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360> '일본의 풍속' - 삶 속의 작은 깨달음14
편집부
입력 2022-12-16 16:52 수정 최종수정 2022-12-1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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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1982년, 일본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 몇 가지를 적어 본다.

성 풍속이 문란해 보였다
당시 대로변 극장에 포르노 영화 간판이 걸려있는 곳이 많았다.사람들은 별로 거리낌(?) 없이 포르노 극장에 들어가는 것 같았다. 서점에 가면 주간지 비슷한 잡지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펼쳐보면 거의 예외 없이 앞뒤 화보에 여성의 누드 사진이 실려 있었다. 사람들은 태연하게 그런 잡지들을 사 보고 있었다. 하도 태연스러워서, 원래 그들의 태도가 맞는 것이고,우리처럼 쉬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었나 착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모습들이 결코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였다 
처음 동네 은행에 갔을 때문에 들어서는데 여러 명이 큰 소리로 “이랏샤이마세(어서 오십시오)”라고 외치는 것이었다. 나는 내 뒤에 vip고객이 들어오나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라 바로 나를 보고 인사를 한 것이었다.

이때부터 나는 일본인은 왜 이렇게 친절할까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지금까지의 결론은 일본인은 남을 매우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메이지 유신 전까지 사무라이 시대였는데, 칼을 차고 지내다 보니 서로 말이 친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는 총을 차고 사는 미국인들이 처음 본 사람에게 하이!와 탱큐!를 남발(?)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아닐까 한다. 일본말에 욕이 별로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나는 ‘사람을 무서워하는 나라, 일본’ 이라는 주제로 십여 편의 글을 ‘약창춘추’에 썼고, 같은 주제로 2번 정도 일본 전문가들 모임에서 강연을 한 바 있는데, 많은 사람이 내 주장에 동의해 주었다. 나는 요즘도 ‘칼 찬 사람에 대한 무서움’으로 일본 문화를 해석해 보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데, 다소 견강부회(牽强附會)도 있을지 모르겠다.

매사에 정교하였다
일본인들은 예컨대 도로 공사를 하면 공사가 끝나는 대로 바로 도로를 복구하였다. 또 인도와 집 사이 빈 공간도 옛날에 어머니가 부뚜막 바르듯 정교하게 마무리하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파내는 공사 따로, 복구하는 공사 따로 함으로써 도로를 오랫동안 파헤쳐 놓던 시절이었다.

요즘 우리동네에 인도를 파고 배수관을 묻는 공사를 하는 걸 보니 우리도 관을 묻자마자 바로 인도를 복구할뿐더러 마무리도 일본 못지않게 정교하게 하는 것이었다. 대단한 변화에 새삼 감동을 느꼈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이 아마 이런 것인 모양이다.

숨막히는 사회라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 일본 동경대 약대 학생들은 4학년이 되면 각자 여러 연구실에 배정되어 1년 동안 연구하는 훈련을 받았다. 그때부터 학생들은 그 연구실 교수의 문하생으로 정체성이 결정되는 것 같았다. 교수의 정년퇴임 기념집에도 그 학생들의 명단이 실릴 정도였다.

회사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대개 교수의 추천서를 받는다. 그러지 않고 뽑으면 앞으로 교수가 졸업생을 보내주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한다. 회사가 직원을 승진시키거나 해외에 유학을 보낼 때에도 학생 시절의 지도교수와 상의하는 절차를 거친다. 또 회사가 직원을 대학원에 보낼 때에도 고위 상사가 직원을 데리고 교수를 찾아가 잘 지도해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한다. 직원을 대학원에 보내는 것이 마치 특혜를 베푸는 것처럼 생각하던 우리나라 회사와는 정반대의 태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 사회의 치밀한 짜임새를 답답해하고, 오히려 우리나라의 적당한(?) 거침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도 적지 않아 보였다. 맨날 검토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본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처럼 독재해서라도 일을 시원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사람도 만나 보았다.

일본에서는 고고하기만 하던 교수가 우리나라에 와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일본의 회사원들이 우리나라로 출장 오고 싶어함에 놀란 적도 있었다. 이는 일본 사회의 숨 막힘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어하는 본능의 표현 같았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1980년대 초반에는 우리와 너무 다른 일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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