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초등학교 때 친했던 영수와 철수가 오랜만에 만났다. 그동안 영수는 서울의 일류 대학을 졸업했지만 철수는 중학교에도 가보지 못하였다. 둘은 반가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때 문득 철수가 물었다. “영수야, 뉴스에서 시크릿이라고 나오던데 그게 무슨 소리냐? 너는 영어를 배웠을 테니까 좀 가르쳐 주라”, 그러자 영수가 대답하였다. “철수야, 그건 비밀이야, 비밀”. 그러자 철수는 약간 기분이 나빠져 이렇게 말했다. “얌마, 그게 무슨 비밀이냐? 그러지 말고 좀 가르쳐 줘!”.
그랬는데도 영수는 다시 “야, 정말 비밀이라니까 그러네!” 라고 하는 것이었다. 자존심이 몹시 상한 철수는 “너 정말 이렇게 나올래? 내가 중학교도 못 다녔다고 무시하는 거냐?”. 결국 영수와 철수는 시크릿(secret) 때문에 대판 싸우게 되었다고 한다. 그 뒤 둘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시크릿이다.
미국의 부잣집 청년이 최고급 스포츠카를 뽑은 기념으로 시골길을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옆을 보니 수탉 하나가 감히 자기 차를 추월해 달리는 것이 아닌가? 살짝 기분이 상한 청년은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다. 그랬더니 수탉도 속도를 내서 더 멀리 앞서 달리는 바람에 따라잡을 수 없었다.
엑셀러레이터를 최고로 세게 밟아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시골 수탉에게 모욕을 당한 청년은 마을로 들어 가 그 닭의 주인을 찾았다. 그리고 대뜸 그 닭을 자신에게 팔라고 하였다. 값을 비싸게 처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닭 주인은 다른 닭은 몰라도 그 닭만큼은 팔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청년은 ‘100만원을 줄 테니 닭을 내 놓으라’고 했다. 그래도 주인은 막무가내였다.
청년은 닭 주인의 욕심이 지나치다고 생각했지만 별 수 없이 ‘그럼 달라는 대로 줄 테니 팔라’고까지 했다. 그래도 주인은 요지부동이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은 청년은 ‘도대체 왜 안 파는 거냐?’고 씩씩거리며 따졌다. 그러자 닭주인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에휴, 나도 팔고야 싶지요, 근데 도대체 잡을 수가 있어야 팔든지 말든지 하지요” 하는 것이었다. 아하, 그랬구나! 청년은 지금도 그 닭을 사지 못해 안달을 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결혼식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식이 끝나고 피로연이 시작되었을 때 신랑의 어머니가 시동생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찾아왔다. 그리고 “그 동안 우리 아이의 취직 등 여러가지로 돌봐 주셔서 정말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며 시동생에게 정중하게 허리 굽혀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이어서 옆자리에 앉은 손아래 동서에게도 같은 인사를 하였다. 그 테이블에 있던 주례와 하객 두 세명이 보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었다.
위의 세 이야기 중 첫 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철수와 영수는 사실 둘 다 아무 잘못이 없지만 말 하는 기술이 모자라 오해를 하게 되었다. 잘못이 없어도 싸움이 일어날 수 있음을 말해준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청년은 수탉 주인이 닭을 비싸게 팔 욕심으로 ‘안 판다’고 고집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닭 주인의 한숨 섞인 대답을 듣고는 금방 상황을 이해하였다. 그리고 성급하게 화부터 낸 것에 민망함을 느꼈다. 가짜 뉴스에 성급히 분개하거나 남을 비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성급한 반응, 특히 젊지 않은 사람의 성급한 반응은 좀 추해 보인다. 한발짝 느린 반응이 점잖아 보이는 요즘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앞의 두 이야기와 차원이 다른 실화(實話)이다. 이 해프닝을 통하여 우선 시동생이 조카를 정말 잘 보살펴 주었구나 짐작할 수 있다. 요즘 세상에 시동생의 선행이 감동적이다. 다음으로 남들 앞에서 손아래 사람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는 형수님도 감동이다. 아무리 시동생 내외가 잘 보살펴 주었더라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하기란 용기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이 인사로 형수와 시동생 집안 간에 아름다운 소통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감동은 말하는 기술이나 성격의 완급과는 차원이 다른 탁월한 소통 수단이 된다. 문득 감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