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걸리셨군요. 요즘 감기가 유행이죠. 콧물과 코막힘에 잘 듣는 약들이 주로 처방됐구요 오한이나 근육통을 위한 약도 처방됐어요. 약 성분 때문에 약간 졸릴 수 있습니다. 찬바람 조심하시구요 이상한 점 있으면 문의주세요.”
의약분업 시행 이후 약국 인테리어가 바뀌는 등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복약지도를 충실히 하려고 노력하는 약국은 좀처럼 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이때의 느낌은 각별했다.
이후 나는 약업신문의 기자로서가 아닌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복약지도는 약사 직능과 위상 제고의 유일한 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러나 아직도 “식후 30분에 세 번 복용하세요”라며 무표정하게 약 봉투를 건네는 약사를본 적이 있으며 동시에 불쾌함을 느낀 적이 많다는 주변사람들이 종종 있다. 또 의약분업 시행 즈음 임상약학, 질환 등에 대해 공부하던 약사를 최근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흔히 들을 수 있다.
이제 약국과 약사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복약지도 수준이 당연히 높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도 의약품정보 습득에 정진해야 할 때라는 지적을 받아들여야 한다.
법적인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병·의원 근처 문전약국으로 집중되고 있는 처방전을 동네약국에 분산시키고 단골고객 확보를 통해 새로운 경쟁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 차별화된 복약지도만이 유일하고 손쉬운 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처방전에 의한 약 조제만을 잘하는 테크니션의 길을 선택할 것인지, 약에 대한 전문인으로서 국민에게 존경받는 약사가 될 것인지를 각자가 생각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