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358> '교수가 되다' - 삶 속의 작은 깨달음13
편집부
입력 2022-10-27 20: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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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하나님 은혜로 서울대 약대 조교수가 되다

학위를 받고는 곧장 귀국하였다. 1982년 9월이었다. 할 일도 없는 나는 틈틈이 모교의 약제학연구실에 나가 실험실 후배들을 지도하곤 하였다. 약제학실에는 K,L 교수님이 재직하고 계셨고, 몇 년 전 정년퇴직하신 우종학 교수님의 후임 자리는 아직 비어 있었다. 그때가 전두환 대통령 시절이었는데 우리나라 경제 사정이 어려워 신임 교수 채용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어 있었다. 다음 해인 1983년이 되자 다행히 신임교수 채용이 재개되었다. 나는 약제학 전공에 원서를 냈다. 

나는 원래 약품분석실에서 석사를 하였고 박사 학위는 일본에서 하였기 때문에 약제학연구실과 특별한 연고가 없었다. 또 내가 도쿄대학에서 공부할 때 일시 도쿄대학에 오신 L교수님께서 “약제학 전공 신임교수 채용 1순위는 L군이야”라고 말씀하신 바도 있어서 내가 채용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L군이란 당시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약물동태학을 전공한 L선배였다. 

그런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 L선배가 원서를 내지 않았다. 내게는 기적과 같은 행운이었다. 그래서 나 말고 약제학에 원서를 낸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지만 결국 내가 신임 조교수로 선정되었다. 만약에 그때 L선배가 원서를 냈더라면 십중팔구 나는 선정되지 못했을 것이다. L선배로 하여금 원서를 내지 않게 하심으로 내가 선정되게 역사(役事)해 주신 하나님 은혜에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여러모로 부족한 나를 채용해 주신 두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훗날 L선배도 마음이 변해 약제학이 아닌 다른 전공에 지원하여 교수가 되었다. 이 일을 통해 역시 인생은 하나님 은혜로 풀리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19) 교수로서 첫발을 떼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83년 2월 25일 서울대학교로부터 약학대학 제약학과 조교수 임용 예정 통보를 받았고, 3월 30일 문교부 장관 명의로 조교수 14호봉 발령을 받았다. 임용 기간은 1986년 3월 29일까지의 3년이었다. 드디어 김포 검단면 당하리 새텃말의 촌놈이 서울대학교 교수가 된 것이다. 그 후 재임용과 부교수, 교수로의 승진을 거쳐 2013년 8월까지 30년 6개월 동안 교수직에 봉직하였다. 

나는 주로 약물동태학(pharmacokinetics)과 생물약제학(biopharmacutics), 그리고 약물송달학(drug delivery)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연구하였는데, 비교적 새로운 내용이라 매우 재미있었다.

나는 대학원 학생들의 연구 결과를 되도록 학술지에 발표하도록 지도하였다. 1987년에는 C군의 석사 학위 논문을 J. Pharm. Sci.(76, 784-787(1987))에 실었다. 각종 테오필린 정제의시험관내 용출(溶出)속도를 측정하면 사람에게 투여한 후의 타액(唾液, saliva) 중 농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타액 중 농도가 혈중 농도와 비례함은 이미 우리가 밝힌 바 있으니, 결국 용출 속도를 측정하면 혈중 농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내가 교수가 되어 지도한 논문 중 최초로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이었다. 외국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해 보지 못하던 시절이라 매우 기뻤다.

당시에는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려면, 타이프라이터로 친 원고와 손으로 그린 그림 (Figure)과 표(Table) 각 3부를 딱딱한 종이 사이에 끼워서 등기 우편으로 편집장에게 보내야 했다. 그리고 편집장의 회신을 연애 편지 답장 기다리듯 초조하게 기다려야 했다. 오랜 세월(보통 한 두 달)을 기다려 마침내 편집장의 편지가 우편함에 도달하면 두근거리는 마음,두려운 마음으로조심 조심봉투를 뜯는다. 

편지 첫 줄이 가장 중요했다. “I am pleased to”로 시작되면 채택된 것이고, “I regret”이면 거절된 것이었다. 문장이 좀 길어도 ‘수정후 게재 또는 재심사’라고 쓰여 있으면 잘 수정 보완하면 채택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느낌이 생생하지만, 다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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