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223> 그건 약대생들이었다! 57년만에 바로 잡은 4.19 기사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7-05-10 09:38 수정 최종수정 2017-05-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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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9일자 동아일보 A12면에는 ‘4.19 시위 선두에 선 건 의대생 아닌 약대생들’이라는 제하(題下)의 기사가 실렸다(http://naver.me/G1ecylNx).

이 기사에는 ‘19일 4.19혁명 57주년, 당시 서울대 약학과 70여명, 경무대 철문 앞까지 대열 이끌어, 흰색 가운 입은 탓에 의대생 오인’이라는 부제(副題)가 붙었다.

내용은 57년전인 1960년 4월 19일, 당시 서울대 약대 4학년 학생이던 김한주씨와 박정식씨(79세)가 서울대 약대생들과 함께 참여한 4.19시위에 관한 회고이었다.

이번 기사는 4.19 시위에 참가했던 서울대 약대 선배들 (1957~1960년 입학생들, 15-18회 졸업생들)에게는 물론 나처럼 약학사(藥學史)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감격적인 사건이다. 왜냐하면 이는 잘못된 기사에 대한 무려 57년 만의 정정(訂正)이기 때문이다.

1960년 4월 20일, 동아일보는 석간(夕刊)에 19일 오전 백색 가운을 입고 시위를 하는 서울 약대생들의 사진을 싣고 그 밑에 ‘백색 까운을 입고 데모하는 의대생들’이라고 잘못된 설명을 달았다. 이 오보(誤報)가 드디어 바로잡힌 것이니 어찌 감격적이지 않겠는가.

1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약학대 가산약학역사관을 찾은 박정식 씨(앞쪽)와 김한주 씨. 57년 전 4월 19일을 떠올리며 당시 동아일보에 실렸던 거리 행진 사진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1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약학대 가산약학역사관을 찾은 박정식 씨(앞쪽)와 김한주 씨. 57년 전 4월 19일을 떠올리며 당시 동아일보에 실렸던 거리 행진 사진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나는 기회가 되는대로 이 오보(誤報)를 바로잡고 싶었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백년사 (2016)’를 편찬하면서 시위에 참가하였던 선배들의 기억을 빌려 동아일보 사진 속의 인물 한 명 한 명에 약대생의 실명(實名)을 붙여나갔다.

이 과정에서 김병년 선배 (17회, 당시 2학년)는 동아일보로부터 사진 원본을 구해 주었고, 홍청일, 박정식 선배 (15회) 등은 사진 속 인물의 실명을 확인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시위대의 진행 코스 등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증언해 주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신문에 실린 시위 사진의 주인공들이 서울약대생들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다(상기 ‘백년사’ 참조).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동아일보로 하여금 당시의 오보(誤報)에 대한 ‘정정’을 받느냐 이었다. 역사를 바로잡으려면 동아일보 측의 정정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정 요청 방법을 몰라 고심만 하고 있을 때에 서울대 가산약학역사관장인 박정일 교수가 서울대에 출입하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만남을 주선하여 주었다.

그리하여 4월 13일(목) 12시 동아일보 김동혁 기자와 박정식, 김한주 선배의 역사적인 인터뷰가 성사되었다. 장소는 약학역사관 자료실이었다. 두 선배는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하고와 인터뷰에 임하였다.

특히 제주시에 거주하는 김한주 선배는 57년만에 역사가 바로 잡힌다는 설레임에 당일 아침 급거 상경하였다. 그는 ‘민주혁명의 기록 (1960년 6월, 동아일보사)’이라는 화보와 ‘월간 사상계(1960년 6월호)’의 권내 부록인 ‘피의 화요일’ 이라는 화보를 갖고 상경하였다. 이들 자료는 현재 약학역사관 자료실에 보관되어 있다.

당시 4.19 시위에는 서울대 약대 외에 성균관대 약대 등의 약대 학생들도 가운을 입고 참여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성대 약대생들의 시위에 관한 기록이나 사진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다시 한번 기록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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