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과 배신
필자가 2010년대 초반 미국 로스쿨에서 유학할 때의 일이다. 교수가 조직 내부의 비리를 수사기관이나 정부부처 등에 제보하는 사람을 무엇이라고 부르는지 물어보았다. 당시 필자는 판사로서 해외연수 중이던 터라, “내부고발자”라는 용어를 알고 있었고, 그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인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Whistle Blower)”이라고 말하였다. 담당 교수는 외국 학생이 그런 용어를 어떻게 알고 있냐며 감탄하였다(교수는 필자가 판사인지 몰랐다). 이처럼 내부고발은 미국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용어이다. 미국에서 공적인 영역의 내부고발자 보호 입법이 진행된 것은 1980년대 말이지만, 사적인 영역에 관한 입법은 2008년 금융위기 후인 2010년에야 비로소 이뤄졌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3월 제정된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내부고발에 관한 법률이다(엄밀히 말하면 “내부고발”이 아닌 “공익신고”가 법률용어이다). 이는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 등을 보호하고 지원함으로써 국민생활의 안정과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풍토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제1조)로,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내부고발을 모두 보호한다. 공익신고자는 정부에 신변보호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제13조 제1항), 공익신고와 관련한 범죄행위가 발견된 경우라도 형을 감면받을 수 있으며(제14조 제1항),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보상금을 받을 수도 있다(제26조 제1항).
내부고발에 대하여는 이를 옹호하는 시각과 이를 비판하는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내부고발을 옹호하는 시각은 부정과 비리의 척결, 투명성의 강화, 사회의 신뢰도 향상 등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내부고발을 비판하는 시각은 내부고발이 비열한 목적으로 남용되고, 허위의 내부고발, 조직 내부의 비밀 유출 등의 부작용이 있으며, 조직에 대한 배신에 불과하다고 본다.
제약업계에서는 식약처의 “클린 신고센터”가 내부고발을 받는 창구로서 기능하고 있고, 개별 제약사도 대부분 “비윤리 신고센터” 등을 통하여 내부고발을 받고 있다. 이는 내부고발의 순기능이 역기능보다 크다는 역사의 경험에 따른 것이다. 내부고발을 통해서 제약회사의 불법이나 비리가 줄어들고, 제약업계가 더욱 투명하고 건전해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내부고발 사례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내부고발자를 반드시 “의로운 공익의 대변자”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다수의 내부고발자가 오로지 공익적인 목적을 가지고 고발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개인적인 원한이 개입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동기가 숨어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내부고발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는 반드시 쉬운 문제는 아니다.
성경에는 예수의 제자인 유다가 예수를 파는 장면이 나온다. 로마의 관점에서 보면 유다는 공익신고자였다. 예수에게는 로마를 반대한다는 죄목이 있었기 때문이다(이는 허위의 죄목이었다). 그러나 제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유다는 배신자였다. 은화 30개라는 경제적 만족을 위하여 선생인 예수를 로마에 팔아넘겼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식약처에 너무 많은 내부고발이 쌓여서, 식약처가 이를 다 처리하지 못하고, 증거가 충분한 사안만을 골라서 처리한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담당공무원만이 알고 있겠지만, 내부고발에 따른 식약처의 감사가 진행되어 제약사에 대한 행정처분이 이뤄지는 현상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내부고발자가 보다 투명하고 밝은 미래를 향하여 가는 공익신고자인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직을 등진 배신자인지는 개별 사안에 따라 다를 것이다. 다만 앞으로 내부고발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비교적 명백해 보인다.
<필자소개>
송영승(宋永勝) 변호사는 서울동북고등학교(1993년)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1998년)를 졸업했다.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제31기)을 거쳐 인천지법 , 서울중앙지법, 수원지법에서 판사생활을 했다.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관,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거쳐 지난 2023년 서울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송 변호사는 현재 주식회사 타스코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내부고발과 배신
필자가 2010년대 초반 미국 로스쿨에서 유학할 때의 일이다. 교수가 조직 내부의 비리를 수사기관이나 정부부처 등에 제보하는 사람을 무엇이라고 부르는지 물어보았다. 당시 필자는 판사로서 해외연수 중이던 터라, “내부고발자”라는 용어를 알고 있었고, 그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인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Whistle Blower)”이라고 말하였다. 담당 교수는 외국 학생이 그런 용어를 어떻게 알고 있냐며 감탄하였다(교수는 필자가 판사인지 몰랐다). 이처럼 내부고발은 미국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용어이다. 미국에서 공적인 영역의 내부고발자 보호 입법이 진행된 것은 1980년대 말이지만, 사적인 영역에 관한 입법은 2008년 금융위기 후인 2010년에야 비로소 이뤄졌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3월 제정된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내부고발에 관한 법률이다(엄밀히 말하면 “내부고발”이 아닌 “공익신고”가 법률용어이다). 이는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 등을 보호하고 지원함으로써 국민생활의 안정과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풍토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제1조)로,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내부고발을 모두 보호한다. 공익신고자는 정부에 신변보호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제13조 제1항), 공익신고와 관련한 범죄행위가 발견된 경우라도 형을 감면받을 수 있으며(제14조 제1항),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보상금을 받을 수도 있다(제26조 제1항).
내부고발에 대하여는 이를 옹호하는 시각과 이를 비판하는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내부고발을 옹호하는 시각은 부정과 비리의 척결, 투명성의 강화, 사회의 신뢰도 향상 등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내부고발을 비판하는 시각은 내부고발이 비열한 목적으로 남용되고, 허위의 내부고발, 조직 내부의 비밀 유출 등의 부작용이 있으며, 조직에 대한 배신에 불과하다고 본다.
제약업계에서는 식약처의 “클린 신고센터”가 내부고발을 받는 창구로서 기능하고 있고, 개별 제약사도 대부분 “비윤리 신고센터” 등을 통하여 내부고발을 받고 있다. 이는 내부고발의 순기능이 역기능보다 크다는 역사의 경험에 따른 것이다. 내부고발을 통해서 제약회사의 불법이나 비리가 줄어들고, 제약업계가 더욱 투명하고 건전해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내부고발 사례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내부고발자를 반드시 “의로운 공익의 대변자”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다수의 내부고발자가 오로지 공익적인 목적을 가지고 고발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개인적인 원한이 개입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동기가 숨어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내부고발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는 반드시 쉬운 문제는 아니다.
성경에는 예수의 제자인 유다가 예수를 파는 장면이 나온다. 로마의 관점에서 보면 유다는 공익신고자였다. 예수에게는 로마를 반대한다는 죄목이 있었기 때문이다(이는 허위의 죄목이었다). 그러나 제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유다는 배신자였다. 은화 30개라는 경제적 만족을 위하여 선생인 예수를 로마에 팔아넘겼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식약처에 너무 많은 내부고발이 쌓여서, 식약처가 이를 다 처리하지 못하고, 증거가 충분한 사안만을 골라서 처리한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담당공무원만이 알고 있겠지만, 내부고발에 따른 식약처의 감사가 진행되어 제약사에 대한 행정처분이 이뤄지는 현상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내부고발자가 보다 투명하고 밝은 미래를 향하여 가는 공익신고자인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직을 등진 배신자인지는 개별 사안에 따라 다를 것이다. 다만 앞으로 내부고발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비교적 명백해 보인다.
<필자소개>
송영승(宋永勝) 변호사는 서울동북고등학교(1993년)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1998년)를 졸업했다.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제31기)을 거쳐 인천지법 , 서울중앙지법, 수원지법에서 판사생활을 했다.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관,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거쳐 지난 2023년 서울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송 변호사는 현재 주식회사 타스코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