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산속이나 들의 약간 그늘지고 습한 곳에 자라는 광대수염이라는 식물이 있다. 광대수염은 꿀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서 야산 주변에 다니다보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 식물은 어떤 연유로 이 같은 범상치 않은 이름을 갖게 된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줄기는 네모지고 30~50cm 정도 높이로 곧게 자라고 잔털로 덮여있으며 가지는 치지 않는다. 잎은 둥근 계란 모양의 심장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잎자루가 있으며 마디마다 두 개의 잎이 서로 마주난다. 잎에는 주름이 잡혀있고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으며 앞뒤 모두 잔털로 덥혀있다.
5~6월에 잎겨드랑이에 흰색 또는 옅은 분홍색의 입술 모양의 꽃이 5~6개씩 돌려가며 층층으로 핀다. 꽃송이의 윗입술꽃잎은 투구 모양이고 아랫입술꽃잎은 3갈래로 갈라져서 밑으로 처져있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고 끝이 날카롭게 뾰족하다. 암술은 1개이고 수술은 4개로 2개는 길고 2개는 짧은 2강웅예이고 기다란 2개 수술과 암술은 윗입술꽃잎으로 덥혀있다.
이 식물은 어떻게 해서 광대수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일까? 이 풀을 보았을 때 광대와 연관 지을만한 구석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광대는 인형극이나 가면극 같은 연극이나 줄타기 또는 땅재주 같은 곡예를 놀던 사람을 일컫는 말로 알록달록한 의상을 입고 관중을 웃기는 행위를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
식물명에 광대가 들어간 것을 보면 광대나물, 광대싸리, 광대버섯, 광대작약(미치광이풀)등으로 별로 많지 않으며 광대와 연관지을만한 특징적인 공통점도 없다. 식물의 이름은 오랜 세월 동안 민초들과 살아가면서 식물의 모양새나 또는 특정 병 치료 효험이나 시대적 사건과 연관 지어서 생겨나게 된다.
그래서 이름이 한 가지가 아니라 지방에 따라 각각 다른 많은 이름이 있으며 그 중에서 가장 타당성 있고 가장 많이 알려진 이름을 국가 표준 이름으로 정한다. 우리의 야생초 이름은 모두 우리의 정서에 맞아 친근감을 느끼게 되고 그 이름 속에 많은 뜻이 담겨있게 있게 된다.
광대나물을 구성하고 있는 꽃, 잎, 줄기 중에서 광대와 연관지을만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 꽃받침을 생각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광대수염의 꽃받침은 5개로 갈라져 있고 그 끝이 송곳처럼 뾰족하며 다른 식물과 비교했을 때 매우 희귀하고 특이한 모습이다. 이러한 광대수염의 꽃받침이 길고 해학적적인 양반광대의 수염과 닮은 구석이 있다고 본 것으로 생각된다.
광대수염은 유럽에도 많이 분포되어 있고 광대수염의 학명도 이명법(二名法)을 처음 창안한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Linne)가 지었다. 속명 라미움(Lamium)은 희랍어와 라틴어의 라미아(lamia)에서 비롯된 것으로 ‘괴물’, ‘흡혈귀’, ‘마녀’ 등의 뜻을 갖고 있다. 학명을 지은 린네도 광대수염의 꽃 모양에서 괴물의 모습을 떠올린 것이다. 윗입술꽃잎과 아랫입술꽃잎이 다른 꿀풀과 식물의 꽃에 비해서 유별나게 많이 벌어져 있음으로 입을 크게 벌린 괴물이 연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광대수염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종명 알붐(album)은 ‘흰색’이라는 뜻으로 꽃의 색깔을 나타낸 것이다. 꽃은 분홍색도 있으나 매우 드물고 대부분 백색 꽃이다.
한방에서 전초 말린 것을 야지마(野芝麻)라 하고 감기, 소염, 월경불순, 타박상, 종기에 사용한다. 물 추출물이 동맥과 자궁을 수축시킴으로써 자궁출혈에 효력이 있음도 밝혀졌다. 한방에서 월경불순과 같은 산부인과 질환에 사용하는 것은 타당성이 입증된 셈이다. 유럽에서도 광대수염은 우리의 한방용도와 비슷한 분야에 많이 사용된다.
봄철에 돋아나는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지만 덴마크 가축식품청에 의하면 광대수염 꽃의 잠재적 식용독성에 대해 주의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알려진 성분으로 퀘르시메트린(quercimetrin), 라미오사이드(lamioside), 루틴(rutin)이 있다.
<삼가 고 권순경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
알려드립니다.
2014년 3월이후 최근까지 본 칼럼의 연재를 맡아 오신 권순경 교수님께서 지병으로 인해 지난 4월8일 별세하셨습니다.
권순경 교수님은 식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유기합성화학을 기초로 하는 학문분야인 약품화학을 전공했지만, 모든 약의 근원이 식물인 만큼 평소 약용식물과 야생화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카메라에 담는 작업을 진행해 오셨습니다.
특히 권 교수님께서 촬영한 야생화 사진들은 단순한 도감용 사진의 단계를 넘어서서 예술적인 심미안과 전문적인 카메라 기법이 녹아든 작품사진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생전 건강하신 모습으로 야생화의 세계를 카메라 앵글에 담아 약학자의 과학지식과 정보를 담은 소개글과 함께 매달 보내주신 권 교수님의 옥고를 더이상 받아볼수 없게 되었습니다.
유고작으로 남은 이번회차 원고와 사진을 마지막으로 게재하게 됨을 알려드리며 삼가 권순경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