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러스
북한방문기 - 평양은 지금
입력 2003-01-16 09:00 수정 최종수정 2006-09-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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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 전 북한을 다녀온 분 얘기로는 서울보다 4~5도 정도 더 추울 것이라고 해서 두툼한 점퍼와 겨울옷을 챙겨 북경 공항에 도착했다. 눈이 계속 내리고 있다.

처음 평양을 방문하는 사람도 서넛 되어 보인다. 이번에는 의약계와 함께 국제기아대책기구와 대한결핵협회 대표가 동행하여 그들의 사업내용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북경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 북한 유일의 고려항공에 탑승하자 점심으로 도시락이 나왔다. 도시락을 먹고 평양공항에 내렸다. 날씨가 매섭다.

마중 나온 북쪽의 민화협(대남사업창구) 관계자의 안내로 세관검사를 받지 않고 VIP룸을 통과하여 버스에 준비해간 의약품과 짐을 싣고 숙소인 고려호텔로 향했다.

도중에 들른 만수대 의사당 김일성 동상에는 초등학교 어린 학생 두 명이 헌화를 하고 나오는데 남에서 왔다고 하니까 절을 꾸벅한다. 주말 이어서인지 신혼부부도 이곳에 들러 기념촬영을 한다. “축하한다”고 하니까 “감사합니다”며 화답한다.

고려호텔에 도착하여 커피숍에서 산삼차로 피로를 풀고 있는데 전에 안내를 맡았던 박 참사가 이번 일정을 도와주기 위해 찾아와 반갑게 해후했다.



북한 핵 문제로 대미관계가 악화되어서인지 우리가 도착하기 3주전부터 미화($) 사용을 전면중지하고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어서 좀 불편하긴 했지만 호텔직원이나 상점의 종업원 등은 친절했다. 고려호텔 주변과 몇 군데에 간단한 물건, 음식을 파는 노점상이 군데군데 영업을 하고 있다.

북한의 전기사정이 몹시 악화된 것 같다. 향산호텔은 난방이 되지 않아 손님을 받지 않고 있다고 하며, 내가 묵고있는 고려호텔도 너무 어두워 책을 보는데 불편을 느낄 정도다. 밤에 여직원이 추울까봐 이동식 라디에터를 하나 갖다주었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어제 밤 북쪽 보건의료 관계자와 방문 예정지 등을 협의했다.북경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너무나 고요한(?) 거리의 모습에 북한의 대표적 교회인 봉수교회에서 예배를 볼 수 있도록 요청하여 나를 포함한 일행 중 장로 3명과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에 도착하자 목사님과 신도들이 반가이 맞아 주었다. 여성장로의 기도와 대단한 실력의 성가대 크리스마스 찬양은 감동적이었다.

예배를 마치고 만경대 공원을 찾았다. 차량이 다니는 평양시내에 소달구지가 다니는 모습이 참 재미있다. 여군들이 일요일 외출을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다. 장난삼아 노래를 좀 들려달라고 했더니 즉석에서 두 곡이나 합창을 한다. 대동강변에 있는 유명한 냉면집 옥류관에서 냉면과 쟁반국수를 시켰다. 녹두지짐도 나왔다. 맛있다며 많이 먹어 탈이 난 사람도 있었다.

우리의 지원을 받아 짓고 있는 정성제약 공사현장을 찾았다.

정제, 캅셀제 등 기계 일부가 반입되었으나 정상가동까지는 몇 개월이 더 걸릴 것 같다. 함흥약대(5년제) 출신의 전영란 연구소장과 재회를 하며 공장건축 진행 상황을 설명 들었다. 공장 여기저기에 항암제 탁솔의 원료가 되는 주목나무 잎을 채취해 건조시키고 있었다.

GMP 시설로 주사제 시설까지 지원요청하고 있어 국제기아대책기구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날, 호텔 회의실에서 북쪽의 보건의료분야별 책임자와 개별회의에 들어갔다. 나는 함흥약대를 졸업하고 그곳 인민의학협회 약제사 부문 책임자인 리OO과 북한의 약학제도, 취업현황, 병원 근무약사 현황과 의약품 부족 상황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 들었다.

지금 북한에선 심각한 전력난, 올 겨울을 넘기기 어려운 식량난 뿐만 아니라 의약품 부족으로 환자 진료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 같다. 항생제로는 페니실린제 밖에 없어 아목시실린 등 남쪽의 여유 있는 의약품 지원을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간절히 바라고 있다.

시간이 나 평양의과대학병원과 구강병원(치과병원), 고려의학병원(한방병원) 등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남쪽의 NGO(비정부기구) 등에서 보내준 고가의 의료기계들이 A/S가 불가능해 진료에 사용되지 못하고 멈춰 있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24일 밤이 되니까 가로등의 불빛하며 네온싸인 등이 화려하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행사가 아니라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 탄생 85주년이라서 축제가 시작됐다. 그를 찬양하는 현수막이 건물마다 빨갛게 붙어있다.

우리의 일정에 어려운 점은 없는지 북쪽의 고위직에 있는 이○○ 참사가 저녁식사에 참석해 평양소주로 건배를 하며 좋은 시간을 가졌다.

북한이 자랑하는 서해갑문을 보여주겠다고 해 눈이 계속 내리는 가운데 평양시내에서 남포까지 40여 킬로미터의 10차선 고속도로를 달렸다. 이 도로의 이름이 `청년영웅 고속도로'란다. 5만명의 청소년 자원자가 불도저 등 기계 하나 사용하지 않고 1998년부터 2001년까지 3년 동안 맨손으로 건설한 도로라며 공사기간 중 상당수의 젊은이가 희생되었음을 알려주었다.

“가는 길이 험하여도 웃으며 가자!”라고 붉은 글씨로 쓰여있는 대형 현수막을 보면서 그들이 인간답게 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구나 하는 상념에 잠긴다.

평양 측과 필요한 의견들을 정리하고 다시 고려항공에 몸을 싣는다. 舊 소련제 일류 신기인데 조종사의 비행기술이 상당한 것 같다. 한참 후 스튜어디스가 기내방송으로 지금 압록강을 건너가고 있다고 알린다. 내려다보니 아름다운 강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잠시 후 중국의 5대도시 중 하나인 심양에 도착했다.

평양친구들에게 공항에서 한말이 생각난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서너 시간이면 될 것을 남의 나라를 거쳐 돌아다녀야 되느냐고. 그들의 대답은 “다음에 오실 때는 바로 오시라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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