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279> 의식하지 못하는 존재의 고마움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9-08-07 09:38 수정 최종수정 2019-08-0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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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자고 일어나 눈을 뜨면 사물이 저절로 보이고, 물을 마시면 저절로 오줌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그 동안 눈과 신장이 수고를 해주는 덕택에 사물을 보고 소변을 봤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 했어요. 그래서 눈과 신장의 노고에 감사하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온누리 교회의 고 하용조 목사가 오래 당뇨를 앓아 온 몸에 이상이 생긴 시점에서 한 말이다.

나도 나이를 좀 먹으니 안 아픈 데가 어딘가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 쑤신다. 무릎과 허리가 아프고, 잘 안보이고 덜 들리며 소변도 잘 안 나온다.

젊었을 때에는 내 몸에 무릎, 허리, 눈, 귀, 전립선이 어디 있는지 의식도 못하고 살았는데, 이제 이들 기관이 시원찮아지니까  이들의 존재를 의식하며 살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의식하지 못하고 지내는 존재들 덕분에 우리가 무사히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돌아보면 그런 존재들은 무수히 많다. 우선 공기가 그렇다. 미국이나 캐나다에 가면 제일 부러운 게 맑은 공기다. 공기가 달다. 하늘에 먼지 한 점 없는 날이 많다. 늘 그러니까 거기 사는 사람들은 하늘에 맑은 공기가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며 지낸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기에 예민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늘이 맑은지, 공기는 어떤지부터 살핀다. 미세먼지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어쩌다 공기가 맑은 날에는 창문을 열어 놓고 심호흡을 하게 된다. 사람이 공기를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답답한 일이다. 옛날에는 우리도 공기를 인식하지 않고 살았다. 이제와 보니 그 때가 바로 공기에 감사하며 살아야 할 시절이었다.

우리 몸과 공기 외에도 감사해야 할 존재는 무수히 많다. 지구, 태양, 별들이 우주 내에서 자기 위치를 유지하며 규칙적인 운행을 하는 바람에 일출과 일몰, 그리고 사계절의 순환이 기가 막힐 정도로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또 물이 뜨거우면 끓고 차가우면 얼며, 사과가 중력에 의해 사과나무에서 떨어지는 등의 자연법칙이 시공(時空)에 관계없이 지켜지고 있음도 감사한 일이다. 만약에 이런 자연 법칙들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인류의 과학과 문명은 존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또 생명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늙어 죽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질서, 그리고 같은 땅에 뿌려도 씨에 따라 참외와 수박이 달리 열리는 종(種)의 규칙도 너무나 신비하고 감사하다.

사람이 두발로 설 수 있고 뛰고 걸을 수 있는 것도 기적이며, 사람이 언어를 사용하여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감사한 일이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사물과 현상들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출몰하고 전개되는 덕분에 우리가 무심히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모두 엄청나게 감사한 일들이다.

나아가 우리에게 나라가 있고, 가정과 가족이 있다는 사실도 매우 감사한 일이다. 만약 지금 내가 이들의 존재를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내가 지금 그 안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만약에 이들이, 마치 잔소리하는 노년의 아내처럼, 내게 무거운 존재감으로 느껴진다면 뭔가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요컨대 의식되지 않는 존재가 진정 고마운 존재일 수 있음을 깨닫는다. 앞으로는 이제까지 잘 의식하지 못한 존재 중에 진정으로 감사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 보며 살 작정이다.

나이가 들수록 “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는 찬송가 가사처럼 일월성신 (日月星辰),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다 창조주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깨닫고 감사하게 된다. 이 대목에 이르면 늘 연극 무대가 연상된다. 연극 감독은 모든 세팅을 완료해 놓고 배우들을 무대에 세운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은 모든 법칙과 환경을 준비해 놓으신 뒤에 나를 이 세상에 보내셨다. 돌아 보면세상이라는 무대에 존재하는 사물과 제도 중에 내가 수고하여 만들어 놓은 것이 하나도 없다. 이 모든 것을 베풀어 주신 창조주 하나님께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감사하는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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