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경제는 세계경기의 동반 침체와 미 테러사태의 여파로 무척이나 힘들었던 한해였다. 싱가포르, 대만 등 여타 동남아 국가에 비해서는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올해도 경제 구석구석 회복이 체감될 만큼 경기가 빠르게 되살아날 것 같지는 않다. 올해의 국내경기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해외부문부터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경기 서서히 일어설듯
수출'설비투자 하반기 회복여부 관건
회복 기미 보여도 세계 경제상황 `불투명'
테러 방지 비용 교역 위축
일본 경기침체 지속될 것
세계경기 예상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 세계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을지는 아직도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는 경기회복에 긍정적인 몇몇 요인들이 감지되고 있는 반면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 또한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올해 하반기부터 세계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의 배경으로서 다음의 세 가지 요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미 테러사태 이후 세계경기의 동반 침체를 방지하기 위한 선진국간 정책공조가 강화됐으며, 이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올해부터 가시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미 테러사태가 예상외로 빨리 수습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테러사태의 조기수습은 과도하게 위축됐던 미국의 소비 및 투자심리를 점진적으로 완화시켜 세계 경기회복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2001년 들어 원유가가 대폭 하락했으며 국제원자재 가격 또한 99년 이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국제원자재 가격의 안정은 인플레이션의 하락으로 이어져 추가적인 금리하락을 가능케 한다.
경기회복 걸림돌
이러한 긍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세계경기의 가시적 회복에는 다음과 같은 위험요인 또한 도사리고 있다.
첫째, 지금까지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간 경기침체 시기가 서로 때를 달리하여 교차되는 양상이었으나, 현재의 경기침체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우리가 처음으로 겪는 본격적인 세계 동시불황이라는 점이다.
둘째, 하반기부터 미국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더라도 일본경기의 침체는 지속될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일본의 금융구조조정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더라도 금융부실의 정리는 단기적으로 일본경제의 침체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셋째, 테러사태가 조기에 수습되더라도 테러의 재발 방지를 위한 각종 비용의 증가는 국제교역을 위축시켜 세계경기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논의에 기초하여 판단해 보건대 1999년 3.8%, 2000년 4.6%를 기록했던 세계경제 성장률은 2001년에 이어 올해에도 2%수준을 크게 넘어서기는 힘들 전망이다.
국내경기 점진적 회복
국내경기 또한 긍정적 요인과 위험요인이 공존하는 상황이지만 우리 경제는 이미 지난해 4분기 저점을 통과하여 올해 점진적인 회복이 가능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우리 경제의 점진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경제는 정보기술(IT) 부문의 불황에 민감한 편이기는 하지만 여타 동아시아 국가에 비해 제조업, 서비스부문 등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견실한 내수가 뒷받침하고 있는 구조이다. 지난해 11월에 상향조정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또한 여타 신흥시장국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켜 자본유입 등을 통해 경기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유가하락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아직 금리인하 여지가 크기 때문에 경기하락 방지를 위한 거시정책 여건이 양호한 편이다.
셋째, 그간 추진해온 금융과 기업부문의 구조조정 노력으로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감소되어 금융시장이 안정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구조를 살펴볼 때 이러한 긍정적 요인들은 추가적인 경기침체를 방지하는 소극적 효과만을 가져올 뿐이며 보다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역시 수출과 투자부문의 회복이 전제돼야만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경기의 회복과 더불어 특히 정보기술 부문의 회복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하반기에 가시화된다 하더라도 정보통신 부문의 회복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우리 경제가 얻게 될 긍정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반도체 가격의 상승 등 교역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우리가 체감하는 경기회복은 더욱 지연될 것이다.
경제회생 위한 정책
올해 우리 경제는 정부의 확장적 거시정책과 이로 인한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를 중심으로 한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상반기에 2∼3%대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더 이상의 회복세는 역시 수출과 설비투자의 회복에 절대적으로 기인하며 이는 하반기에 세계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있다.
세계경기의 회복이 가시화된다면 우리 경제는 하반기에 잠재성장률인 5%대의 성장이 가능하며 따라서 연간 3∼4%의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부의 신중한 경제정책 운용을 전제로 한 전망이다. 세계경기의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선거일정 등을 의식한 경기부양책이 과도하게 실시된다면 자산시장과 소비부문에서 거품이 형성될 수 있으며 이는 하반기에 버블의 붕괴와 함께 또 한차례 경기급락을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역시 구조조정의 지속적인 추진과 정치일정으로부터 중립적이고 신중한 경제정책 운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