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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80> 약제학의 변신(4) – 왜 맞춤약제학인가?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11-06-22 09: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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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대학 신입생이 소위 사발식이라고 하는 ‘막걸리 마시기 대회’ 에서 죽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사람이 술을 마시다가 죽는 것은 그 사람 몸 안에 알코올을 분해하는 간효소가 부족하거나 없어서 마신 술의 알코올이 몸 안에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에게 있어서 술은 문자 그대로 독(毒)이다. 만약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이 알코올을 분해시키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는 결코 술을 마시지 않았을 것이다.

1950년 한국동란에 참전한 미군 흑인병사에게 항말라리아 약인 프리마퀸을 투여하였더니 복용자의 약 10%에서 빈혈이 나타났다고 한다. 나중에 조사해 보니 이들에게는 이 약을 대사시키는 효소(G6PD) 레벨이 낮아 이 약의 혈중농도가 높아져 이런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었다.  
 
2000년 10월 3일 미국 Fortune지에는 ‘DNA의 비극’ 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1995년 현재 9살인 마이클이란 소년은 어떤 양부모에게 입양된 후 강박장애와 주의결핍 과잉반응 때문에 ProzacⓇ(fluoxetine)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사망하였다. 부검을 해 보니 이 약의 농도가 너무 높게 나타나, 양부모가 아이를 살해할 목적으로 이 약을 과다복용 시켰다는 혐의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 소년에게는 이 약을 대사시키는 CYP2D6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양부모는 아이에게 이 약의 상용량을 먹였을 뿐인데, 이 아이가 약을 대사시키지 못해 약물이 체내에 과잉으로 축적되어 약물의 부작용으로 사망하게 된 것이다. 결국 양부모는 살인 누명을 벗게 되었지만, 만약에 마이클이 이런 특성을 가진 환자라는 사실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미리 알고 있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안타까운 사고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식약청에서도 치오리다진이라는 향정신성 약물의 경우 Cyp450 2D6란 효소 레벨이 낮은 환자(한국인의 7%)에게 처방할 수 없도록 조치한 바 있다.

약의 부작용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약효도 문제가 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시판되고 있는 항암제와 알쯔하이머약은 약 30%, C형간염바이러스약, 골다공증약, 관절염약은 50% 이하, 심부전약과 천식약은 60% 정도의 환자에 대해서만 약효를 나타낸다. 이는 환자의 유전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약을 투여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자의 유전적 특성에 맞추어 약을 투여하면 치료효율을 훨씬 높일 수 있다. 예컨대 유방암 환자에게 Herceptin (trastuzumab) 이라는 약을 투여하면 10% 정도의 환자만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검사를 하여 Her2 유전자를 발현하고 있는 약 30%의 유방암 환자에게만 이 약을 투여하면 반응률은 무려 다섯 배(50%)나 높아진다. 이 약은 유방암 세포 표면에 과잉으로 발현되어 있는 Her2 유전자와 결합함으로써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약 (항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맞춤약(제)학은 이미 현재의 우리 생활 속에 들어 와 있다. 흥미로운 것은 맞춤약(제)학의 근원이 이제마 (李濟馬; 1838-1900) 선생의 사상의학 (四象醫學) 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사람의 체질을 태양 (太陽), 태음 (太陰), 소양 (小陽), 소음 (小陰)의 4가지로 나누고, 이에 따라 약을 달리 써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 생각은 오늘날 사람의 유전적 특성에 따라 약을 달리 써야 한다는 맞춤약학의 정신과 상당히 일치한다.

약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결코 막연한 구호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응급 입원 환자의 8%가 약물의 부작용 때문에 입원하며, 입원 환자의 7%는 처방약에 의해 심한 부작용을 경험하며, 입원환자 1000명 중 3명(매년 입원환자 중 10만명)은 의약품의 부작용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이제 더 이상 약물의 부작용을 방치할 수 없다. 맞춤약(제)학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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