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0년간(1983-2013)의 재직 기간 동안 118명의 석사를 지도하면서 되도록 그들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투고하게 하였다. 그들 중 제일 먼저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J. Pharm. Sci. 76(1987, 784-787))에 석사 학위 논문을 게재한 사람은 J군이었다.
그의 연구내용은 사람이 테오필린 정제를 복용하였을 때의 타액(唾液) 중 약물 농도를, 간단히 이 정제의 시험관내 (in vitro) 용출(溶出, dissolution) 속도를 측정함으로써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선행(先行) 연구에 따르면 타액 중 농도는 혈중 농도를 반영하기 때문에, 결국 이 약에 대한 간단한 in vitro 시험으로부터 이 약의 in vivo 혈중농도 프로필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는 워낙 외국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해보지 못하던 시절이라 대학원생들과 함께 매우 기뻐했던 추억이 생생하다.
그 때에는 논문의 본문은 타이프라이터로 치고, 그래프는 일일이 손으로 그린 다음, 각 3부씩을 딱딱한 종이 사이에 끼워서 항공 등기 우편으로 학술지의 편집위원장에게 보내야 했다. 당시에는 이메일 투고가 없었다. 한 두 달을 초조하게 기다리면 마침내 Fedex로 회신 편지가 온다. 그 때 봉투를 뜯어 심사 결과를 알리는 편지를 읽을 때의 두근거림이란! 오랫동안 논문을 투고하다 보니 다 읽지 않아도 편지가 ‘I regret.’으로 시작되면 거절된 것이고, ‘I am pleased’로 시작하면 채택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운 좋게 채택(accept)되었음을 확인하면 야호!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채택보다는 거절(reject)되었다고 써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거절되었을 때의 좌절감은 상당 기간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채택이나 거절보다는 ‘첨부한 지적사항을 반영하여 수정(revision)해서 다시 보내주면 재고(再考)하겠다’는 회신을 받는 경우가 제일 많았는데, 이런 회신만 받아도 희망을 가질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내가 지도한 석사과정 학생들의 연구 논문의 키워드들을 보면, 생체내이용률, 소장 흡수, 지속성 방출, 약물동태, 제어방출, 경구 DDS, 용량의존적 체내동태, 담즙배설, 직장(直腸)흡수, 경비(經鼻)흡수, 신장해(腎障害), 간장해, 생물학적동등성시험, 한방약, 용출, 타액 중 약물농도, 지속성 정제, 인터페론, 음주와 약물동태, 뇌 중 약물농도, 신장 배설, 인터루킨, 프리포뮬레이숀, 다중(多重)피크 현상, 포뮬레이션, aucubin, 이온토포레시스, 경피투여, 부위 특이적 흡수, 팽윤하이드로젤, 프로리포솜, 가용화, 간 타게팅, asialofetuin, 리포솜, 담즙산, 간 마이크로좀, 간담배설, 마이크로캡슐, PVP-하이드로젤, 유기양이온의 간수송, 유리(遊離)간세포, 모세담관막 소포체, 쇄자연막 소포체, 혼합미셀, 패치, 프로드럭, BBB관문의 개방, 하이드로코티손의 피부 흡수, gliclazide의 가용화, 하이드로젤 연고, 간세포 배양계, 연어 칼시토닌 함유 프로리포솜, 위장관운동 촉진제, P450, P-gp, Caco-2 세포단층막, LLC-PK1 세포단층막, 호르몬 disrupter의 영향, berberin, P-gp, LPS 유발 급성 염증 모델, rMRP2, 유기양이온수송체(OCT), oct2, rOCT1, YH439, 실험적 콜레스타시스, SNEDDS, GFP tagging, oat3, 이온 페어 형성, 고체 분산, 장관운동 촉진, 항 비만 효과, BCRP, efflux, influx, 키토산 마이크로스피어, floxacin의 기관지 송달, 지실, ghrelin 수용체, motilin 수용체, 마크로파지 송달, gemifloxacin, 아미노산 수송체, naringin 등으로 매우 다양하였다.
연구 주제가 이처럼 다양했다는 것은 실은 내 지도가 몇 가지 주제에 집중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내 지도 능력의 한계 때문에 깊이 있는 지도를 받지 못한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