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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391> 한 박자 쉬고
심창구
입력 2024-04-05 11: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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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교수. © 약업신문

교회에 처음 가는 사람은 목사님이 자꾸 자기를 보고 죄인이라고 하는 데 기분이 살짝 나빠진다. 어떤 사람은 ‘목사님이 내 죄를 어떻게 알았지?’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내가 죄인까지는 아닌데’ 생각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평생 죄 짓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을 터이니 죄인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서 어떤 목사님은 사람을 ‘걸린 죄인과 걸리지 않은 죄인’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하였다. ‘걸린 사람은 벌금을 내거나 감옥에 갇혀 있지만, 걸리지 않은 사람은 여기 예배당에 와 있거나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늘 죄를 회개하라고 한다. 우선 내가 죄를 지은 것을 깨끗이 인정하고 하나님의 용서를 빌고, 그 다음에 옛 영혼을 몰아내고 정직하고 정결한 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구원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말씀이지만 실행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이스라엘 역대 왕 중에서 다윗왕이 으뜸으로 꼽힌다. 그는 영적으로나 현실 정치에서 탁월한 균형감각을 가진 왕이었다고 한다. 그 다윗 왕이 우리아라는 장군의 아내인 밧세바를 뺏어 아내로 삼고 우리아를 죽게 만드는 큰 죄를 저질렀다. 그때 나단이라는 선지자가 와서 다윗왕을 꾸짖으며 죄를 회개하라고 했다. 이에 다윗왕은 자기죄를 즉시 회개하였다고 한다.

다윗은 당시의 왕이었다. 지은 죄를 회개하는 대신 꾸짖은 사람 나단을 바로 죽일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다윗은 회개하였다. 그런 면에서 다윗을 훌륭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단이 선지자였기 때문에 그 꾸지람을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예컨대 평범한 목동이 다윗왕을 꾸짖었다면 목동의 생명이 위험해졌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말은 내용보다 누가 말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훌륭하다고 인정을 받고 있는 사람이 하는 말에는 힘이 있다. 그러나 품행이 엉망인 사람이 아무리 명언을 쏟아낸들 누가 그 말을 듣겠는가?  그런 면에서 우리는 남의 죄를 나무라기에 앞서 그 말을 할 자격을 갖추는 일이 더 중요해 보인다.

자기가 죄인임을 스스로 깨닫고 있는 사람도 누군가로부터 ‘회개하시오’라는 지적을 받으면 우선 불쾌한 마음이 든다. ‘회개를 해도 내가 알아서 할 텐데, 당신이 뭔데 나보고 회개하라고 하냐?’는 반발심도 생긴다. 그래서 남에 대해 ‘지적질’을 하고 싶을 때에는 서두르지 말고 우선 한 박자 쉬면서 나를 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아예 말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덕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나니까 얘기해 준다’거나, ‘내 말이 뭐 틀렸냐?’며 하는 말은 비록 ‘바른 말’ 일지언정 부작용만 일으키기 쉽다. 상대방의 개과천선을 이뤄내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상대방으로 하여금 일부러 더 죄를 짓게 만들 우려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고 이어령 선생님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뜨거운 열정과 냉철한 이성이 아니라 따듯한 눈물 한 방울’이라고 하셨다. 그분 말씀대로 냉철한 이성에 근거한 비판, 지적질, 바른 말은 사회 질서를 바로잡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분열을 조장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수백마디 꾸짖음이나 지적질보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따듯한 눈물 한 방울이 우리 사회를 따듯하게 만드는데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 그분의 말씀에 완전 공감한다.  

끝으로 사족(蛇足) 한마디. 세상의 법망(法網)은 미리 쳐 놓은 거미줄과 같아야 할 것이다. 거미줄(법망)이 쳐져 있는 곳으로 지나가려고 하는 벌레는 영락없이 거미줄에 걸리게 마련이다.

세상의 법망이 잠자리 채와 같아선 안될 것 같다. 잠자리 채는 들고 있는 아이가 선택한 먹이를 쫒아가 덮쳐 잡는다. 잡힌 벌레는 ‘왜 수많은 먹이 중 하필 나를 잡았느냐’고 투덜댄다. ‘운수가 나빴다’며 자기 행동을 회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잠자리 채를 휘두르는 방식은 세상의 죄를 방지하는 데에 효과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약 60년전 고등학교 일반사회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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