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308> ‘하였다’와 ‘되었다’
편집부
입력 2020-10-07 10:12 수정 최종수정 2020-10-0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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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요즘 매스컴에서 우리말을 사용하는 습관 중 내 생각과 맞지 않아 듣거나 보기에 거북함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중 하나가 약춘 269 “자동사, 타동사, 수동태” (2019.3.13)에서 언급한 바 있는 대로 ‘되었다’ 라고 쓰는 것이 옳은 것 같은데 ‘하였다’라고 쓰는 경우이다. 매스컴에서 발견되는 그런 사례들을 모아 보았다.

먼저 약춘 269에서 소개했던 사례들을 다시 한번 적어 보면, 1) 영화가 개봉(開封)했다 (개봉되었다), 2) 영화가 상연(上演)했다 (상연되었다), 3) 경제 성장률이 둔화(鈍化)했다 (둔화되었다), 4) 이 달 말에 계약이 종료(終了) 한다 (종료된다), 5) 한반도가 분단(分斷)했다 (분단되었다), 6) 추모제가 엄수(嚴守? 嚴修? 둘 다 약간 거북함)하였다 (엄수되었다), 7) 애국가 봉창으로 시작하였다 (시작되었다), 감기가 시작했다 하면 판콜! (시작됐다), 8) 불신감이 확산(擴散)하고 있다 (확산되고 있다), 9) 한진그룹은 약사면허를 대여(貸與)하여 약국을 개설하였다 (대여받아, 또는 빌려서), 10) 갈등은 본격화(本格化)할 전망이다 (본격화될), 11) 흥행이 쭉 이어가길 바란다 (이어지길), 12) 평화는 군이 강할 때 지속(持續)한다 (지속된다), 13) 그 전집 중 1책이 전(傳)하지 않는다 (전해지지), 14) 그 사고로 세 명의 행인이 부상(負傷)하였다 (부상을 당했다, 부상을 입었다), 15) 화재가 발생(發生)하였다 (사전을 보니 ‘발생되었다’와 ‘발생하였다’가 둘 다 맞는 듯하다) 등이 있다.

약춘 269를 쓴 이후도 그런 사례들은 끊임없이 발견되었다. 그런 사례들을 추가해 보면 다음과 같다.

16) 약국, 처방전은 슬슬 회복(回復)하는데… 오히려 매출은… (회복되는데), 경제가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복될), 17) 앙드레 김은 1977년 디자이너 최초로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수여(授與)했으며 (수여 받았으며), 18) 추경이 제때에 통과(通過)하지 않으면... (통과되지), 19) 언제쯤이면 산업의 과학화가 실현(實現)할까? (실현될까), 20) 김 약사는 지난 6일 개막(開幕)한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개막된), 21) 시장이 포화(飽和)한 서울보다는 경기도의 시장이 더 커가는 추세다 (포화된, 커지는), 22) 중국산을 한국 등 다른 나라 제품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가속(加速)하는 분위기 (가속되는), 지반 공사로 원형훼손이 가속할 것이다 (가속될), 23) 상황이 갈수록 악화(惡化)하면서 현지에선 병상 부족 사태까지… (악화되면서). NASH는 지방간이 악화해 간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악화되어). 24) 덕수궁 석조전 역시 피격(被擊)했지만 미술관 지하창고는 멀쩡했다 (피격됐지만), 25) 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발족(發足)하자 헌법 소송이 제기됐다(발족되자), 26) 폭우로 제방이 붕괴(崩壞)하면서… (붕괴되면서), 27) 최근 시리아 내전이 격화(激化)하면서 (격화되면서), 28) 디즈니 테마파크가 지난 달에 재개장(再開場)하였다 (재개장되었다).

이처럼 ‘되었다’라고 해야 할 경우에 ‘하였다’라고 하는 것은 이미 매스컴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은 느낌이다. 하도 사례가 많아 문법이 바뀐 것을 나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또 내가 이런 현상을 걱정하는 것이 부질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신경 쓰지 마세요” 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내가 과민하다는 것 같았다. 그러나 다른 어떤 이는 ‘요즘 기자들이 한자를 잘 몰라서 그래요’라며 내 편을 들어 주었다. 내 말이 맞는다는 것이다. 과연 내 생각이 맞는 것인지 기회가 닿는 대로 한글 학자들에게 물어 봐야겠다. 아울러 내 생각이 맞는다면 이를 바로 잡도록 노력해 달라고 부탁도 해 볼 생각이다.

코로나19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는 이 와중에 한가한 이야기를 꺼내 송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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