 안전관리 등, 화장품이나 의료기기 등 전문기술과 행정이 조화를 이루어 10여년 동안 역량을 키워온 식약청의 조직이 와해되어 이원화되면 업무의 구심점이 이완되고 발전과 속도가 중요한 지식산업에 대한 책임성 있는 행정력이 둔화될 수 있다.
4) 식품과 의약품 안전관리에도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식약청이 분리 해체되지 않아야 할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의약품도 식품 이상으로 국민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분야이며 고도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전문 행정분야이기 때문에 해체 후 향후 의약품 기능 확대 방안을 의료선진화기획단에서 총괄 논의하기 이전에 제약산업 및 의약품 안전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이 수립되고 논의되어야 한다.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관리는 단순행정업무가 아니라 의 약사 등 인체에 대한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식견과 정보자료가 상호 연계되어 처리되어야 하며, 이를 이해할 수 있는 기술적인 전문행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식품과 의약품 행정이 분리될 경우에는 인체, 독성 및 안전 등 전문행정의 부족과 상호유기적인 안전대책의 미비로 단순 행정업무로 처리될 가능성이 커 다른 큰 안전관리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아울러 식품안전처를 신설하여 지방청이 담당하던 의약품 등의 관리가 지방정부로 이관될 경우 다양하고 고도의 전문행정을 요구하는 의약품의 안전 관리에 큰 문제점도 대두될 수 있다.
5) 제약산업의 육성과 의약품 개발 강국으로서의 발전이 후퇴하는 일이다.
많은 선진국들이 의약품을 황금알을 낳는 미래 블럭버스터로 생각하고 있으며 정부도 제약산업을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하여 국가 10대 동력산업의 하나로 선정한 바 있으며 복지부도 보건산업진흥과 제약산업을 육성 발전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식약청은 안전관리 및 허가와 관련한 전문기술 부서와 행정부서가 적절히 어우러져 있으며 제약산업 육성과 규제의 두 가지 기능의 핵심 주체로서 국제적인 ICH 기준에 따라 의약품의 합당한 허가 관리와 산업 육성에 주력해 왔으며 제약산업의 육성 또한 독립성이 큰 식약청이 앞장서 주도해야 한다.
의약품 업무를 10 여년 전의 복지부로 되돌릴 경우 21세기 빠르게 다변화되는 제약환경에 대처하지 못하고 의약품 업무가 단순 행정이나 정책중심의 업무로 변질되어 인허가의 독립성이 손상, 국제적 수준의 허가 및 관리 체계의 부재, BT산업의 핵심인 의약품 개발이나 의료기기 및 화장품 등에 대한 통합관리의 저해, 국제적인 수준으로의 제약산업발전 저해 등 오히려 의약품 안전관리와 미래 국민보건 향상이 지연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의약품은 특히 제약산업과 깊이 연계되어 있고 인체와 관련된 높은 지식을 필요로 하는 기술적인 전문행정이기 때문이다.
6) 식품안전처 신설에 따른 구체적인 운영방안에 대한 미래 비전이 부족하다.
오송 보건의료 단지 사업은 어디로 표류하는가? 정부는 10여년동안 식약청의 기능과 역할을 국제적 수준에 부응하고저 현 식약청 부지를 이미 매각하였으며 다른 보건 단체들과함께 충북 오송 복합 단지로의 이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구상중인 식품과 의약품의 분리 정책은 과연 정부가 정책을 얼마나 증흥적이고 구체적인 운영방안이 없이 기획되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각 정부 부처에 산재되어 있는 식품업무를 식약청을 통하여 일원화하고 전문 인력을 보강하여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식약청 직원의 약 70%를 차지하게 될 식품안전처를 별도로 신설하더라도 끊임없이 야기되는 식품업무의 안전관리 방안 문제와 의약품 개발 및 안전관리 체계, 국제적 경쟁력에 합당한 식품 및 의약품의 발전 전략, 제약산업과 국민 보건에 미치는 구체적인 파급효과 등 전반적인 이해와 전략에 대한 충분히 논의가 미흡하다.
식품안전처 신설 구상과 관련해 정부가 향후 의약품 기능 확대 방안을 의료선진화기획단에서 총괄 논의한다고 하나 구체적인 의약품관리분야에 대한 행정적 전담조직과 관련된 행정체계, 식품과 의약품 행정의 운영 및 연계방안, 또한 당정협의 과정과 국회를 거치면서 정부조직 구성, 법률정비 등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지에 대한 대책 등 전반적으로 합리적인 검토와 의견 수렴이 매우 미흡하다.
2. 추후 합리적인 추진 방향
1) 식품 및 의약품은 하나로 (식약청을 중심으로) 통합관리되어야 합리적이다.
의약품안전관리와 더불어 8개 부처에 분산되어 문제가 있는 식품 업무를 일원화하는 방안은 매우 합리적이나 하나로 (식약청으로) 통합 일괄 관리되어야 한다. 의약품과 더불어 식품도 인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그 기원도 동일하다.
최근에는 그 경계가 매우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분리의 대상이 아니다. 최근 식품 안전의 문제는 다수의 정부부처에 업무가 분산된 점과 그 관리의 주체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의약품은 유효성 및 안전성과 평가 및 품질관리가 매우 과학적이고 엄정하며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므로 이런 기준으로 식품도 통합하여 관리된다면 안전한 식품업무로 국민 건강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2) 식품안전처의 신설보다는 현 식약청을 식약부(처)로 승격하여 (총리실 직속으로 하여)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우선이다.
식품의약품 업무는 단순한 행정적 업무처리 이상으로 독립성과 과학성 합리적 방안이 우선시 된다. 따라서 식약청을 해체하여 현 식약청 직원의 70% 이상의 수평이동에 의한 식품안전처를 새로 설치함으로써 행정적 낭비요인과 업무의 혼선을 유발하는 불씨를 남길 것이 아니라 식약부(처)로 상향 조정하고 (총리실 직속기관으로*) 하여 식품과 의약품 안전 관리를 한층 강화하고 국민의 보건 안전에 대한 독립성을 이루는 방안이 보다 합리적이다.
(*의견: 총리실은 정부 부처의 모든 업무를 통할하는 막중한 업무에 비추어 볼 때 처 보다는 식약부(Ministry of Food and Drug)의 장관급으로 격상이 바람직하다고 사료됨.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저출산고령화 및 사회복지 등을 관장하면서 부총리로 승격이 필요하다고 사료됨)
3) 식품과 의약품의 국가적인 안전관리를 위해 대폭적인 전문인력의 보강과 예산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식약청은 그동안 식품안전관리를 위해 인력충원과 소요예산을 요청한 바 있으나 매우 미흡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식품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이다. 식품의 안전을 더욱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식약청 조직과 인력을 대폭 보강하고 독립성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즉 식품의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전문인력과 예산이 선행되어야 한다.
새로운 부처만 신설한다고 하여 끊임없이 다양해지는 식품류의 안전과 국민의 높은 식품 안전 욕구를 일시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추후 식품의약처(부)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인체에 대한 안전 지식과 관리 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의 보강과 예산이 지원된다면 더욱 공고하고 견실한 식품 안전 관리 뿐만 아니라 더 큰 우려가 예상되는 의약품의 안전관리도 견고하게 이루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