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 미국변호사의 기술특허 길라잡이
<53> 의약품의 경쟁을 촉진하고 약가를 낮추기 위한, 미국특허청과 미국 FDA의 공동 협력
이선희
입력 2023-01-26 09:48
수정 최종수정 2023-01-27 15:39
<53> 의약품의 경쟁을 촉진하고 약가를 낮추기 위한, 미국특허청과 미국 FDA의 공동 협력
2023년 1월 19일 의약품 경쟁을 촉진하고 약가를 낮추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하에 미국특허청과 FDA의 공동 토론회가 있었다. 이 공동 토론회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되어 오후 4시30분까지 약 5시간 동안 진행되었는데 실시간으로 온라인 중계 (사전등록 필요)되어 편하게 전 토론을 시청할 수 있었다.
미국내 처방 의약품의 가격이 다른 여느 나라에 비해 높다는 것이 미국내에서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고,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뉴스 매체와 환자 단체 들은 미국 내 의약품 가격이 높은 이유는 제약회사들이 특허제도를 남용(abuse) 혹은 오용(misuse)하여 부당하게 독점권을 연장시키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빈번하게 있어 왔다.
의약품과 관련해서는 특허에 기초한 독점기간(기본적으로 출원일로부터 20년)이 있고, 신약허가 신청시 제출하는 임상연구자료를 기반으로 한 시장독점권(독점권의 종류에 따라 허가일로부터 5년, 3년, 혹은 7년, 12년)이 있다. 시장 독점권 기간 동안 제네릭은 제네릭 허가 신청을 할 수 없다.
제네릭의 ANDA 신청시 오렌지북에 기재된 특허의 무효를 주장하거나 비침해를 주장하는 Paragraph IV 선언서가 포함된 경우에는 5년까지 기다리지 않고 독점기간 4년이 지나면 ANDA 신청을 할 수 있다. 해당 의약품을 커버하는 미국특허가 오렌지북에 등재된 경우 특허권자가 제네릭 신청자에게 특허침해소송(소위 (Hatch-Waxman ANDA 소송)을 하는 경우 30개월동안 FDA가 제네릭을 허가해 줄 수 없기 때문에 이 30개월의 기간까지 계산하면 실질적으로 최소한 총 6년 6개월의 시장 독점권이 가능해진다.
특허와 FDA허가가 서로 연계되어 있고, 미국의 독특한 제도인 continuation application을 이용한 전략적인 다수의 특허출원이 가능한 것을 글로벌 제약사들이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비싼 의약품 가격의 주범이 특허인 것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타당한지는 확신이 가지 않는다.
다만 제약회사가 약가를 시장의 상태에 따라 정할 수 있다고 하는 점에서 특허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고 투자분석가들도 제약회사의 주가 동향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지표로 주요 제품의 특허가 언제 만료되는 지를 1순위로 놓는다는 점에서는 약가의 결정에 특허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미국특허청-FDA 공동 토론회(이하 공동 토론회)는 그 첫회이니 만큼 환자, 특허청 지도부와 실무자들, FDA 지도부와 실무자들, AIPLA, 학계, 그리고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을 발표하는 수준이었다. 환자들은, 특히 평생 투약을 해야 하는 환자들(당뇨환자, 자가면역환자 들)의 입장을 얘기했고, 해결책은 모르지만 어찌되었던 모든 환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약물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참고로 최근에 인슐린을 구입할 경제력이 없어 사망하게 된 당뇨병 환자의 뉴스가 있었다).
