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362> 새해에는 꿈을
편집부
입력 2023-01-12 11: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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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자다가 오줌을 싼 적이 있다. 화장실인 줄로 착각하는 꿈을 꾼 때문이다. 또 친구들과 다투다가 헛주먹질을 하는 꿈, 싸우다가 소리를 지르려 해도 소리가 안 나와 고생하는 꿈을 꾼 적도 있다. 요즘 나는 줄거리도 엉터리고 앞뒤도 안 맞는 꿈을 많이 꾼다. 충청도 말로 ‘개갈’이 안 나는 이런 꿈을 개꿈이라고 한다. 이런 꿈은 깨고 나면 금방 잊어버린다.

과거의 충격적인 사건이나 재현되어 고생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나는 얼마 전까지 대학 다닐 때 지각을 많이 해서 공부를 제대로 못 했다가 시험 때 당황하는 꿈을 꾸었다. 다시 군대에 끌려나가 고생을 하면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나 고민하는 꿈도 많이 꾸었다. 특히 군대에서 집합 시간에 신발이 없어져 여기저기 헤매는 꿈을 수없이 꿨다. 또 일본 유학 때 멋도 모르고 결혼식 피로연 축가를 부르도록 초청을 받았던 트라우마 때문인지 요즘도 준비 없이 무대에 오르며 당황하는 꿈을 꾼다.

드물지만 제법 줄거리가 있는 꿈을 꿀 때도 있다. 이런 꿈은 깬 뒤,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어떤 사람은 장차 일어날 일을 꿈속에서 미리 보기도 한다.나는 이런 계시(啓示)의 꿈을 꾼 기억이 없는데 아내는 적어도 세 번 정도 이런 류의 꿈을 꾸었다고 한다.

1987년 어느 날 아내는 기관지에 돌이 생겨 서울대병원에서 폐를 절제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았다. 폐 절제를 하루 앞둔 어느 날 아내가 입원실에서 잠을 자는데 꿈 속에 후광이 있는 어떤 분이 나타나서 두 손을 펼치며 ‘이제 다 나았다’고 했단다. 다음 날 아침 내과의가 와서 폐 절제에 앞서 기관지 내시경으로 돌을 빼 보자고 해서 응했는데, 정말 기적적으로 돌을 빼는 데 성공함으로써 폐절제를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또 2003년 초 어느 날 아내는 내가 새로 선출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나란히 서 있는 꿈을 꾸었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정말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식약청장 발령을 받고 나란히 서는 일이 일어났다. 얼마 뒤 아내는 노 전 대통령이 탄 차가 굴렀으나 대통령이 무사하게 살아나오는 꿈을 꾸었다고 했는데, 그즈음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이 탄핵이라는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가 벗어나는 일이 있었다. 아내의 꿈이 일어날 일을 기가 막히게 계시해 준 사례들이다.

아내의 꿈처럼 비교적 해석하기 쉬운 꿈도 있지만, 보통 사람은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꿈도 많다. 성경에 그런 꿈 이야기가 여러 번 나오는데, 감옥에 갇혔던 요셉이 이집트 왕의 이상한 꿈을 해석해 줌으로써 일약 죄수에서 총리로 발탁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꿈의 해석에 대해서 프로이트 같은 정신분석가들이 나름대로 그럴듯한 이론을 제시하고 있지만 모든 꿈의 완벽한 해석은 아직도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을 것이다.
끝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과 포부를 가리키는 의미로서의 꿈이 있다. 소위 ‘청운(靑雲)의 꿈’이라고 하는 것으로, 사람들이 청소년에게 꾸라고 가르치는 꿈이 이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린 시절 제대로 된 청운의 꿈을 꾸어 보지 못했다.

문득 유독 우리나라 말에서만 ‘꿈을 꾼다’라고 표현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영어에서 ‘dream a dream’이라고 하고, 일본어에서 ‘유메오 미루’ 즉 꿈을 본다고 하는 것과 분명히 대비된다. 아마 우리는 꿈을 ‘과거나 현재의 경험으로부터 상상한 미래로부터 꾸어 오는(차용)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청운의 꿈이란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청운의 꿈을 꾸지 못했던 것은 전깃불도 없는 캄캄 시골에서 자라는 바람에 보고 듣는 것이 적어 미래에 대한 상상이 부족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늙은이도 젊은이처럼 상상의 날개를 펴 청운의 꿈을 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새삼 성령이 임하면 늙은이도 꿈을 꿀 수 있다는 성경말씀(요엘2:28)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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