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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306> 경성약전의 독일어 교수 조희순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20-09-02 09:36 수정 최종수정 2020-09-0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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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약학전문학교(1930~1946, 경성약전)의 역대 교수 총 14명 중 한국인 교수는 독일어의 조희순(曹喜淳), 생약학의 도봉섭(都逢涉)과 심학진(沈鶴鎭), 그리고 영어의 배상하(裵相河) 등 4명이었다. 조희순은 1930.4~1933.12, 도봉섭은 1930.5~1942.10, 심학진은 1934.10~1941.12에 교수로 근무한 기록이 있지만 배상하는 1935년경 교수로 재직한 사실 이외에는 자료가 없다. 이하 조희순 교수에 대한 김봉희의 논문 (조희순의 문학연구, 현대문학이론 연구 55집, 2013)을 발췌하여 소개한다.

조희순은 1905년 3월 경남 김해에서 아버지 조정환과 어머니 송정희 사이에서 1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본관은 창녕(昌寧)이다. 여동생은 조희복이다. 그의 아버지는 사범학교 교사를 지냈으며 경북의 청송, 경산, 영천 군수를 거쳐 ‘대정 생명보험주식회사’와 ‘동부위생조합장’등을 역임한 사업가이다. 그의 유년기와 청년기는 부유한 환경이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는 대구고등보통학교 4년을 다니다가 일본으로 가 야마구찌(山中)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경제국대학 독문과에 진학한 다음 23세가 되던 1929년에 졸업(문학사)하고 귀국하였다. 귀국 후 그의 주소는 경성 혜화동이었다. 그는 최준영과 결혼(시기 불명)하여 아들 조관현을 낳았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100년사’(이하 ‘100년사’)에 따르면 조희순은 1930년 4월에 한국인 최초의 경성약전 교수로 부임하여 1933년 12월까지 3년 8개월간 독일어를 가르쳤다. 그는 소박하면서 소탈한 성격을 지닌 애연가(愛煙家) 였다.

그는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 (이하 경성여의전) 강교사(講敎師)도 겸하였다. 그러나 1936년 2월에 발간된 ‘삼천리’ 제8권 2호에 그가 경성여자의학강습소의 교무주임이라고 나와 있는 것으로 보아 경성약전과 경성여의전을 그만 두고 언제부터인가 그 강습소에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키가 훤칠하게 크고 기골이 장대한 조희순 교수를 ‘노서아 양복쟁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100년사). 야마구찌 고등학교에 다니는 3년 동안 로맨스 많은 학교 생활을 보냈다고 술회 (동아일보 1930.10.7)할만큼 그는 낭만적인 문학도의 기질을 보였던 것 같다.

경성약전 교수 및 문예부 학생들과 함께 한 조희순 교수(1932년 경, 아랫줄 맨 왼쪽)▲ 경성약전 교수 및 문예부 학생들과 함께 한 조희순 교수(1932년 경, 아랫줄 맨 왼쪽)
동경유학에서 돌아 온 그는 1929년 12월을 거쳐 1930년부터 본격적으로 신문과 잡지 매체를 통해 활발한 문단 활동을 하였다. 그는 원래 이름인 조희순(曹喜淳) 대신 하인리히 하이네의 이름을 따 하인리(河仁里) 또는 조희순(曹希醇)이라는 필명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의 작가비평은 항상 실증주의적 입장에 섰고, 문예비평은 대부분 독일 문단의 동향을 알려주었으며, 공연비평은 표현주의와 자연주의를 수용했다고 한다. 해외문학파 출신의 김진섭, 유치진 등과 1931년 7월 ‘극예술연구회’를 창립한 그는 한국 근대 초기에 독일 극문학을 한국에 소개하여 다양한 신극(新劇)운동에 힘썼던 평론가 중의 한 명이었다.

그의 문단활동은 1936년 7월에 멈춰 있다. 1939년 ‘문예월간’ 문인 소식란에 ‘공생약업(共生藥業) 주식회사’의 이사라고 나와 있는데, 그 회사 설립에 대주주로 동참하고 감사이사를 겸임한 것으로 보인다. 광복 전 ‘하인리 실업’이라는 회사도 운영했는데 무슨 사업을 하는 회사인지는 불명이다. 1947년 이승만의 도미외교에 100만원이라는 거금의 후원금을 기부하였다.

1952년 12월 20일 ‘조선전업(현 한국전력)’의 부사장 자격으로 한미(韓美) 전력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 후 ‘조선전업’에서 이름을 바꾼 남선전기의 사장으로 취임하였는데 그 후의 행적은 불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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