시민단체 들은 second generation 특허 (예를 들면, modified or variant forms, formulations, dosing regimen)에 대한 비판을 하였는데, polymorph를 개발하는 제약회사 대표는 특허권 침해소송 때문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는 지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토론회에서 몇몇 발표자들이, 특허출원의 심사 도중 특허청에 제출되는 출원인의 주장 (특허성이 있음을 입증하기 위한 주장)과 허가를 받기 위해 FDA에 제출하는 주장이 서로 상반되는 상황이 있음을 지적하며, 미국특허청과 FDA가 서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부당하게 특허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도 하였다. 예를 들면, FDA에는 새로운 임상연구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생동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동일한 화합물이나 제제에 대한 특허출원 심사 중에는 선행기술과 진보성이 있을 만큼 다르다고 주장하여 특허를 받는 것은 부당하는 것이고, 미국특허청 심사관 들이 의약 분야의 전문가인 FDA 허가 심사담당자들이 동일한 화합물이나 제제에 대하여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 지 혹은 어떤 결정을 하였는 지를 참조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주장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FDA에 제출되는 신약/제네릭 허가 신청 자료들이 특히 허가가 날 때까지 비밀로 유지되는 점을 생각하면 위 제안을 기존의 법령 안에서 시행하는데 문제점이 있을 수 있고 또 실무상 FDA에 제출되는 자료가 특허청의 어떤 출원에 관련이 있는 지를 연계시키는 것도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다만 소송이나 무효심판에서 관련 소송이나 다툼에 대한 정보를 개시하도록 하는 요건을, 출원 심사 단계에서도 출원인에게 부여하는 식으로 시행령을 개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미 현재 시행되고 있는 Information Disclosure Statement제도도 출원인에게 큰 부담인 점을 고려하면 크게 환영받긴 힘들 것 같다. 인도에서는 해마다 해당 출원의 상업화에 대한 정보와 타국에서의 현황을 업데이트하는 것을 의무로 하고 있는 데 이런 의무를 미국에서도 시행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대체로 예상했던 대로 학계에서 나온 발표자들은 특허제도가 특허존속기간을 부당하게 연장하는데 이용되고 있고 결과적으로 높은 약가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했고, 제약업계는 브랜드 제약회사를 주 회원으로 하는 기관들(BIO, PHARMA)과 제네릭 혹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시밀러 포럼)은 서로다른 입장을 표명하였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앞으로 어떻게 이 공동 협력이 진행되고 발전할 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제약/바이오 업계의 특허실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주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토론 중에 몇 가지 흥미로운 통계가 공개되었다. 예를 들면, 바이오 신약의 개발에는 약 10~12년의 기간이 걸리고 US$ 2.6 Billion이 소요되고,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약 6~7년의 기간이 걸리고 US$ 200 Million이 소요된다고 한다. 미국특허청의 심사관이 특허출원 1건을 심사하는데 할당된 시간은 19시간이다 (심사관과 면담을 자주 하는데,가끔 심사관들이 인터뷰에 할당된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을 하곤 한다). 출원명세서도 길고 선행기술의 숫자도 많고 주로 학술지가 많은 바이오 분야의 출원을 심사하는데 19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특허청과 FDA의 협력과 관련된 그간의 상황과 현재 진행되는 노력, 공동 토론회의 아젠다, 그리고 2월 초에 업로드될 토론회 영상은 https://www.uspto.gov/about-us/events/joint-uspto-fda-public-listening-session-collaboration-initiatives 에서 볼 수 있다.
또 2022년 9월 8일에는 미국특허청과 FDA가 공동으로 스타트업을 주 대상으로 한 세미나를 진행했었는데 그 영상은 https://uspto.cosocloud.com/p61tbgmasjsl/ 에서 시청할 수 있다.
<필자소개>
이선희 변호사는 30여년 동안 한국과 미국에서, 특허출원 뿐만 아니라, 특허성, 침해여부, 및 Freedom-to-operate에 관한 전문가 감정의견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해오고 있다. 또한 생명과학, 의약품, 및 재료 분야 등에서 특허출원인이 사업목적에 맞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도록 자문을 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한미약품이 아스트라제네카를 대상으로 하여 승소하였던 미국뉴저지 법원의 에스오메프라졸 ANDA 소송을 담당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