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견제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근대 민주주의를 확립한 영국에서 권력과 견제는 복잡한 양상을 띠었다. 찰스 1세는 17세기 초반 왕권신수설을 기초로 권력을 행사하였으나, 이에 반대한 의회는 ‘죄형법정주의’와 ‘조세법정주의’를 천명한 권리청원(Petition of Rights)을 제정하여 왕권을 견제하였다. 올리버 크롬웰을 필두로 한 청교도들은 17세기 중반 찰스 1세를 처형하였으나(청교도혁명), 크롬웰 사후 다시 왕정이 복구되었고, 의회는 17세기 후반 다시 왕권을 견제하는 권리장전(Bill of Rights)을 제정하였다(명예혁명). 영국은 그 후 “왕은 군림하되 다스리지 않는다”는 입헌군주제 민주주의를 확립하였고, 이는 한때 영국을 세계 최고의 국가로 만든 정치 모델이 되었다.
권력을 가진 국가와 그 통제를 받는 국민 사이에는 긴장관계가 있게 마련이다. 국가는 권력을 행사하여 국민을 규제하려 하고, 국민은 권력을 견제하여 국가의 규제에서 벗어나려 한다. 현실에서 이 긴장관계를 조절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국가는 궁극적으로 법을 그 조절 수단으로 사용한다. 근대 헌법은 권력을 한 기관에 집중한 것이 여러 폐해를 낳았다는 반성적 고려에 따라, 법을 만드는 권력(입법권), 법을 집행하는 권력(행정권), 법을 해석, 적용하는 권력(사법권)으로 나누었다.
제약업계에서 국가와 국민의 긴장관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와 제약사 사이에서 두드러진다. 식약처는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지키기 위하여 제약사에 GMP 기준을 적용해서 법적 규제를 부과하고, 제약사는 영업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하여 식약처의 규제 중 과도한 부분을 줄이려고 한다. 어느 범위에서 법적 규제를 부과할 것인지는 법률전문가, 식약처 공무원, 제약사 임직원 사이에서 관심의 대상이 된다.
최근 제약업계에서는 식약처의 권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식약처가 제약사를 상대로 특정 품목에 대한 제조·판매금지 처분을 하거나 품목허가취소 등의 처분을 하는 것은 일상화되었고, 최근에는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을 하는 사례도 생겼다. 식약처는 정당한 행정 목적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제약사들은 식약처의 규제가 너무 강하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식약처의 각종 규제는 해당 제약사뿐만 아니라, 그 규제로 인하여 제약업계 전반의 제품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식약처는 법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으로, 식약처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은 입법기관인 국회와 사법기관인 법원이다. 국회는 법률을 통하여 추상적으로 식약처의 권력을 견제한다. 이와 달리 법원은 구체적인 재판에서 식약처의 규제를 정지(집행정지 소송)시키거나 취소(본안 소송)할 수 있기 때문에 식약처의 권력을 실질적으로 견제한다. 즉 현실에서 제약사로 하여금 식약처의 과도한 규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법원의 역할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식약처가 제약사를 상대로 특정한 규제 처분을 하면, 제약사는 식약처를 상대로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을 하면서, 그 처분을 정지시켜 달라는 집행정지를 구하여 그 규제에서 벗어나려 한다(일부 언론에서 집행정지를 가처분으로 부르기도 하나, 행정소송에서는 집행정지가 정확한 용어이다). 법원은 통상 제1심만 1~2년 가량 소요되는 본안 소송과 달리, 집행정지 소송에서는 신속히 결론을 내린다. 이 때문에 제약사의 입장에서는 집행정지 소송이 본안 소송보다 중요한 경우가 많다. 최근 식약처의 제약사에 대한 처분(특히 강도가 센 처분)이 증가하면서, 집행정지 소송의 결과에 제약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도 늘었다.
