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346> 삶 속의 작은 깨달음1
편집부
입력 2022-04-27 21:47 수정 최종수정 2022-04-2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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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명예교수협의회는 해마다 명예교수 6명의 글을 모아 『학문 후속세대를 위한 ‘나의 학문, 나의 삶’』이라는 제목의 책을 낸다. 나는 지난해(2021년)에 발간된 제4권에 ‘한 칸씩 오른 사다리길’ 이란 제목의 글을 실었다. 내가 그 글을 쓴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는 1983년 3월에 모교 약학대학 제약학과에 조교수로 임용되어 2013년 8월 말 교수로 정년퇴임 할 때까지 30년 6개월간 교수직에 재직하였다. 그동안 나는 머리도 그다지 뛰어나지 못하고, 체력이나 노력도 부족해서 크게 자랑할 만한 업적을 내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내가 여기에 글을 쓰는 명분은, 나 같은 사람이 걸어온 인생도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후학(後學)들에게 혹시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그 글에서 나는 어려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나의 삶과, 그 삶을 통해 얻은 작은 깨달음들을 적어 보았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 그 책에 쓴 나의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마음껏 뛰어놀던 초등학교 시절 - 어릴 땐 놀아야 한다.

나는 1948년에 경기도 김포군 검단면 당하리 649번지에서 태어났다. 우리 동네는 한자로는 신기(新基) 부락이지만 다들 ‘새텃말’이라고 부르는, 초가집 스무 채가 전부인 작은 농촌 마을이었다. 김포군에 속해 있었지만, 행정구역상 서울인 김포공항과는 당시의 감각으로는 거리도 멀었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문명이 낙후된 오지에 가까운 마을이었다. 1991년 3월 1일 그 일대가 인천광역시에 편입되면서 덩달아 나도 인천시민이 되었다. 얼마 전 검단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흔적도 없이 모습이 사라졌지만 내 마음속 우리 동네는 아직도 옛날 모습 그대로다. 
    
나는 1954년 3월, 만 5살에 ‘창신국민학교’에 입학했다. 학교에 가려면 산을 넘고 논밭을 지나 개울을 건너 30분 이상 걸어야 했다. 나는 원래 키가 작은 집안에서 태어난 데다가 너무 일찍 학교에 들어가는 바람에 반(班)에서 제일 키가 작았다. 그 학교는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었기 때문에 1학년 때 만난 아이들과 6년간 같은 반에서 다녀야 했다. 우리 반 학생은 6년 내내 50여 명이었고, 전교생은 300명 남짓이었다. 
    
학교에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전등이나 마이크 같은 것도 없었고, 피아노는커녕 제대로 된 축구공이나 야구공 같은 것도 없었다. 학교에 가서는 틈틈이 닭이나 오리, 거위, 돼지를 키웠다. 또 산에 가서 토끼를 잡아 인공적으로 흙을 덮어 만든 동굴에서 키웠고, 개울에 가서 메기 같은 물고기를 잡아 연못을 파서 길렀다. 짐승이나 물고기는 선생님들이 요리해 잡수셨을 것이다.  
    
아이들은 집안 농사일 돕기에 바빴다. 일부 선생님은 농업학교 졸업 후 준(準)교사(?) 자격증을 딴 분이셨다. 국어 맞춤법을 정확히 모르는 선생님도 계셨다. 이런저런 이유로 학생들의 교과(敎科) 실력은 매우 낮았다. 예체능 실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나는 그런 학교에서조차 재학 중 한 번도 1, 2등을 해 보지 못하였다. 학년이 올라가도 구성원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내 등수(等數)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 우리 반에서는 S란 친구가 6년간 1등을, K란 친구가 6년간 2등을 했고, 나는 졸업할 때 일종의 우등상인 국회의원상을 받는데 그쳤다. 그런데 그 벽지 학교에서 나중에 K군은 서울대 법대에 들어갔고, 나는 서울대 약대에 들어갔다. 요즘 말로 대박이 난 것이다. 
    
한참 지나고 보니 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그런 초등학교에 다닌 것은 큰 축복이었다. 요즘 아이들이 주말도 없이 밤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며 공부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지나친 학원 수업 때문에 아이들의 건강과 발육에 지장이 생기고, 나아가 창의력도 규격화되지 않을지 심히 걱정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외쳐본다. 아이들을 마음껏 뛰놀게 하라. 아울러 바라건대 할머니 할아버지도 자주 만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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