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338> 아나무인
편집부
입력 2021-12-22 16:19 수정 최종수정 2021-12-22 16:31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스크랩하기
작게보기 크게보기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젊은 사람들이 한자(漢字)를 몰라 큰일이라고 개탄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자를 몰라 틀리게 사용한 사례를 보며 재미있어하기도 한다.

글의 제목으로 섬은 아나무인은 물론 안하무인(眼下無人)의 잘못이다. 눈 아래에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방자하고 교만하여 다른 사람을 업신여긴다는 뜻이다.아나무인은 무슨 뜻으로 사용했을까?

황당무계(荒唐無稽:말이나 행동 따위가 참되지 않고 터무니없다)를 황당무게나황당무괴로 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황당무계란 한자가 워낙 어려워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조금 심각해 보이는 사례도 있다. 얼마 전 TV 방송에 ‘실제하는 이야기’라는 자막이 나타났다. 실제로 존재하는 이야기라는 의미라면 ‘실재(實在)하는 이야기’로 썼어야 한다. 또 서울대학교에서 발행한 2021년 11월 15일 자 ‘대학신문’의 만평(漫評)중에 ‘업무과부화’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았는데, 업무가 지나치게 많다는 의미라면 업무과부하(業務過負荷)라고 썼어야 한다. 서울대학교 신문에서까지 이런 실수를 하는 것은 제법 심각한 문제 같아 보인다.

이역만리(異域萬里)를 이억만리라고 쓰는 사람이 있다는데, 이억만리(二億萬里)가 이역만리보다 훨씬 더 먼 곳으로 느껴지기는 한다. 환골탈태(換骨奪胎:뼈대를 바꾸어 끼고 태를 바꾸어 쓰다, 또는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하여 전혀 딴 사람처럼 되다)를 환골탈퇴로 쓴 사람은 무슨 의미로 이 말을 썼을까 궁금하다. 명예훼손(名譽毁損)을 명예회손으로 쓴 사람도 있다. 야반도주(夜半逃走)를 야밤도주로 쓴 사람은 의미는 정확히 알고 쓴 것 같다.

사면초가(四面楚歌: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고립무원 孤立無援의 상태)를 사면초과로 쓴 사람은 무엇을 상상했을까? 사면에 적의 수가 감당할 수 있는 수를 초과(超過)한 상태라는 의미로 사용했다면 나름 일맥이 상통하는 표현 같기는 하다.

인감증명서(印鑑證明書)를 ‘인간증명서’로 쓴 사람은 매우 철학적인 사람인 모양이다. 무슨 계약을 할 때 쌍방이 ‘제대로 인간’임을 증명하는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법이 바뀐다면 세상의 온갖 거짓과 부정이 다 사라질 것이다. 다만 어디서 발급받을 수 있겠느냐는 문제이다.

발암물질(發癌物質)을 바람물질이라고쓴 사람은 무식하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해 보인다. 혹시 바람 중에 섞여 있는 미세먼지를 생각하며 썼다면 모를까? 공황장애(恐慌障碍:불안장애의 일종)를 공항장애로쓰는 사람도 있다. 이 참에 공항(空港)에만 가면 숨이 막히는 장애를 공항장애(空港障碍)로 쓰기로 하면 어떨까 싶다. 이런 정도의 잘못은 애교로 봐줘도 되겠지만, 역할(役割)을 역활로 잘못 쓰는 것은 애교로 봐주기 어렵다. 그냥 무식의 소치일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후유증(後遺症:어떤 일을 치르고 난 뒤에 생긴 부작용)을 휴우증으로 잘못 쓰는 사례이다. 큰 일을 치르고 나서 휴우~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상태를 후유증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어이가 없긴 하지만 젊은이들의 순진한(?) 발상이 귀엽지 아니한가! 진짜 어이가 없는 사람은 어이가 없다고 써야 할 때 ‘어의가 없다’고 쓰는 사람이다. 어이를 어의(語意)로 잘못 생각한 것일까?섣부른 유식이 빚는 무식의 발로(發露)이다.

믿기 어렵지만 일취월장(日就月將:나날이 다달이 자라거나 발전함)을 일치얼짱으로 쓰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설마 장난으로 그러겠지 생각하며 웃어 넘길까 한다. 꽃샘 추위를 곱셈추위라고쓴 걸 보니 곱으로 춥게 느껴진다. OMR 카드(광학적인 방법으로 특정한 자료를 읽는 카드)를 5회말 카드로 쓴 사람이 있다는데, OMR을 모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제일 웃기는 것은 시어머니가 외국인 며느리에게 여러 일을 시켜 놓고 친척이 왔다고 절까지 시키자 “저한테 일해라 절해라 하지 마세요” 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다. 외국인이 아니라도 며느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하면 안 되는 시대이다.

그래도 국어의 앞날을 너무 막막(寞寞)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지나치면 ‘앞날이 망막(網膜?)하다’ 말하는 실수를 범할지도 모른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338> 아나무인
아이콘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관한 사항 (필수)
  - 개인정보 이용 목적 : 콘텐츠 발송
- 개인정보 수집 항목 : 받는분 이메일, 보내는 분 이름, 이메일 정보
-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 이메일 발송 후 1일내 파기
받는 사람 이메일
* 받는 사람이 여러사람일 경우 Enter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 (최대 5명까지 가능)
보낼 메세지
(선택사항)
보내는 사람 이름
보내는 사람 이메일
@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338> 아나무인
이 정보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
스크랩한 정보는 마이페이지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