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374> 김종국 교수님 1주기
심창구
입력 2023-07-13 10: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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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일 오후 3시, 삼성역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국화룸에서 고 김종국 교수님의 1주기 추모 모임이 있었다. 이 모임은 ‘도전의 승부사’라는 김교수님의 유고 자서전의 발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고인의 제자들과 지인들로 성황(?)을 이룬 이 모임은, 결국 고인의 삶의 성공을 증명해 주는 자리가 되었다.

600 페이지가 넘는 자서전 중 5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은 고인이 평소에 써 놓으셨던 글들이었고 나머지는 문하생들의 회고담이었다. 책의 머리말은 ‘후손들 보아라’로 시작하는 ‘나의 삶, 나의 인생’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오랫동안 편찮으신 상태에서 후손들에게 꼭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음을 전하는 글이었다. 나이 탓일까? 교수님의 마음이 절절하게 와 닿았다.

자서전에는 교수님의 탄생으로부터 인천에서 보낸 어린 시절, 한국전쟁, 대학생 시절, 미국 유학 및 서울대 약대 교수 시절 전반에 걸친 경험과 관찰이 매우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는 개인사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인천의 역사 및 서울대 약대 역사에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인천연구원’에 참고 자료로 보내도록 조치하였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약학역사관(관장, 주승재 교수)’의 출판사업의 일환으로 발간되었다. 책의 안쪽 날개에는 김교수님의 정년퇴임 기념식 동영상 QR코드를 실음으로써 누구든지 휴대폰으로 김교수님의 육성과 동영상을 듣고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내 의견에 따른 것인데, 사모님도 매우 좋아하셔서 안도하였다.

이날 행사는 한국약제학회에 1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아드님의 경과 보고에 이어 문하생들의 회고담이 있었고, 뒤이어 약계 인사들의 추모 순서가 있었다.

나도 잠시 기회를 얻어 다음과 같이 회고하였다.  

세월은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무섭게 세월을 빨아들여 벌써 김교수님이 작고하신 지 1년이 지났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떠나신 김교수님의 위대한 발자취가 단지 과거라는 이름 하나로 추억 속에 잠기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허망하다.

교수님과 내 연구실은 약대 21동 위아래 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교수님은 빈번하게 내 연구실에 오셔서 담배를 피고 가시곤 했다. 때로는 “교수님, 이제 그만 가 주세요. 저 바빠요” 할 정도로 자주 오셨다. 또 교수님과 나는 약제학과 물리약학전공 대학원생들의 ‘약학연습’이라는 세미나 강의를 공동으로 지도하였는데, 교수님은 과학 현상을 더 할 나위 없이 쉽게 설명하셨다.

예컨대 “마이크로스피어(microsphere)? 그거 어렵게 생각할 거 하나도 없다. 냄비에 물을 끓여 놓고 계란을 깨 흰자위를 집어넣고 젓가락으로 막 저어주면 생기는 것이 마이크로스피어다”라고 일갈하셨다. 그 간명한 설명에 나와 모든 학생들은 감탄하곤 하였다.

내가 모교 교수가 된 1983년 이후 일본 동경대학에서 본 것을 참고하여 약제학실과 물리약학실 사이에 ‘제물정기전(劑物定期戰)’이라는 체육대회를 창설하였다. 처음에는 봄 가을로 개최하다가 나중에는 가을에만 개최하였다. 이 정기전은 약제학실과 물리약학실 대학원생은 물론 졸업생까지 전부 참석하는 일종의 홈커밍데이의 성격을 띄었다. 혹자는 나와 김교수님이 모두 제물포(濟物浦) 고등학교 출신 (각 10회와 5회 졸업)이라 이런 이름을 붙였나 오해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리약학 출신들은 제물전이라는 용어 대신 물제전(物劑戰)이라는 이름을 애용하였는데, 이는 마치 연고전과 고연전이라는 명칭 싸움 같은 것이었다.

이 제물전에서는 하루 종일 주로 축구, 농구, 배구, 달리기, 탁구 등의 게임을 했는데, 달리기와 탁구 종목에서만큼은 내가 늘 김교수님을 이길 수 있었다. 축구 등에서 전반적으로 열세를 면치 못하던 약제학실 입장에서는 김교수님은 고마우신 적수(敵手)이셨다. 시합 후 실험실이나 야외에서 돼지 고기 바비큐를 함께 즐기던 추억도 생생하다. 당시 이 체육대회는 약대의 다른 군소 전공 대학원생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끝으로 사모님이 강건하게 잘 지내고 계심에 감사드린다고 인사하며 회고담을 마쳤다.

김교수님의 영면을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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