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 미국변호사의 기술특허 길라잡이
<38> 일루미나와 BGI 간의 차세대 게놈 시퀀싱 특허 전쟁
편집부
입력 2022-05-13 08:56
수정 최종수정 2022-05-13 09:14
일루미나와 BGI 간의 차세대 게놈 시퀀싱 특허 전쟁
지난 2년 동안의 COVID-19 팬데믹 기간 동안에 SARS-CoV-2 바이러스의 게놈과 변이를 연구하는데 근원적인 수단을 제공한 것이 차세대 시퀀싱 기술이라고 한다. 마켓 연구 기관들의 예측에 따르면 2020년에 US$ 5.5 billions 규모였던 차세대 시퀀싱 마켓은 2021년에 US$ 6.37 billions로 성장했고 2030년에 가면 US$ 24.5 billions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source: www.precedencersearch.com). 차세대 시퀀싱 기술의 선두 주자들 중에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에 소재한 일루미나와 중국의 BGI를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두 회사는 전 세계 차세대 게놈 시퀀싱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선두 주자들인데 양 쪽이 여러 개의 특허를 갖고 특허침해를 주장하고 상대 특허의 무효를 주장하는 특허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일루미나는 1998년 4월 1일에 샌디에고에서 창립된 회사이고, BGI (Beijing Genomics Institute)는 1990년 대 후반 비영리기관으로 설립되었다가 2016년부터 중국정부가 지원한 유전자 저장 뱅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Complete Genomics Inc. (CGI), BGI Americas Corp., MGI Tech Co., Ltd.와 MGI Americas Inc.를 소유하고 있다.
델러웨어 연방 지방법원 특허침해소송
가장 최근의 소송부터 시작하자면 델러웨어 연방 지방법원에서 진행중인 Complete Genomics, Inc. (CGI) v. Illumina 사건에서 2022년 5월 6일 일루미나가 CGI의 특허를 고의적으로 침해하였고, 그에 대한 손해배상으로서 US$ 333.8 millions 을 지급하도록 하는 배심의 평결이 있었다. CGI는 BGI 가 소유한 회사 중 하나로서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소재하고 있다.
이 사건의 시작은 2019년 CGI가 일루미나를 상대로 일루미나의 DNA 시퀀싱 시스템인 NovaSeq 6000, NextSeq 500/550/550x 시리즈, NextSeq1000/2000 시리즈, MiniSeq와 그에 따르는 시료 제작 키트가 자사의 미국 특허9,222,132호와 10,662,473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델러웨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다. 위 시스템들은 소위 '두개의 채널'을 이용한 DNA 시퀀싱 시스템들이다. CGI는 또한 일루미나의 위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용자들도 자사 특허를 직접 침해하고 일루미나는 사용자들의 침해를 유도하는 간접 침해 행위도 했다고 주장하였다. 위 특허들은 두개의 시그널로부터 각 뉴클레오타이드를 추론하는 기술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루미나는 자사 제품이 CGI의 특허들을 침해하지 않으며 CGI의 특허들이 무효라고 하는 항변을 하였고 또 CGI의 BGISEQ과 MGISEQ 유전자 시퀀싱 장비들이 일루미나의 미국 특허 9,217,178 호, 9,303,290 호, 9,970,055 호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반소를 제기하였다. 이 반소에 대해 CGI는 자사 제품이 일루미나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으며 일루미나의 특허들이 무효라고 주장을 하였다.
일루미나의 특허들은 2027년 12월, 2026년 1월, 2026년 2월에 만료가 되는 반면, CGI의 특허들은 2029년 1월에 만료된다. 미국특허청 기록으로는 일루미나와 CGI 어느 쪽도 상대 특허에 대해 특허청에 무효심판을 청구하지 않았다.
2022년 5월 6일의 평결에서 배심은 CGI 특허들은 유효하고, 일루미나가 CGI 특허들을 직접 침해하기도 하고 간접적으로도 침해 (유도 침해 와 기여 침해 모두 인정)를 하였으며, CGI 특허들은 신규성과 진보성을 갖고 있고 명세서 실시가능 기재요건도 만족시킨다고 평결하였다.