세계 최초로 근대 민주주의를 꽃피운 영국의 액튼 경(Lord Acton)은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라는 유명한 법언을 남겼다. 권력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원칙은 위 법언과 같이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면 문제가 생긴다는 역사적 경험의 산물이다. 식약처의 규제가 강화된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제약사들이 식약처를 상대로 진행 중인 다수의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식약처의 권력을 어떻게 견제할지 제약업계와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송영승(宋永勝) 변호사는 서울동북고등학교(1993년)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1998년)를 졸업했다.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제31기)을 거쳐 인천지법 , 서울중앙지법, 수원지법에서 판사생활을 했다.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관,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거쳐 지난 2023년 서울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송 변호사는 현재 주식회사 타스코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권력과 견제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근대 민주주의를 확립한 영국에서 권력과 견제는 복잡한 양상을 띠었다. 찰스 1세는 17세기 초반 왕권신수설을 기초로 권력을 행사하였으나, 이에 반대한 의회는 ‘죄형법정주의’와 ‘조세법정주의’를 천명한 권리청원(Petition of Rights)을 제정하여 왕권을 견제하였다. 올리버 크롬웰을 필두로 한 청교도들은 17세기 중반 찰스 1세를 처형하였으나(청교도혁명), 크롬웰 사후 다시 왕정이 복구되었고, 의회는 17세기 후반 다시 왕권을 견제하는 권리장전(Bill of Rights)을 제정하였다(명예혁명). 영국은 그 후 “왕은 군림하되 다스리지 않는다”는 입헌군주제 민주주의를 확립하였고, 이는 한때 영국을 세계 최고의 국가로 만든 정치 모델이 되었다.
권력을 가진 국가와 그 통제를 받는 국민 사이에는 긴장관계가 있게 마련이다. 국가는 권력을 행사하여 국민을 규제하려 하고, 국민은 권력을 견제하여 국가의 규제에서 벗어나려 한다. 현실에서 이 긴장관계를 조절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국가는 궁극적으로 법을 그 조절 수단으로 사용한다. 근대 헌법은 권력을 한 기관에 집중한 것이 여러 폐해를 낳았다는 반성적 고려에 따라, 법을 만드는 권력(입법권), 법을 집행하는 권력(행정권), 법을 해석, 적용하는 권력(사법권)으로 나누었다.
제약업계에서 국가와 국민의 긴장관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와 제약사 사이에서 두드러진다. 식약처는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지키기 위하여 제약사에 GMP 기준을 적용해서 법적 규제를 부과하고, 제약사는 영업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하여 식약처의 규제 중 과도한 부분을 줄이려고 한다. 어느 범위에서 법적 규제를 부과할 것인지는 법률전문가, 식약처 공무원, 제약사 임직원 사이에서 관심의 대상이 된다.
최근 제약업계에서는 식약처의 권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식약처가 제약사를 상대로 특정 품목에 대한 제조·판매금지 처분을 하거나 품목허가취소 등의 처분을 하는 것은 일상화되었고, 최근에는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을 하는 사례도 생겼다. 식약처는 정당한 행정 목적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제약사들은 식약처의 규제가 너무 강하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식약처의 각종 규제는 해당 제약사뿐만 아니라, 그 규제로 인하여 제약업계 전반의 제품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식약처는 법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으로, 식약처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은 입법기관인 국회와 사법기관인 법원이다. 국회는 법률을 통하여 추상적으로 식약처의 권력을 견제한다. 이와 달리 법원은 구체적인 재판에서 식약처의 규제를 정지(집행정지 소송)시키거나 취소(본안 소송)할 수 있기 때문에 식약처의 권력을 실질적으로 견제한다. 즉 현실에서 제약사로 하여금 식약처의 과도한 규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법원의 역할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식약처가 제약사를 상대로 특정한 규제 처분을 하면, 제약사는 식약처를 상대로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을 하면서, 그 처분을 정지시켜 달라는 집행정지를 구하여 그 규제에서 벗어나려 한다(일부 언론에서 집행정지를 가처분으로 부르기도 하나, 행정소송에서는 집행정지가 정확한 용어이다). 법원은 통상 제1심만 1~2년 가량 소요되는 본안 소송과 달리, 집행정지 소송에서는 신속히 결론을 내린다. 이 때문에 제약사의 입장에서는 집행정지 소송이 본안 소송보다 중요한 경우가 많다. 최근 식약처의 제약사에 대한 처분(특히 강도가 센 처분)이 증가하면서, 집행정지 소송의 결과에 제약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도 늘었다.
세계 최초로 근대 민주주의를 꽃피운 영국의 액튼 경(Lord Acton)은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라는 유명한 법언을 남겼다. 권력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원칙은 위 법언과 같이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면 문제가 생긴다는 역사적 경험의 산물이다. 식약처의 규제가 강화된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제약사들이 식약처를 상대로 진행 중인 다수의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식약처의 권력을 어떻게 견제할지 제약업계와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송영승(宋永勝) 변호사는 서울동북고등학교(1993년)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1998년)를 졸업했다.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제31기)을 거쳐 인천지법 , 서울중앙지법, 수원지법에서 판사생활을 했다.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관,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거쳐 지난 2023년 서울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송 변호사는 현재 주식회사 타스코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