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271> 성균관대 약대생들의 4•19 참여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9-04-10 09:07 수정 최종수정 2019-04-1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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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4.19 시위가 일어난 지 올해로 59주년이다. 서울약대 학생들의 4.19 참여에 대해서는 동아일보 (당시 및 2017년 4월 19일자 A12면)에 소개된 바 있으나, 다른 약대 학생들의 4.19 참여에 대한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차에 마침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한 장우성 박사 (1960년 입학)가 ‘대한약학회 제9회 약학사분과학회 심포지엄 (2017년 10월 19일)’에서 “내가 본 성대약대생의 4.19 혁명참여”란 연제로 발표를 한 바 있어, 녹취록으로부터 그 내용을 발췌하여 이하에 소개한다. 보다 상세한 내용은 “약학사회지” 창간호 (2018년 12월)를 참고하기 바란다.

“(전략)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지속적인 횡포에 민주 세력들이 많이 결집되는 상황에서 1960년 3•15 부정선거 때문에 사망한 마산의 김주열 학생을 바다에서 건져내는 모습이 매스컴에 들춰지자 국민들이 울분을 금치 못하게 됩니다. 그것이 쟁점이 되어 4월 18일 고대에서 이기택, 이세기 두 위원장의 주도로 교내 소요가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4월 19일 아침 9시에 1학년 수업을 듣는데 30분쯤 지났을까 약대 김병태 학생회장과 성대 총학생회장 등이 와서 ‘문리대 앞 대운동장으로 전부 모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400명쯤 되는 약대생들이 강의를 듣다가 또는 실습을 하다가 가방을 들거나 가운을 입은 채로 대운동장에 모였어요. 아마 총 몇 천 명의 학생이 결집을 한 것 같습니다.

총학생회장이 시위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우리는 경무대 (景武臺, 현 청와대)로 가야 된다’, ‘독재에 맞서 싸우는 민주화의 선봉이 되어야 한다’고 저희를 고무했던 것 같습니다. 몇 천 명의 학생들이 교문을 박차고 광화문 네거리까지 가보니 인산인해(人山人海)라 시위 군중 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벌써 서울대, 고대, 동국대 학생들이 나와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서울대는 일찍 8시경에 나왔던 것 같아요. 거기서 한 두 시간 구호를 외치다 보니까 경무대에서 기관총 소리가 계속 나는 거에요.

그러더니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면서 태극기와 깃발을 흔드는 학생들 20-30명이 탄 트럭이 광화문 앞으로 군중을 헤치고 서서히 지나갔습니다. 그들의 피를 보는 순간 우리 모든 학생들의 울분이 극에 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당시 서울역 앞 세브란스 병원의 약국에서 근무하셨던 임경자 선배님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때 환자들이 경무대에서 나와서 남대문을 거쳐 서울역 앞 세브란스 병원으로 향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는 경무대까지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광화문에서 총학생회를 따라 서대문 이기붕 부통령 저택 앞으로 가 연좌데모를 하면서 서대문 4거리를 쳐다보았더니, 경찰들이 들이닥치는 연대 학생들을 막고 있었어요. 그 바람에 저희는 거기서 두어 시간 연좌를 했는데, 루머인지 모르겠지만 이기붕 부통령이 뒷문으로 도망쳤다는 얘기가 나와서 저희는 연좌를 끝냈어요. 그리고 서대문에 있는 당시 정부의 기관지인 서울신문사에 가 봤더니 이미 신문사에 불길이 솟아오르더라고요.

그 광경을 보고 저희들은 그럼 내무부가 원인이니까 내무부가 있는 을지로 입구를 향해 갔어요. 그런데 그 앞에 가니까 총을 막 쏴대는 거예요. 불시(不時)에 당하니까 낮은 포복으로 골목으로 들어가 급히 피했는데, 성대 학생 네 명이 그 때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여기저기 전화해 봤지만 아직까지 이 사실을 확인하지 못 했습니다. (중략)

저는 당시 1학년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시위대를 따라가다가 생사를 가르는 대열에 섰었습니다. 어쨌든 역사는 너무나 귀중한 것으로 이 역사가 후학들의 발전을 위한 좋은 모멘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감사합니다”

한편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중앙대 약대 손동헌 명예교수의 증언에 의하면 흑석동에 있던 중앙대 약대생들도 한강을 넘어 내무부 (현 롯데 빌딩 자리)까지 진출했다가 3학년 김만록 학생 등 5명 (또는 7명?)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희생자들의 이름은 중앙대 도서관 앞 추모비에 새겨져 있다고 한다.

새삼 역사의 비장(悲壯)함이 무겁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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