반면 CGI가 일루미나의 특허 중 9,217,178호와 9,303,290호는 직접 침해하나 간접 침해는 하지 않으며 (9,970,055호 특허에 대한 침해는 없다고 평결), 일루미나의 모든 특허 들은 진보성이 없어 무효라고 평결하였다.
위 평결에 대해 일루미나는 항소를 할 의향임을 밝혔는데 일루미나의 주가는 5월 5일 US$ 291.72에서 5월 6일 US$ 252.62로 하락하고, 5월 11일 현재 US$ 213.81로 하락한 상태이다.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 침해소송과 독점금지 소송
일루미나와 BGI(CGI의 모회사)는 캘리포니아 북부 지법에서 다른 미국특허들에 대한 침해소송을 벌이고 있었는데 BGI가 4개의 일루미나 미국특허를 고의적으로 침해했다고 하여 US$ 8 millions의 손해배상을 결정한 평결이 2021년 11월에 나온 바 있다. 그 후 올 3월에는 일루미나가 요청한 대로 BGI에 대해 일루미나의 특허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영구 금지명령이 판사에 의해 내려졌는데 일루미나가 요청한 3배 배상은 거부되었다. 판사가 3배 배상을 거부한 근거에는 BGI가 2014년부터 계속 일루미나의 특허를 침해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루미나의 특허가 무효라고 하는 항변에 대해 선의의 믿음을 갖고 있었으며 소송 중에도 심각하게 나쁜 행위는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이 평결과 판결에 대해 양 당사자 모두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를 한 상태이다.
이 캘리포니아 지방법원 소송의 대상이 되는 일루미나의 특허는 7,566,537호, 9,410,200호, 7,541,444호, 7,771,973호, 10,480,025호이다. 이중 7,566,537호에 대해서는 CGI가 무효심판을 신청한 바 있었는데 무효심판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 캘리포니아 배심의 평결은 특허 7,566,537 호, 9,410,200호, 7,771,973호는 유효하고, 10,480,025호는 한 청구항을 제외하곤 모든 청구항이 유효하며, BGI가 일부 특허를 간접적으로 침해하였고 고의적 침해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들 특허들은 2022년 8월 혹은 2023년 8월에 만료한다. 나머지 특허 7,541,444호는 2024년 6월에 만료되는데 하나의 청구항을 제외하곤 무효인 것으로 판단된 상태이다.
양 당사자가 모두 항소를 한 상태이므로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어떤 판단을 할 지 두고 볼 일이다.
CGI는 2021년 1월에 일루미나를 상대로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독점금지 소송을 제기했는데 현재 이 소송은 중지 특허침해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 까지 중지(stay)된 상태이다. 독점금지 소송의 담당 판사는, 델러웨어 소송에 대한 항소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중지를 유지할 것인 지의 여부에 대해 양 당사자들에게 브리프를 제출하도록 요청하였다고 한다.
유럽 특허소송
일루미나와 BGI는 독일, 스위스, 영국의 법원에서 침해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여러 나라의 특허청에서도 특허의 무효를 다투고 있다. 2021년 12월에는 영국의 항소법원에서 BGI가 일루미나의 특허를 침해하였다고 하는 하급 법원의 판결을 확정하는 판결도 있었다.
미국 특허소송에서의 승자는 연방순회항소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예측하기 힘들고 순전히 2-channel 시퀀싱 기술에 대한 특허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보자면 일부 일루미나 특허의 무효가 확정될 수 있고 CGI 특허보다 일찍 존속기간이 만료되는 점에서 더 심한 경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필자소개>
이선희 변호사는 30여년 동안 한국과 미국에서, 특허출원 뿐만 아니라, 특허성, 침해여부, 및 Freedom-to-operate에 관한 전문가 감정의견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해오고 있다. 또한 생명과학, 의약품, 및 재료 분야 등에서 특허출원인이 사업목적에 맞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도록 자문을 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한미약품이 아스트라제네카를 대상으로 하여 승소하였던 미국뉴저지 법원의 에스오메프라졸 ANDA 소송을 담당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