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390> 수금푸
심창구
입력 2024-03-18 09:51 수정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스크랩하기
작게보기 크게보기
심창구 교수. © 약업신문

군대에서 경상도 출신 고참병이 한 신병에게 “야, 수금푸 좀 갖고 온나”라고 명령을 내렸다. 신병은 수금푸가 뭔지 몰라 당황해서 이것 저것 닥치는대로 가져가 봤으나 고참병은 매번 그게 아니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

수금푸는 경상도에서 삽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몇 년 전에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름 경상도 방언 좀 안다고 하던 나도 매우 놀랐다. 경상도에서는 선반을 시렁, ‘매우 많다’를 ‘천지삐까리다’, ‘항거 많다’ 또는 ‘쌔빌맀다’라고 한다는 정도까지 알고 있던 나로서도 수금푸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후 나는 이 말이 어디에서 유래한 말일까 늘 궁금하였다. 그런데 차에 며칠 전 TV를 보는데 한 연예인이 길거리에서 뭔가를 사 먹으면서 이 스쿠프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아마 아이스크림을 사는 중이었던 것 같은데, 상인이 큰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듬뿍 떠서 담아주자 연예인이 감탄하면서 ‘와! 한 스쿠푸 잔뜩 주시네요’ 하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이 스쿠푸가 영어로 scoop 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퍼뜩 떠 올랐다. 즉시 사전을 찾아보니 scoop는 ’아이스크림이나 밀가루 등을 뜰 때 쓰는 작은 국자같이 생긴 숟갈’이라고 나와 있었다. 이 scoop가 어쩌다 경상도에서 스금푸로 바뀐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좀 더 확인을 해 봐야 할 일이다. 그러고 보니 이런 식으로 외래어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발음이 바뀐 사례가 제법 있을 것 같았다.

기왕 군대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으니 사병의 계급에 대한 호칭 이야기까지 해보기로 하자. 군대에 들어가면 훈련소를 졸업하면서 계급장을 받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작대기 하나, 그 다음에는 작대기 둘, 그 다음에는 작대기 셋,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작대기 4개가 들어있는 계급장을 받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작대기 하나를 이등병, 둘을 일등병, 셋을 상등병, 넷을 병장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상식적으로는 일등병, 이등병, 상등병, 병장 순으로 불러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래서 여성이나 군대에 가보지 않은 남자들은 계급장을 보고 그 사병의 계급을 제대로 부르기 어려워한다. 나도 이게 늘 이상했는데, 어느 날 중국어에 능통한 동료 사병으로부터 그 이유를 듣게 되었다. 짧게 말하자면 중국에서 일이삼사(一二三四)라는 한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그 발음을 중국식으로 이얼산시(이일삼사)로 했어야 했는데 누군가의 착오로 일이삼사로 잘못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이등병, 일등병, 상등병 순으로 부르는 것은, 군대에서만 중국어의 발음인 이얼산시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건군 초기에 중국군의 제도를 모방하여 군 제도를 만들다 보니 계급장에서만 이얼산시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제대로(?) 된 발음인 이얼산시를 들여왔더라면 계급장의 호칭에 대한 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중국에서 한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실수로 잘못 들어온 예를 하나 더 소개하고자 한다. 옛날에는 우리나라에서 콜레라를 호열자(虎列刺)라고 불렀다. 이는 아마 콜레라와 발음이 비슷한 중국어 한자에서 유래했겠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콜레라와 호열자는 발음의 유사성이 그리 크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군대 동료의 말이 원래 중국에서는 콜레라를 虎列辣(호열랄)이라고 썼었는데, 누군가가 이 단어를 우리나라에 들여올 때 랄(辣)자 대신 모양이 비슷한 자(刺)자로 잘못 들여와 사용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虎列辣의 중국식 발음은 콜레라에 가깝다고 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사소한 실수 하나가 오랜 세월에 걸쳐 잘못(?)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약학 용어 중의 엑기스, 충진, 캅셀도 각각 엑스, 충전, 캡슐의 잘못인데, 꼼꼼하게 따져보면 이런 류의 오류는 천지 삐까리로 많을 것 같다.  만약에 Scoop가 수금푸로 바뀐 것이라면, 이는 이얼산시가 일이삼사가 되고, 호열랄이 호열자로 잘못 바뀐 것 보다는 훨씬 애교 있는 실수가 아닐까?  
 

전체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390> 수금푸
아이콘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관한 사항 (필수)
  - 개인정보 이용 목적 : 콘텐츠 발송
- 개인정보 수집 항목 : 받는분 이메일, 보내는 분 이름, 이메일 정보
-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 이메일 발송 후 1일내 파기
받는 사람 이메일
* 받는 사람이 여러사람일 경우 Enter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 (최대 5명까지 가능)
보낼 메세지
(선택사항)
보내는 사람 이름
보내는 사람 이메일
@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390> 수금푸
이 정보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
스크랩한 정보는 마이페이지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